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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래는 인권변호사입니다. 조영래는 1990년 12월, 마흔 세 살의 나이로 타계했습니다. 짧은 생애만큼이나 그는 치열한 삶을 살았습니다. 서울대 전체 수석합격, 1971년 서울대생 내란음모사건으로 1년6월 복역, 1974년 민청학련사건으로 6년간 수배, 1983년 변호사 개업….
조영래는 분명 고단한 삶을 살다 갔습니다. 생전의 친구 장기표는 말합니다. 조영래는 민청학련사건과 관련, 수배 상태에서 '전태일 평전'을 썼다고 했습니다. 집필하는 데 3년이 걸렸다고 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조영래는 극도의 긴장감에 시달렸습니다. 육체의 피로 또한 극심했습니다. 결국 ‘전태일 평전’ 때문에 조영래는 그 젊은 나이에 타계했다는 것입니다.
'전태일 평전'은 먼저 '불이여 나를 태우라-어느 한국 청년노동자의 삶과 죽음'이라는 이름으로 일본에서 출판되었습니다. 출판사는 다이마쓰였고, 지은이는 김영기였습니다. 그 후 1983년에 '어느 청년노동자의 삶과 죽음'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에서 출판되었습니다.
이때 역시 지은이는 조영래가 아닌 '전태일기념관 건립위원회'였습니다. 그리고 1991년, 조영래가 타계한 지 불과 며칠 후에 이 책은 '전태일 평전'이라는 이름으로 출판되었습니다. 이때 비로소 지은이가 '조영래'로 밝혀집니다. 바로 장기표의 증언에 의해서입니다.
'전태일 평전'은 제목 그대로 전태일의 일대기입니다. '전태일 평전'은 1부 어린 시절, 2부 평화시장의 괴로움 속으로, 3부 바보회의 조직, 4부 전태일 사상, 5부 투쟁과 죽음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에는 전태일의 가계와 '밑바닥 인생'이, 2부에는 평화시장과 노동운동이, 3부에는 노동과 인간의 대립이, 4부에는 노동자 전태일이, 5부에는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 기술되어 있습니다. 저자 조영래는 전태일의 일기를 시종일관 담담하게 기술해 갑니다. 말 그대로 평전의 위치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조영래는 핵심을 놓치지 않습니다. 스스로 '왜'라는 물음을 던지고, 스스로 그 '답'을 찾아 나섭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조영래의 탁월함을 발견합니다. 장기표는 말합니다.
“조영래가 없었다면 결코 전태일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맞는 말입니다. 조영래의 노력이 없었다면 전태일은 평범한 노동자의 죽음으로 그쳤을지도 모릅니다. 전태일의 비문에 새겨진 것처럼 '300만 노동자의 대표 전태일'은 어쩌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릅니다.
전태일의 분신으로 시작된 70년대는 박정희의 죽음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유신독재도 함께 무너졌습니다. 전태일이 떠난 지 벌써 30여 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전태일을 기억합니다. 그의 정신을 기립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그를 찾아 나서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는 무엇을 말함일까요. 아직도 ‘전태일 정신’이 유효하다는 얘기에 다름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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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평전 - 신판
조영래 지음, 아름다운전태일(전태일기념사업회)(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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