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신양 바다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
신양 바다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 ⓒ 김강임
제주시에서 동쪽으로 12번 도로를 타고 가다보면 신호대기마다 바다로 통하는 해안도로가 눈에 띈다. 조천에서 함덕까지, 동복에서 김녕까지, 세화에서 성산포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제주 바다의 배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바다길이다.

더욱이 세화에서 성산포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제주의 동쪽 끝 해안도로는 성산일출봉이 종착역이다. 특히 성산포는 해뜨는 마을로 잘 알려져 있어, 제주여행에 나선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이곳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종달리 해안도로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의 모습
종달리 해안도로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의 모습 ⓒ 김강임
오조리에서 전복죽을 먹었던 사람들도, 일출봉 부근에서 구수한 해물탕으로 속을 풀었던 사람들도, 청정제주바다에서 낚아 올린 고등어조림과 갈치조림, 싱싱한 생선회로 술잔을 기울였던 사람들도 성산일출봉에서는 모두가 여유를 부린다.

여행이 일상을 탈출하기 위한 생활의 연속이라면 성산일출봉에서의 일상탈출은 또 다른 여유를 즐길 수 있는 특혜가 있다. 그래서 직선으로 통하는 대로를 밟고 숨 가쁘게 달려온 사람들일지라도 성산포에 가려거든 이생진님의 ‘그리운 바다 성산포’를 가슴에 담고 떠나는 것이 여행자의 여유이다.

절벽과 바다가 어우러진 성산일출봉
절벽과 바다가 어우러진 성산일출봉 ⓒ 김강임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순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기는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기는 ⓒ 김강임
시인의 말처럼 뚫어진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는 성산포. 성산포에서 하늘을 보면 하늘과 맛 닿은 곳이 성산일출봉이다. 그래서인지 성산일출봉은 4계절마다 그 비밀이 숨겨져 있다.

성산일출봉의 언덕배기에 깔려있는 푸른 잔디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봄의 추억을 간직할 것이며, 그 초록의 대지 위에서 말을 타고 신록을 누볐을 것이다.

특히 성산포의 바다 밑에서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일출을 보기 위해 성산일출봉을 달려온 사람들에게는 아직도 두근거리는 꿈과 희망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일출봉 정상 암봉들
일출봉 정상 암봉들 ⓒ 김강임
성산일출봉은 제주도가 대륙으로 형성되기 이전에 신생대 제4기초에 형성된 화산으로 수중에서 분출된 분화구가 매력적이다. 해발 182m의 분화구는 99개의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일출봉 정상에서 보는 일출은 영주십경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성산일출봉 입구에서 능선을 따라 올라가 보면 정상으로 통하는 계단이 있다. 조금은 가파르지만 한 계단 한 계단을 딛고 정상으로 향하는 기분은 도전하는 자의 쾌감 같은 것을 안겨다 준다.

어디 그뿐이랴! 일출봉에 서 있으면 주변의 경치에 흠뻑 취할 수 있는 특혜를 얻는다. 눈앞에 펼쳐지는 신비로움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면 푸른 바다가 망망대해처럼 펼쳐져 있다. 그리고 바다 위에 떠있는 어촌마을의 풍경은 한 폭의 그림처럼 평온하다.

특히 성산일출봉의 동남쪽과 북쪽으로 예리하게 깎아 내린 절벽은 마치 어느 예술가의 작품인양 정교하다. 인고의 세월 속에 파도가 가져다준 산물일까? 아니면 화산 분출이 주는 자연환경의 분비물일까? 그래서 성산포의 바다는 가파른 절벽과 어우러진 절경에 그 묘미를 더해주는지도 모르겠다.

성급하게 먼저 핀 유채꽃
성급하게 먼저 핀 유채꽃 ⓒ 김강임
‘교장도, 지서장도, 한 마리의 소도 빼놓지 않고 바다를 본다’는 성산포. 모진 바닷바람을 맞으며 피어 난 유채꽃이 성급하게 봄을 알리는 곳. 하늘과 바다가 온통 파란, 그래서 내 마음까지 파랗게 물들인 곳,

파란 마음으로 성산일출봉의 언덕배기에 서 있으면 힘들었던 지난날의 삶의 애환을 뒤로하고 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것만 같은 일출봉 정상에 대한 기대감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리고 성급하게 먼저 피어난 꽃잎의 고통과 자연이 주는 포만감을 함께 느낄 수 있다.

멀리 우도가 보인다.
멀리 우도가 보인다. ⓒ 김강임
하지만 성산일출봉에서 환상처럼 가물거리는 것이 있다면 멀리 보이는 섬 속의 섬 우도. 섬에서 보는 섬은 늘 그리움만 낳는다. 그러나 성산포가 제주도의 동쪽 끄트머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우도는 신기루의 이야기는 아닐는지?

겨울여백 속에 피어나는 황금벌판
겨울여백 속에 피어나는 황금벌판 ⓒ 김강임
엄동설한, 겨울을 가득 채운 노란 유채꽃이 성산일출봉의 여백을 황금벌판으로 물들여 주는 자연의 극치. 겨울이 있어 봄의 따스함을 알 수 있듯이, 성산일출봉의 겨울은 봄을 잉태하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성산일출봉 가는 길은 제주공항-12번 동쪽도로-함덕-세화-성산-성산일출봉으로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