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제청 후보자 추천을 놓고 비공개추천 원칙의 대법원과 공개추천의 시민사회단체들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 가운데 1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과 참여연대가 신임 대법관 후보자 4명을 공개적으로 추천해 주목된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이날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2003년 대법관 임명 과정에서 ‘시민추천위원회’ 활동을 전개한 두 단체는 당시 박시환 변호사, 박원순 변호사, 이홍훈 판사, 최병모 변호사 등을 바람직한 대법관 후보로 추천한 바 있다”며 “그 활동이 여전히 유효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며 공개 추천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대법관 제청 후보자를 공개적으로 추천할 경우 추천된 후보자를 대법관제청자문위원회 심의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이다. 때문에 이날 공개적으로 추천된 인사는 심의 대상에 포함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대법원의 방침과 정면으로 배치될 뿐만 아니라 이들 두 단체는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추천했을 뿐 실제로 법원행정처에 서류를 통해 후보자를 공식 추천하지 않았다. 때문에 다른 개인이나 단체가 이들을 중복 추천하지 않을 경우 사실상 심의대상에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민변 강곤 대외협력 간사와 참여연대 박근용 사법감시센터 간사는 “법원행정처에 후보자를 추천했느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2003년과 2004년 후보자들을 추천했고, 그 추천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이번에 따로 법원행정처에 후보자 추천을 접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변·참여연대, 대법관 인선 및 사법개혁에 대한 공동기자회견 내용 뭘 담았나?
이날 민변 이석태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대법원장을 포함해 대법관 6명이 교체되기 때문에 올해야말로 사법부가 어떻게 구성되고 운영될지 결정하는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며 “민주주의가 발전할수록 분력이 분산되고 법치주의 원칙이 적용되는 사회가 돼야 하므로 최종심인 대법원의 인적구성이 전면 재구성되기를 바라는 국민의 염원을 담아 이번에 대법원이 전면 개편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사회를 진행한 참여연대 김민영 시민감시국장도 “올해 변재승 대법관 이외에 5명의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1명이 바뀌면서 법조 내부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법조계 내부를 중심으로 이뤄졌던 이들에 대한 임명 및 추천 과정은 민변 등이 요구하는 것처럼 공개적이고 민주적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참여연대 차병직 집행위원장(변호사)은 “대법관은 국민이 선출하지도 않고,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지지도 않는 등 민주적 정당성이 취약하고 나아가 고위 경력직 법관 일색의 대법관으로 구성된 대법원은 국민들과 유리돼 폐쇄적이고 자족적인 관료 시스템으로 변질돼 왔다”고 지적했다. 차 집행위원장은 “그 결과 대법관은 관료 사법의 승진체계에서 최종적인 목적지로 인식되기에 이르렀고, 국민의 인권보장과 관련한 판결들에서 진보와 보수 사이에서 현저하게 균형을 잃은 보수일색의 판결들이 줄을 잇고 있다”고 지적했다.
차 집행위원장은 특히 “사법권력도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국민주권 원리의 실현 즉 사법의 민주화가 미완의 개혁과제임을 다시 한 번 통감하지 않을 수 없고, 무엇보다 관료 사법의 지양을 위한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가 긴요하게 요청된다”고 밝혔다. 또 “이런 인식에 기초해 대법관 임명에 관해 인선 기준 및 절차를 제시하고, 이의 관철을 위한 행동 계획을 밝히는 것”이라고 공동기자회견을 취지를 설명했다.
민변 장주영 사무총장(변호사)은 대법관 인선 기준 및 절차와 관련, “대법관 시민추천위원회는 대법원이 고위 경력직 법관 출신 일색으로 구성돼 지나치게 폐쇄돼 있고 사회적 약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어 ▲법원개혁에 대한 소신 ▲여성·노동·환경 등 사회 경제적 약자의 입장 대변 ▲행정·입법기관에 대한 견제 역할 수행 ▲법관 이이의 다양한 사회활동 경험을 인선 기준으로 제시한 바 있다”며 “대법원은 다양화된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를 반영할 수 있도록 대법관을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사무총장은 또 “사법개혁은 국민을 위한 것이지 결코 법조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님을 인식하고 대법원도 이러한 사법개혁의 대의에 동참할 수 있도록 구성돼야 한다”며 “대법원부터 국민의 고충과 억울함에 귀기울일 수 있는 이들로 구성해 국민으로부터 유리된 그들만의 사법부가 다시 국민들의 관심과 사랑 속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대법원 구성의 민주화 및 다양화를 위해서는 인선 절차 또한 민주적이어야 하는 만큼 대법관 인선 후보들에 대한 공개적이고 민주적인 검증 절차가 절대적으로 요청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런데도 대법원이 비공개 원칙의 내규를 개정한 것은 법원 조직의 안정이라는 관료적 관점에서 기수와 서열 중시의 기존 대법관 제청 관행으로 회귀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참여연대 임지봉 실행위원(건국대 법대 교수)은 “대법원장은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을 위해 다양한 사회적 가치가 반영될 수 있도록 대법원 인적구성을 다양화하라는 국민의 요구에 화답하라”며 “대법관 인선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비공개추천 및 추천 후보 공개시 심의대상 제외를 내용으로 한 대법관제청자문위원회 내규를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차병직 집행위원장도 “그동안 거듭 공개추천하며 우리의 의사를 밝혔다고 생각하며, 향후에도 또 다른 후보를 공개 추천할 것”이라며 “자문위 내규가 폐지되지 않을 경우 다른 방식으로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대법원을 압박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 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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