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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행수 주공 사장의 임대료 인상 보류 지시가 임대료 동결로 이어지지 않자 주공 임대아파트 거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위치한 대한주택공사 본사.
ⓒ 대한주택공사 제공
주공 임대아파트의 임대료 인상을 일단 보류하겠다는 뜻을 밝혔던 주공이 불과 열흘 뒤 이를 뒤집고 나서 임대아파트 거주민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주공 실무부서 쪽이 한행수 주공 사장의 임대료 인상보류 지시에 대해 진의확인을 하는 과정에서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재고를 요청하고 나서 서민들의 고충을 외면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낳고 있다.

한행수 주공 사장은 지난 10일 <오마이뉴스>와 단독인터뷰에서 주공 임대아파트 임대료·임대보증금 5% 일괄 인상과 관련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지금 국민들이 매우 어렵다, 그리고 임대아파트에 사는 분들이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금 그런 상태에서 임대료를 올리는 것은 아니다, 올리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단지별로는 다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한 사장은 "기본 방향은 지금 임대료 올릴 수 있는 시기가 아니다. 올리지 말라고 하면서 임대료에 대해서 전면 재검토할 때까지 전부 보류하라고 지시했다."고 소개하며 임대료 인상 거부를 주장하는 거주민들의 목소리에 공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사장 보류 지시 불구, 임대료 자동인상은 그대로

▲ 한행수 대한주택공사 사장.
ⓒ 남소연
그러나 이러한 한 사장의 보류 지시에도 불구하고 임대료 5% 자동인상에 제동이 걸릴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특히 월세이율의 하락, 4개월 이상 임대료 체납가구의 급속한 증가 등 임대료 동결을 압박하는 요인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주공임대아파트의 월 임대료 수준이 좀처럼 내리거나 동결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주공 임대아파트 거주민들은 "사장 말을 믿어도 되느냐"며 노골적인 불만을 토해내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도 안산시 주공 국민임대아파트 17단지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2년마다 돌아오는 임대보증금 인상분이 통보돼 나왔다"며 "주공 사장은 올리지 말라, 보류하라 했다던데 이게 웬 말이냐"고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장봉화 전국임대아파트연합회 수도권연대회의 사무국장도 "전국 몇군데 단지를 제외한 90% 이상의 주공임대아파트를 대상으로 임대료와 임대보증금을 5%씩 올리고 있다"며 주공을 향해 분노를 터뜨렸다. 장 사무국장은 "일부 동결 혜택을 받은 지역은 어떤 기준으로 동결조치를 취했는지 주공은 기준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임대료 동결원칙 제시를 요구하기도 했다.

재정경제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1월 현재 월세이율은 서울의 경우 지난 4월 대비 0.12%, 수도권 0.03%, 6대 광역시 0.03% 가량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월세이율의 하락은 곧 월세의 하락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 월세이율은 종종 임대아파트 거주민들의 월 임대료 수준의 비교 준거로 활용되기도 한다.

주공관계자 "형평성 때문에 동결 어렵다...사장에게 보고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주공쪽은 오히려 임대료를 전년 대비 5% 올리겠다는 방침을 거두지 않고 있다. 임대아파트 임대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실무부서에서는 임대료 인상 보류를 지시한 한 사장의 지침을 현실적으로 수렴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주공 판매관리처의 한 관계자는 "형평성 문제가 있기 때문에 현재 상태로서는 동결이 어렵다"면서 "이러한 현실을 사장에게 보고했다"고 전했다. <오마이뉴스> 인터뷰 당시 한 사장의 발언과 관련해서도 이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그렇게 말한 것은 사실인데 그런 의도는 아니다, 본심과 다르게 말한 것 같다"며 해석을 달리했다.

주공의 다른 한 관계자도 "주민들은 지금 당장 소급해서라도 임대료 인상을 동결해 달라는 입장이고 우리 판매부서에서는 안 한다는 것이 아니라 검토해서 보완할 테니 이해해 달라는 입장"이라며 조금더 기다려 줄 것을 요청했다.

주공은 현재 임대아파트 임대료 인상을 위한 새로운 시안을 늦어도 내년 1월까지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인상시기를 현행 1년 단위에서 2년 단위로 변경하고 소비자물가지수, 주거비소비자물가지수 등과 연동해 책정하겠다는 것이 새 계획의 뼈대라고 주공쪽은 설명했다.

주공의 한 관계자는 "12월에 계약이 갱신돼 임대료가 오른 가구는 내년 새 안이 마련되면 특례조항을 둬 부담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임대료 체납에 보증금 가압류 위기에 처한 서민들

임대료도 못 내고 가압류까지 당하고….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주공 임대아파트 거주민들의 생활수준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임대료 체납은 물론이고 카드빚에 시달리다 임대보증금이 가압류 당하는 등 이중고에 시달리는 주민들도 적잖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임대아파트연합회가 자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3일 현재 갱신계약이 도래한 주공 임대아파트 가운데 임대보증금 가압류세대는 평균 6%대에 이른다. 30년 임대인 대구 칠곡주공 5단지의 경우 전체 714세대 가운데 9.8%인 70세대, 서울 신림주공 2단지는 전체 818세대 가운데 51세대가 가압류 세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의정부 금오주공 9단지의 가압류 세대 비율은 5.7%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압류 세대의 세대주는 현재 주공으로부터 계약갱신 거절 위기에 처해있다고 연합회쪽은 전했다. 주공쪽에 따르면 법원의 명령으로 재계약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들 중 다수가 전세자금대출금 미납, 카드사 대금 연체 등에 묶여 하루아침에 집밖으로 내몰릴 처지에 직면해 있다.

임대료 체납세대도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주공 임대아파트 임대료를 4개월 이상 체납한 세대는 지난 9월 현재 1만4세대. 지난 2001년 5630세대에 비하며 두배나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7582세대)와 비교해서도 크게 늘어난 것. 7개월 이상 체납세대도 지난해 12월말까지는 1936세대에 그쳤으나 올해 들어서는 9월말 현재 2390세대에 이르는 등 작년 수준을 훌쩍 넘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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