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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윤계남이! 이리 나오라우!”
윤계남은 장판수의 목소리에 무슨 일인가 싶어 나왔고 그런 그의 앞에 목검 하나가 툭 던져졌다.
“니래 평양에 가기 전에 나랑 한판 어울려 봐야 하지 안갓어? 어서 그걸 들라우!”
윤계남은 목검을 들지 않고 조용히 자리를 피하려 했다.
“어서 들라우! 아니면 내가 쳐들어 가갔서!”
윤계남이 여전히 들은 척도 하지 않자, 장판수는 재빨리 달려들어 윤계남의 어깻죽지를 후려쳐 쓰러트렸다. 소란을 듣고 달려온 사람들이 이를 말렸고 장판수는 울며불며 소리쳤다.
“와 이제야 그리 말하네! 니래 이럴 수가 있네!”
윤계남은 얻어맞은 어깨를 부여잡으며 천천히 일어났다.
“미안하네. 차마 말할 수가 없었네. 내 평양으로 가면 자네를 부르라 일러보겠네….”
“집어치우라우!”
장판수는 더욱 소란을 피웠고, 다음날 윤계남은 장판수의 얼굴을 보지도 않은 채 평양으로 떠났다.
“이보게 장초관(종9품 무관직으로 100명으로 구성된 1초를 통솔)! 수어사께서 부르시네!”
잠시 지난 생각에 잠겨 있던 장판수는 부장 김돈령이 이죽거리며 부르는 소리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평소 사이가 좋지 않은 김돈령이었기에 얼굴에 웃음까지 띤 모양새가 분명 좋은 일로 부르는 것은 아닐 것이란 생각이 장판수에게 들었다.
“그래 요즘은 조용히 지내고 있는가?”
수어사 이시백은 지치긴 했으나 여전히 날카로운 눈초리로 장판수를 응시하며 근황을 물었다. 고삐 풀린 망아지 같은 장판수도 이시백 앞에서는 항상 움츠려들 수밖에 없었다. 장판수가 병사들을 구타하거나 다른 무관들과 시비를 벌여 싸움을 벌일 때 이시백은 그를 엄히 다그쳤으나 자리에서 내치지는 않았다. 그만큼 격검과 활, 총 등 모든 무기에 능통한 장판수의 재주를 귀히 여기 까닭이었다. 장판수도 이를 알고 있었기에 이시백의 말이라면 충실히 따랐고 잘못에 대해서는 솔직히 인정하며 벌이 내려지면 이를 진정으로 받아들였다. 그렇기에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평소 장판수와 사이가 나빴던 부장 김돈령이 휘하 병사들에게 격검을 가르치고 있는 장판수의 모습을 보고서 시비를 걸어온 것이 발단이었다.
“그 따위 칼은 가르쳐 무엇 하려 하는가? 집어 치우고 활을 쏘고 창을 쓰는 연습을 시키거라.”
장판수는 자신이 가장 장기로 여기는 칼에 대해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것이 못마땅했으나 상관이라는 것 때문에 일단은 참고 묵묵히 격검 수련을 계속 진행했다. 그럼에도 눈치 없는 김돈령의 이죽거림은 계속되었다.
“병사들을 모두 왜놈들 마냥 칼춤이나 추게 만들텐가? 아니면 망나니라도 만들 참인가? 어쩌면 네 놈 아비가 망나니였느냐?”
장판수는 그 말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목검으로 김돈령의 머리를 강타했다. 김돈령은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고 쓰려졌고 장판수는 이 일로 옥에 갇히게 되었다. 장판수는 자칫하면 갑사에서 내쳐질 수도 있었지만, 주위에 있던 병사들을 불러 자초지종을 들은 이시백은 이런 결정을 내렸다.
“먼저 김돈령이 잘못한 바가 있으나 함부로 폭력을 쓴 장판수 또한 죄가 없다고 할 수 없다. 장판수를 잠시 초관에서 체직하고 대신 매일같이 각 초를 돌며 격검을 가르치도록 하라.”
장판수는 이시백의 배려에 깊이 감복했다. 이후 김돈령이 노골적으로 장판수에게 시비를 걸어오는 일은 없었지만 언젠가는 그냥 두지 않겠노라 벼르는 눈치는 계속되었다. 장판수는 그 일을 떠올리며 나직이 말했다.
“착실히 소임에 임하려 노력하고 있사옵네다.”
장판수의 말에 이시백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조정대신들이 있는 자리에서 돌아오는 길이네. 내 그 일과 관련해서 자네에게 어려운 부탁을 하려고 하네.”
이시백의 완곡한 말투에 장판수는 몸 둘 바를 몰랐다.
“부탁이라니 과분한 말씀입네다. 그저 분부만 내려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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