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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군 가남면 오산리에서 쌀과 고구마 농사를 짓는 박광백(48)씨는 지난 해 12월 하순 여주경찰서에서 식품위생법 위반사건으로 조사를 받았다.

여주군이 농사꾼인 박광백씨를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한 이유는 다름 아닌 박씨의 홈페이지에 있는 고구마와 쌀에 대한 원고지 8매 분량의 설명 때문이다.

이 중 '항암 및 변비 예방에 좋다고 알려져 있는 고구마에는 수분이 68.5% 이상 함유…'에서 고구마가 '항암 및 변비 예방에 좋다'는 문구가 과대광고라는 것이다.

지역 농특산물을 소개하는 여주군청 홈페이지에도 '고구마는 알카리성 식품으로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 등 양질의 식이섬유가 함유되어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도 재배가능한 무공해 건강식품이며, 근래에는 항암작용과 황산화 작용 및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의 강화작용 등 약리적인 효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어 성인병 예방 자연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는 내용의 글이 게시되어 있다.

▲ 여주군청 홈페이지에 여주밤고구마를 소개하는 면
ⓒ 이장호
또 전문가들도 각종 매체에서 고구마에 항암작용을 하는 성분들이 들어 있다는 것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광백씨가 고구마가 '항암 및 변비 예방에 좋다'고 자신의 홈페이지에 쓴 게 과대 광고라는 것이다.

여주군은 식품에 대해 허위과대광고를 하지 말아야 함(식품위생법 제11조)에도 '마치 질병질환에 치료효과가 있는 것처럼 허위과대광고를 한 것'이 식품위생법을 위반했다며 박광백씨를 여주경찰서에 고발했다.

참고로 식품위생법은 의약으로 섭취하는 것을 제외한 모든 음식물을 식품으로 규정하고 있어 고구마도 식품으로 분류된다.

여주군 관계자는 "부정·불량식품에 대한 신고포상금제가 실시되면서 속칭 전문신고꾼들이 인터넷검색 등을 통해 찾아낸 위반사실을 식약청에 신고하면 해당 자치단체로 이관되기 때문에 고발조치를 안 할 수 없다"며 "농민들이 소득증대를 위해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어 직거래에 나서는데 이런 건으로 신고가 들어오면 어쩔 수 없이 고발해야 한다"며 곤혹스러움을 나타냈다.

이와 같은 곤혹스러움은 조사를 담당한 경찰도 마찬가지. 최근 여주군이 식품위생법상 과대허위광고로 주민들을 여주경찰서에 고발한 것은 박광백씨 외에도 벌꿀과 배즙 각1건씩 3건이다.

한 경찰관은 "배즙이 몸에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 아니냐"면서도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홈페이지 등을 만들 때 질병 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도 의약품과 혼동할 우려가 있는 표현을 사용하면 안 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며 농민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 2004년 9월 경기도 여주에서 농민들이 고구마를 수확하고 있다.
ⓒ 이장호
그러나, 일각에서는 식품위생법이 식품으로 인한 위생상의 위해를 방지하고 식품영양의 질적 향상을 도모함으로써 국민보건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입법된 점에 비추어 가공되지 않은 일반적인 농산물에까지 일률적으로 엄격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주민 박아무개(48·여주읍)씨는 "세상에는 상식이라는 것이 있는데 어떤 환자가 항암제나 변비약을 사먹지 않고 대신 고구마나 벌꿀·배즙을 약 대신 사먹겠느냐"며 "그 몇 글자 때문에 고구마나 벌꿀·배즙을 의약품으로 오인할 사람이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박광백씨는 "어찌되었던 법을 위반했다면 할 말은 없다"며 "어려운 농촌현실에서 직거래 등을 통해 소득증대를 위해 노력하는 농민들의 어려움도 알아줬으면 한다"며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관계당국은 식품위생상의 위해 방지를 위해 마련된 각종 법규와 부정·불량식품 신고포상금제도가 일부 전문신고꾼에 의해 변질되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후 수원지방검찰청 여주지청은 농민 박광백씨의 식품위생법 위반사건에 대해 지난 4일 기소유예처처분을 내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주신문에도 전송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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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여주에서 지역신문 일을 하는 시골기자 입니다. 지역의 사람과 역사, 문화에 대해 탐구하는 것에 관심이 많으며, 이런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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