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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정문을 나서니 시내버스가 줄지어 있었습니다. 실내등과 라이트를 환하게 켜고 손님들을 기다리는 버스가 오늘따라 포근하고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한 장 찰칵! 사진을 찍고 부랴부랴 내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습니다. 그런데 함박눈을 맞으며 학교정문을 걸어 나오는 두 남학생이 너무 운치 있게 보였습니다. 다시 내려 이것도 찰칵!
이제는 곧장 집으로 가야지 하는 마음을 먹고 다시 차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하얀 눈꽃송이 속에서 빨간 장작불을 태우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 장작불 만큼이나 따뜻한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관저동을 지나 롯데마트 작은 언덕을 올라가자니 몇몇 차들이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공회전을 하고 있었습니다. 겨우 빠져나와 대정동에 들어서니 밤 9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평소보다 3배는 더 걸린 셈이죠. 그러나 그리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벌써 큰 아이는 눈사람을 만들러 밖으로 나가자고 아우성입니다. 우리는 환호성을 하며 나갔죠. 눈 온 날 바둑이가 마당과 들판을 뛰어다니듯이 우리 집 큰 딸도 여기저기 뛰어다니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바로 눈사람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컵으로 눈을 모으고 다시 이것을 봉지에 담았습니다. 집에 있는 2살 된 동생과 함께 눈사람을 만들기 위해 봉지에 눈을 담는다는 큰 딸의 말이 눈보다도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첫눈은 우리 가족만 기다렸던 것이 아니었나 봅니다. 늦은 밤인데도 불구하고 아파트 여기저기에 많은 아이들과 가족들이 나와 눈 속에 묻혀 삶의 발자국들을 남기고 있었습니다.
아파트 조그만 언덕에는 벌써 아이들이 만들어놓은 눈썰매장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달리고, 미끄러지고, 넘어지고, 뒹굴고, 웃고의 연속이었다. 깔깔대고 웃는 그 웃음 속에서 눈에 대한 아이들의 동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신나게 뒹구는 아이들의 모습 속에서 희망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파트 미끄럼 언덕엔 이제 아무도 없습니다. 날도 바뀌었습니다. 해가 뜨면 눈도 녹아 없어지겠죠. 하지만 첫눈과 함께 한 많은 사람들의 소망과 추억이 그들의 마음 한 구석에 오래오래 간직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피곤에 지쳐있을 때 향긋한 향수와 함께 힘이 되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