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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캄보디아 톤레삽 호수 위 수상가옥에서 생활하는 소녀, 비록 전기없이 생활하는 곳이지만 그러나 이 소녀의 행복지수는 그 누구보다도 높을 것이다
ⓒ 김정은
이제 2004년도 얼마 남지 않은 12월, 때가 때인지라 얼마 전 학교 동창들을 만날 기회가 자주 생겼다.

대부분 학부모들이다 보니 화제의 중심은 자연스럽게 자녀 교육문제로 옮겨졌다. 이래저래 아이나 부모나 교육으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가 많은지 봇물 터지듯 이런 저런 말들이 오고갔는데 문득 한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아프리카인의 무지와 서양인의 현명함의 차이란

"글쎄, 우리 애가 갑자기 엄마, 공부는 왜 해야 하는 거냐고 물어보는데 갑자기 머리가 딱 막히고 적당한 말이 생각이 안 나더라고. 물론 예전에 우리 어머니들처럼 커서 거지 되고 싶지 않으면 공부해라라는 식의 얘기는 정말 하기 싫거든.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물론 아니지만 그래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뭔가 좋은 답이 있을 텐데 말이야"

그러자 한 친구가 너무도 명쾌하게 이런 식의 답을 내놓았다.

"나는 그럴 때마다 아이들에게 유럽 사람에게 다이아몬드를 약탈당한 아프리카 사람들 얘기를 하곤 해. 아프리카사람들이 주변에 그처럼 귀중한 다이아몬드라는 보석이 널려있었는데도 스스로 이용하지 못하고 서양인들에게 강탈당한 이유는 바로 그들이 다이아몬드의 귀중함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고 말이지.

그러니 적어도 내가 지닌 귀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공부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이야"

다들 재미있는 답변이라는 분위기였지만 나는 왠지 좀 씁쓸해지기 시작했다.

과연 다이아몬드의 소중함을 알지 못해 강탈당한 아프리카인의 무지가 그처럼 비웃음거리밖에 안 되는 성질의 것이었나? 반대로 다이아몬드가 귀중한 보석이라는 것을 몰라도 충분히 행복했던 사람들의 영역을 제 맘대로 침범함으로써 그 돌멩이가 사실은 보석이었고 스스로 중요한 것을 도둑맞았다는 수치심을 그들에게 준 서양인들의 탐욕(?)이 매우 현명하고 합리적인 경제행동이라고 칭찬할 만한 것이었을까?

만약 서양인들의 다이아몬드 약탈이 없었다면 다이아몬드를 흔하디흔한 돌멩이로 알고 있던 아프리카사람들은 그 상태로 여전히 행복하게 살고 있었을 것이며 그만큼 환경 파괴도 없었을 텐데….

이러한 의문은 최근 다녀온 캄보디아의 톤레삽 호수 주변 수상가옥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우연히 엿보면서 더욱 심해졌다. 외지인들이 보기에는 5대 빈국중의 하나라는 캄보디아 사람들의 생활상은 겉으로 보기에 매우 가난해보였다.

도로포장조차도 드문드문 되어있다 보니 거의 대부분이 황토먼지 날리는 울퉁불퉁한 황톳길은 그렇다하더라도 위생상태가 의심스러운 호숫물로 평생 욕심 없이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잠시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 생각은 나만의 착각이라는 사실을 곧 깨달았다. 왜냐하면 비록 후줄근해보일지라도 통계상으로 나타난 그네들의 행복지수는 어느 선진국 못지않기 때문이다.

5대 빈국 사람들의 행복지수와 디지털 격차

그들이 비록 가진 거라곤 부실해 보이는 집과 간단한 세간 살이, 그리고 그들의 보물 1호 TV -그 또한 전기료가 비싼 탓에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배터리로 작동한다-밖에 없지만 그래도 깜깜한 밤, 가족모두가 삥 둘러앉아 TV를 보며 느끼는 행복감의 실체는 우리네가 보통 TV를 보며 느끼는 만족도보다 더 크고 소중해 보였다.

물론 그들이 보다 더 많은 도시문화를 접하게 되면 상황은 달라질지 모르지만 적어도 아직까지 그들에게서 문화의 혜택이란 배터리 TV 1대만으로도 충분한 듯 보였다. 그들을 보면서 문득 예전 어렸을 적 흑백 TV 시절 가족 모두가 TV에 둘러앉아 당시 유행했던 프로레슬링에 빠져들었던 그 단란했던 모습이 아련하게 떠올랐다. 우리도 이런 시절이 있었는데….

우리의 옛날을 떠올리게 하는 그들을 보며 지금도 충분히 행복한 그들에게 왠지 디지털 격차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우스운 짓처럼 생각되는 것은 왜일까?

디지털이 우리 생활에 가져다 준 편리함은 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그 편리함 자체로 인해 과연 우리가 이전보다 더 행복해졌는가를 곰곰 생각해보면 그런 것 같지만은 않은 것 같다.편리함과 안락함이 바로 인간의 행복과 직결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편리한 만큼 더욱 더 그 편리함에 의해 우리들의 행복자체가 휘둘려지고 있지는 않았는지.


어느덧 자동차는 톤레삽호수를 빠져나와 앙코르 와트 관광특구 안으로 들어갔다.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 탓인지 아니면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한 영업을 위한 영악함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이곳 왕코르와트 지역 내에도 알게 모르게 디지털이 슬슬 일상에 스며들고 있는 중이다. 그 느낌은 앙코르와트 관광특구 내에 언뜻 보이는 인터넷카페 간판과 휴대폰들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느리지만 조금씩 변화되어지는 그들을 보니 문득 그들의 변화될 미래가 생각나 갑자기 가슴이 아려왔다. 디지털이 스며들수록 그들의 일상은 편리하겠지만 그동안 그네들이 마음껏 누려왔던 행복감은 다시는 되찾을 수 없으리라는 아쉬움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 뿐인가? 디지털이 그들의 일상에 스며들수록 그만큼 그들의 순진함은 사라지고 그 빈자리에는 각박함이 채워질 것이다.

과연 디지털이 우리 인간에게 줄 수 있는 행복지수는 과연 몇 점일까? 아직까지 그 점수는 결코 높지 않으며 높아질 가능성도 그리 크지는 않아 보인다.
그러나 암담함 속에서도 한 가닥 희망을 찾는다면 아직까지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는 해답을 쥐고 있는 열쇠를 인간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 한 가닥 가능성 때문에 오늘도 나는 지금 그 실낱같은 희망 한 가닥을 붙들고 여전히 행복을 얘기하고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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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을 그만두고 10년간 운영하던 어린이집을 그만두고 파주에서 어르신을 위한 요양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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