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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치원역 앞 기자회견
ⓒ 김지훈

24일 오전 9시 30분 충남 연기군 조치원역 앞. 연기지역 군의회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아침이라 입김이 나오고 귓불이 시린지 사람들이 잔뜩 얼어 있었다. 행정수도 지속 추진을 위한 열차 선전전 현수막이 보이고 군의원들이 어깨띠를 두른 채 기자회견을 하고 있었다.

홍종기 의원, 김한식 의원, 성기웅 의원 등 이날 의원 일곱 명이 중심이 되어 출발하기로 했다. KBS, YTN 텔레비전 카메라가 촬영을 하고, 각 일간지 신문기자들이 사진을 찍어대고 있었다.

황순덕 신행정수도 지속추진 연기군 비상대책위 상임대표는 연설을 통해 신행정수도 추진은 원안대로 추진할 것을 촉구하고, 앞으로도 연기 비대위는 원안대로 추진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해 나간다고 선언했다.

▲ 대전역 플랫폼에서 서울행 KTX를 기다리는 의원들
ⓒ 김지훈

▲ 군 의원들 선전전에 짐꾼으로 따라가는 형국이었다.
ⓒ 김지훈
기자회견이 끝나고 예정대로 9시 50분 대전행 무궁화호에 탑승했다. 1000매 들이 팸플릿이 여섯 묶음, 리플렛이 네 묶음, 필자는 등산용 배낭에 유인물을 잔뜩 집어넣고 등에 멨다. 그리고 양손에는 또 다시 팸플릿 뭉치가 들리고 이건 완전히 셀파 신세였다. 군의원들 선전전에 짐꾼으로 따라가는 형국이었다. 그래도 내가 제일 젊고 남는 건 힘밖에 없으니까 하는 수 없었다.

무궁화 열차에 오르자 바로 선전전에 들어갔다. 텔레비전 카메라를 들이밀고 신문기자들 플래시가 불빛을 터뜨리고 있었다.

"하라는 일 안하고 국회의원들이 뭐하는겨"

▲ 열차 안에서 부지런히 홍보물을 나누어 주는 의원들
ⓒ 김지훈
한참 선전물을 나누어주고 기자들이 사진을 찍어대니까 한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어느 여린 비구니 스님이 양해도 구하지 않고 사진을 찍는다고 문제제기를 하는 것 같았다.

그 주위에 어떤 남자 승객도 불만인지 잘 들리지 않는 한 마디를 하고 있었다. 그 다음에 어떤 아주머니가 나서더니 군의원들을 국회의원으로 알았는지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는 호통을 치기 시작했다.

"국민 세금 받아 처먹고 하라는 일은 안하고 왜 여기까지 와서 난리예요. 국회의원들이 뭐하는 겨."
"국민들은 지긋지긋해요. 국회의원들끼리 싸우는 걸 보면…."

아까부터 불만이 있던 스님이 힘을 얻었는지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했다.

"어디에서 왔는데 말도 없이 맘대로 사진 찍고 그래요. 사진을 찍으려면 먼저 허락 받고 해야 하는 것 아니에요?"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쳤다. 그렇다고 여기서 의지가 꺾일 수는 없었다. 사람들이 국회의원들인 줄 알고 벌떼들처럼 달려들었던 것이다. 역시 국회의원들은 국민들한테 원성을 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심이 이렇다는 걸 국회의원들은 알고 있을까? 아직도 국회는 아귀다툼이고 국민들이 이렇다는 걸 알기나 하는지….

"아, 죄송합니다. 미처 생각을 못했습니다. 저희는 연기군의회에서 나온 의원들입니다.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 신행정수도 지속 추진과 수도권 과밀해소로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로 이렇게 나왔습니다. 불편하시더라도 이해 해주십시오…."

그중 어느 의원이 승객들한테 사과를 했다.

KTX로 대전에서 서울까지

대전역에 도착했다. 그 시간이 10시 20분. 그 다음은 서울행 KTX였다. 시속 300km로 달린다는 KTX.

