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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리는 시어머니와 말리는 시누이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더라"는 매우 말초적인 의미의 속담이 있다. 그런데 디지털 시대라고 자부하는 2005년 1월에 매우 전근대적인 이 속담이 위력을 발휘하는 사건이 터지고야 말았다.

바로 1월 16일부터 발효된 개정된 저작권법 조항 몇 개 때문이다. 지금 인터넷상에서 여러 억측과 해석이 난무하고 있는 것을 보며 무조건 흥분하기보다는 개정된 저작권법의 내용을 잘 이해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정된 저작권법의 내용

이번에 추가된 저작권법 조항은 제64조의 2항과 제67조의 3항이다. 이는 2000년 1월 12일자로 개정된 저작권법에서 저작권자의 권리로 추가 보호되었던 전송권이 올해부터 저작인접권자인 실연자와 음반제작자에게 저작인접권으로서 똑같이 부여되었다는 것이다.

전송권이란 저작권법의 규정(저작권법 제2조 9의2항)대로라면 일반 공중이 개별적으로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수신하거나 이용할 수 있도록 저작물을 무선 또는 유선통신의 방법에 의하여 송신하거나 이용에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이 전송권의 범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논란이 있지만 대체적으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파일 다운로드, 링크 등이 모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저작권법의 개정을 한마디로 풀이하면 바로 시어머니(저작권자: 작곡가, 작사가 등)에게만 부과되었던 전송권이 시누이(실연자, 음반 제작사: 가수, 배우, 음반제작사 사장)에게까지 확대됐다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정작 저작물을 창작한 창작자인 저작권자보다 그 창작물을 가지고 2차로 벌어 먹고 사는 시누이들이 더 설칠 판이다. 바로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게 마련일 밖에….

감시자가 많아졌으니 그만큼 '불법 펌'은 유의해야 한다. 그러나 이 법이 발효된다고 해서 당장 개인 블로그의 음악 펌이라든가 MP3 파일을 들으면 당장 잡혀간다는 식의 극단적인 보도들을 하는 것은 좀 지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인터넷 상에서의 불법 펌이나 불법 링크가 불법 행위라는 사실은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인 2000년 1월 12일로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도 MP3, WMA 등 파일 포맷·스트리밍 등 방식을 떠나 모든 음악관련물(모든 종류의 노래, 외국곡, 경음악, 뮤직 비디오 등)의 불법 공유, 펌, 스트리밍이 모두 불법행위던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 수많은 불법행위가 그냥 넘어갔을까? 그 이유는 저작권법은 여전히 친고죄이므로 당사자가 전송권을 걸고 고소하지 않는 이상 아무 문제 없기 때문이다. 즉 이제까지 음악 파일이나 다른 디지털 콘텐츠들의 무단 펌이나 링크는 정당한 행위가 아니라 잠재적인 불법 행위였지만 저작권자가 개인 블로그 등의 불법 펌을 묵인하고 넘어갔기 때문에 별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불법 행위를 묵인하고 하지 않고의 문제는 저작권자에 달린 것이지 불법행위를 아무 의식없이 해 온 네티즌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저작권자의 성향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지만, 저작권자가 개인 블로그 등의 불법 펌이나 링크를 묵인해 온 이유는 간략하게 몇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개인의 힘으로 인터넷 상의 수많은 개인 블로그등에 내 창작물이 불법 이용되었는가를 일일이 살핀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는 점이다.

둘째, 정작 불법행위를 알았다고 하더라도 불법 행위에 대해 일일이 고소해 소송을 해야 한다. 그 소송 비용과 시간을 부담하고 받게 될 이익을 따져 보았을 때 개인과 소송해서 이겨 봤자 번잡하기만 할 뿐 그리 돈 되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까지 저작권자의 위탁을 받은 저작권위탁업자들이 이후 금전적 이익이나 상징성 등의 효과가 큰 벅스뮤직이나 소리바다를 놓고 집중 고소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또 마지막으로 그 불법 펌이나 링크의 용도가 매우 악질적이거나 상업적이 아닌 이상 저작권자는 자신의 창작물이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고 이용되는 것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런저런 사정을 감안해 수많은 개인들의 불법 행위를 이제까지 묵인하고 넘어간 것이 아닌가 한다.

새로 받은 칼날은 현명하게 휘둘러야

그렇다면 이번 저작권법의 개정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하게 될까?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MP3를 놓고 볼 때 기존의 MP3의 무단 전송이나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해 가졌던 작곡가와 작사가의 권리를 가수나 음반 제작업체 사장에게도 부여한 것이다. 더 쉽게 말해서 음원 서비스에 대해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전송권 지분이 가수와 음반 제작업체에게도 확고하게 생긴 것이라고나 할까?

결국 음반제작업체나 가수들도 별도로 음원을 제작하지 않아도 디지털 음원에 대해 권리를 주장하고 영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영업 이익에 방해되는 디지털 음원 도용의 응징에 대해서는 더욱 확고해지고 집요해질 것은 분명하다.

예전부터 이미 불법행위였던 모든 행위가 감시꾼이 더 많아졌기 때문에 몇 배로 조심하고 곡 사용시 수많은 저작권자와 저작인접권자들의 눈치를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당장 MP3 플레이어를 들어서는 안된다느니 블로그에 걸어 놓았던 배경 음악을 없애라는 등이나 경찰이 일제 단속에 들어간다는 식의 너무 극단적인 반응은 좀 삼가고 사태 추이를 지켜보는 것이 더 현명한 대응이 아닐까 한다.

왜냐하면 이미 저작권자가 불법 펌을 용인하는 이유에서 살펴보았듯이 저작권은 아직 친고죄이므로 경찰은 저작권자의 고소없이 절대 임의대로 단속할 수 없다. 저작권자나 저작인접권자들은 당연히 소송 대비 이익을 따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고소를 남발하여 소송을 한다는 것은 그리 경제적인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저작권법 개정으로 시누이들이 많아지고 더 설치게 되리라는 것은 분명 사실이다. 하지만 그 시누이들이 할 일 없이 사이버상의 수많은 네티즌의 블로그나 미니홈피 등을 뒤지면서 이 음원은 불법 음원이니 아니니 하며 일일이 가리고 고소하는 등의 수고를 하려할까에 대해서는 좀 의문이다.

새해부터 네티즌을 뜨겁게 달구었던 개정 저작권법. 창작자에게 금전적인 대가를 지불함으로써 창작자의 창작 의욕을 고취시키려는 원래 의도와는 다르게 창작자의 배보다는 그 창작물을 상업적으로 이용하여 돈을 버는 사람들의 배만 더 부르게 만드는 꼴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이제까지 음반의 무단 디지털화 내지는 무단 디지털화된 디지털 컨텐츠(mp3, 동영상, 등등)가 공짜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엄연히 상업적인 대상물이라는 사실을 명백히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또한 이번에 새로 전송권을 부여받은 음반 제작사나 영화 제작사, 가수, 배우들도 새로 부여받은 칼날을 다분히 비영리적이거나 순진한 사적 영역에 여기저기 휘둘러 쓸 데 없는 분란을 일으키지 말고 골라가며 지혜롭게 휘둘러야 하리라 본다. 그렇지 않으면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들이 더 설쳐대서 꼴보기 싫다는 비아냥을 듣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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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을 그만두고 10년간 운영하던 어린이집을 그만두고 파주에서 어르신을 위한 요양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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