어린이라고 해서 종교와 결코 무관할 순 없다. 이미 어려서부터 여러 종교 문화전통에 따라, 종교를 접하고 종교생활을 하고 있는 아이들이 참 많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한다면, 종교를 폭넓게 이해하는 것은 어린이들에게도 매우 중요하고 꼭 필요한 일이다. 설혹 종교가 없다손 치더라도 그건 마찬가지다.
세계의 종교문화를 이해하지 않고서 각 나라의 문화를 제대로 파악하고 존중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더구나 다양한 종교 문화의 전통을 잘 이해하고 헤아릴 줄 아는 아이와 한 종교 밖에 모르는 아이는 그 사고의 폭과 지향에 필연코 큰 차이를 낳게 될 것이 틀림없다(이런 점에서 지금 끝없는 전쟁을 일삼고 있는 미국의 부시나 알카에다의 빈 라덴이 어려서 어떤 종교교육을 받았는지 알아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이 책 <어린이 세계 종교>는 어린이들에게 세계 종교의 어제와 오늘을 알기 쉽게 소개해주고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번역자가 원로 종교학자인 윤이흠 교수여서 내용에 무게와 신뢰감을 더해 주고 있다.
사실 종교를 편견 없이 소개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른다. 그런데 이 책은 일정한 균형과 객관성을 유지하면서도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주요 종교들을 두루 살펴 볼 수 있게 하여, 어린이를 위한 양질의 종교 안내서로 지속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이 책은, 단지 백과사전식 나열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삽화나 희귀 사진자료, 해설을 곁들여서 각 종교의 핵심 가르침과 전통을 독자에게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여기서 다루는 세계의 종교는 힌두교·자이나교·시크교·불교·한국종교·중국종교·신도·유대교·그리스도교·이슬람교다. 그 외에 책의 전반부에는 고대 이집트나 그리스, 로마에서 신봉하던 고대 종교, 아메리카나 아프리카의 전통신앙을 소개하고, 책의 맨 뒷부분은 현대의 신흥 종교들을 짤막하게 소개하고 있다.
지은이 트레버 반즈는 영국의 방송인이자 저널리스트로 다년간 활동하면서 종교관련 글을 써온 사람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책에는 한국의 종교가 한 장(章)을 차지하고 외국인 저자로서는 알기 어려운 내용까지 설명하고 있어 조금 의아스러웠다.
한국의 유교·불교·그리스도교·무교를 소개하고 있는데, 사진이나 글들이 외국인이 쓰고 찍은 것이라곤 믿기 어려울 만큼 생생하다.
만일 삽화나 사진 그리고 책 내용의 일부를 출판사나 역자가 보충한 것이라면 이에 대한 언급이 있어야 할 텐데 그것도 전혀 나와 있지 않다. 그러면서도 어린이들에게 어려운 낱말풀이나 찾아보기(색인)는 잘 곁들여 있어서 신경을 써서 만든 표가 난다. 간단하게라도 종교 전문가인 역자의 해제(解題)가 덧붙여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이 책은 우리네 일상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여러 종교들을 친근하게 만들어 주는데 톡톡히 기여할 것이다. 책을 세심히 읽다보면 세계의 여러 종교들이 끝내 인간에게 주고자 한 것이 무엇인지도 알아챌 수 있는 눈이 생길 것이다.
자라나는 세대는 이런 책들을 접하면서, 자기만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종교 문화의 이질감에서 비롯한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고 더욱 깊은 차원에서 전체 인류의 평화와 해방을 일궈갈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