KTX 열차에 오르자 열차는 부드럽게 미끄러져 갔다. 열차가 출발하자마자 한숨을 한 번 돌리는가 싶었는데 벌써 신탄진을 지나가고 있었다. 역시 KTX는 속도가 달랐다.

▲ 서울행 KTX 안에서 신행정수도 유인물을 든 채 환히 웃고있는 아이
ⓒ 김지훈
처음 만난 사람들은 단란한 어느 가정이었다. 다섯 살이나 먹었나싶은 꼬마 여자아이가 앙증맞게 팸플릿을 들고 있었다. 식구들 넷이서 팸플릿을 하나씩 들고 있는 풍경이 우리들한테는 힘이 되었다. 중간쯤에서 팸플릿을 열심히 나누어주고 있는데 누가 뒤에서 불렀다.

"저기요, 이분들은 미국 컨트리 가수들인데 사진을 한 장 찍고 싶다는데요?"
"아예… 그러지요…."

통역을 통해 신행정수도 투쟁을 열심히 설명해주는 듯했다. 의원들이 함께 사진을 찍고, "코리안, 넘버 원"을 외쳤다.

▲ 내한 공연 중인 컨트리 가수들도 행정수도 지속 추진에 관심을 보였다
ⓒ 김지훈
▲ “아빠 이게 뭐지?” 전단 보는 부자
ⓒ 김지훈

"서울 사람들 냉랭하죠?"

서울역에 도착하자 분위기는 영 딴판이었다. 처음 만난 사람이,

"나두 충청도 사람인디 충청도가 무슨 행정수도지여."
"왜 옳길려구 해. 그냥 조용히 살지."

그 중에 호의적인 사람은, "난 충청도 사람여, 이거 딴 사람이나 줘"하고 우리 옆을 지나갔다. 어떤 신사분은 이상하게 우리 주변을 맴돌고 호의를 보여 알아봤더니 지방분권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대전대책위 공동대표라고 했다.

"서울 사람들 냉랭하죠?"
"예 전반적으로 우리 지역하구는 다르네요."
"반응이 어느 정도예요?"
"글쎄요. 반반인 것 같아요."

▲ 서울역 대합실에서 홍보하고 있는 의원들
ⓒ 장승현

▲ “아이구 힘들다” 서울역 대합실에서 잠시 쉬고 있는 의원들
ⓒ 장승현

휴식을 취하고 앉아 있는데 50대 후반의 강적을 만났다.

"의정활동이나 잘 하지 이런 일을 뭐 하러 하고 다녀요?"

처음부터 도전적인 이 50대 후반은 부산에 산다고 했다.

"지방분권이나 균형발전을 하려면 왜 공주·연기여만 되나요? 강원도도 되고 다른 데도 돼야지 왜 충청도만 행정수도를 오라고 합니까?"
"헌재에서 위헌 판결하고 국민들 68%가 반대하는데 왜 행정 수도를 옮깁니까?"

서울 사람들을 보니까 대체적으로 젊은 사람은 무관심이었고 나이 드신 분들은 냉랭한 분위기가 많았다.

"왜 수도가 도망갑니까? 북쪽으로 쳐들어 가 철원이나 북쪽으로 가야지."

▲ 대전역 대합실에서 나눠줄 전단을 챙기는 황순덕 상임대표
ⓒ 김지훈
다시 대전행 KTX를 타기 위해 플랫폼에 들어서자 어떤 사람이, "그거요. 받았어요. 행정수도 건설은 4천만의 행복 추구권이라고요"라고 말한다.

이 한마디가 오늘 우리들의 홍보 활동에 만족을 느끼게 했다. 대전에 도착하자 역시 분위기는 전혀 딴판이었다. 고향에 돌아온 느낌이랄까? 사람들의 쳐다보는 눈빛이나 팸플릿을 받는 느낌이 줘서 고맙다는 느낌이었다.

왜 이렇게 서울과 충청도의 정서가 반대일까? 신 행정수도는 정말 우리 국민들 모두가 잘 사는 일인데 국민들의 정서를 이처럼 왜곡시킨 사람들이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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