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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 12시에서 1시. 지난 6개월 동안 이 짧은 한 시간이 저에게는 아주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조금 일찍 소개하려고 했는데 미루다보니 방학 날이 되서야 알리게 됐네요.

▲ 전수회관 공연장 풍류 입구입니다. 행사를 알리는 플랭카드가 걸려있습니다.
ⓒ 정상혁
바로 이곳이 무료 강습이 이루어지는 무형문화재 전수회관 공연장 풍류입니다. 화요일은 탈출, 수요일은 사물놀이, 목요일은 경기민요 수업이 이뤄집니다. 수업은 이곳 전수회관 내에서 활동하는 각 분야의 무형문화재 전수자들이 담당합니다.

국악에 관심이 있으면서도 막상 배워볼 기회가 없었는데 점심시간 한 시간 동안 무언가를 배운다는 게 참 매력인 것 같아 회사 동료와 함께 매주 수요일 사물놀이를 배웠습니다.

저희 사물놀이 강습을 지도하는 선생님은 중요 무형문화재 8호로 지정되어 있는 남사당놀이 전수자이신 신명전 선생님이십니다. 작은 체구에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쓰십니다. 이마에 주름은 많지만 적어도 강습 시간만큼은 너무나 정열적으로 지도해주십니다.

▲ 수업하는 모습입니다.
ⓒ 정상혁
수업은 기본장단을 칠판에 써놓고 구음으로 연습한 다음 선생님이 실제로 장단 시범을 보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 다음 모두 선생님을 쳐다보면서 장단을 익힙니다. 기본 장단은 모두 익혔고 최근에는 응용 장단에 손놀림 연습까지 배웠습니다.

▲ 맨 앞줄은 우등생들 차지입니다.
ⓒ 정상혁
또 하나 빠뜨릴 수 없는 것은 맨 앞 줄을 차지하고 있는 우등생들입니다.

▲ 선생님이 꽹과리를 잡으셨습니다.
ⓒ 정상혁
분위기가 무르익고 장단이 안정되면 선생님은 장구채를 놓고 꽹과리를 치기 시작하는데, 이때쯤이면 선생님이나 우리들이나 흥에 겨워 우리들 장구소리에 취하기 시작합니다.

▲ 자, 따라 하세요.
ⓒ 정상혁
이렇게 한 시간 동안 굿거리, 덩더쿵, 중모리, 자진모리에 칠채, 오방진 가락까지 몇 바뀌를 돌고 돌며 연주합니다.

▲ 오늘부터 두 달간 방학입니다. 방학이 시작했는데 왜 이렇게 서운할까요?
ⓒ 정상혁
2004년 수업의 마지막 날입니다.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은 우리들 사이를 직접 돌아다니시며 일일히 악수를 청하십니다. 비록 수업료 한 푼 내지 않는 무료 강습이지만, 수십 만 원씩 내고 가서 배우는 것보다 더 많은 걸 얻어갑니다.

마냥 즐거울 것만 같은 방학이 이렇게 서운한 건 왜 일까요? 내년 수업은 내년 3월에 다시 시작한다니 방학이 시작하는 날부터 방학이 끝나는 날까지 목이 빠지게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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