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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고 자신감에 차 있는 허인혜 양에게

멀고 먼 길을 돌아 찾아온 원경고등학교였지요? 24살의 나이로 2학년에 편입하던 날, 가슴 설레던 추억이 엊그제 같은데 그동안 힘들고 어려움 속에서 흔들림도 많았지만 잘 극복해서 참 감사하였습니다. 오늘 영광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인혜 양의 밝게 미소짓는 얼굴 모습을 보면서 우리 원경 가족들은 모두 마음이 뿌듯합니다. 오늘 인혜 양의 졸업은, 늦었지만 어쩌면 가장 빠를지 모릅니다. 인혜 양의 마음에 희망과 기쁨이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그 마음 오래오래 간직하고 행복하세요.

졸업장과 함께 교장 선생님이 수여한 "마음의 향기"


▲ 원경고등학교 제 7회 졸업식
ⓒ 정일관
경남 합천의 대안학교인 원경고등학교(교장 정연수)가 지난 18일 제7회 졸업식을 거행하고 32명의 졸업생을 배출하였습니다. 지난 1998년 대안학교의 큰 꿈을 안고 개교한 후, 꾸준히 졸업생을 배출하여 올해 졸업생을 합쳐 모두 174명이 우리 사회의 소중한 일원이 되어 더 큰 출발을 하였습니다.

무수한 방황의 끝자락에서 이제 당당하게 졸업하게 된 졸업생들을 맞이하기 위해 원경고 선생님들은 "마음의 향기"를 쓰고 다듬고 쪽지로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고, 재학생들은 선물을 준비하여 이름을 붙이고, 3년 간의 교육활동과 추억을 담은 사진들을 직접 앨범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느라 무척 바빴습니다.

"마음의 향기"를 만들고 앨범을 만들면서 떠나는 졸업생들과의 마지막 정을 쌓았습니다.

18일 오전 10시 30분. 비가 올 듯 구름이 무거운 흐린 날씨 속에, 졸업생들과 재학생, 졸업생 부모와 가족들, 선생님들과 먼저 졸업한 선배들, 그리고 내빈 등 150여명이 꽉 들어차 입추의 여지가 없는 강당에서 졸업식은 시작되었습니다.

졸업생들의 성공적인 앞길을 염원하는 기도 속에 엄숙하게 시작된 졸업식이었지만 졸업생들이 3년간 수행해 왔던 많은 교육활동의 추억을 담고 학교장과 후배들의 화상 축하 메시지를 담은 "그리운 학창 시절, 가슴 찡한 추억들"을 상영할 때는 모두 깔깔거리고 웃기 시작했습니다.

▲ 졸업장과 함께 "마음의 향기" 전달
ⓒ 정일관
동영상 상영에 이어서 진행된 "마음의 향기" 전달식은 전국에서 오직 원경고등학교만이 가진 독특한 순서였습니다. 형식적으로 졸업장만 주기에는 무척 아쉬워 학교장을 비롯한 전 교사들이 각각 비교적 인연 있는 학생들에게 사랑의 마음을 담은 쪽지를 졸업장과 함께 전달하는 시간입니다.

정연수 교장 선생님은 졸업생 중에서 제일 나이가 많은 26살 만학도 허인혜에게 "마음의 향기"를 가장 먼저 전달하였는데, 허인혜 학생은 24살에 2학년으로 편입하여 여러 가지 우려곡절과 어려움을 잘 극복하여 마침내 졸업하고 대학 진학까지 하게 된 학생으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축하를 받았습니다.

32명의 학생들을 모두 불러내어 일일이 "마음의 향기"를 읽어주고 졸업장을 전달하는 시간이 가장 길었지만 아무도 지루해하지 않았고, 읽어주는 "마음의 향기"가 모두 간절하고 아름다운 법문으로 졸업식에 참가한 모든 분들의 심금을 울렸으며, 우레처럼 뜨거운 박수를 보내 졸업생들을 힘차게 격려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 이사장 장학금을 받는 3년 개근의 전형진 학생
ⓒ 정일관
상장과 장학금을 수여하는 시간에는 특별히 3년 개근을 달성한 전형진 학생이 있어 모두를 기쁘게 하였습니다. 대안학교의 3년 개근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어서, 전형진 학생은 이사장으로부터 장학금 100만 원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금연 장학금을 받은 학생도 있었는데, 금연 장학금은 김용주 학교운영위원장이 10년 전부터 금연을 실천하면서 모은 담뱃값으로 담배를 끊은 학생에게 지급하는 장학금으로 그 의미가 커서 많은 박수를 받기도 하였습니다.

▲ 학부모 정남숙 님의 학부모 감상담
ⓒ 정일관
이어진 학부모 감상담에서 이정엽 학생의 어머니인 정남숙씨는 "이번 제7회 졸업은 교장 선생님과 여러 선생님들의 각별한 제자사랑으로 맞이하게 되었고, 이에 학부모회도 힘을 더하여 대안학교가 지향하는 바를 이루는 원경이 되어 가고 있음에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며, 입학 때는 그저 전학할 궁리만 했는데 마침내 원경고에서 졸업하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고 하였습니다.

▲ 한성아 학생의 졸업생 회고담
ⓒ 정일관
졸업생 회고담 시간에서는 한성아 졸업생은 "고등학교 동안 학생이라는 한길을 직선으로 가지 못하고 돌아서 돌아서 참 힘들게 지나왔다. 이젠 직선으로만 가던 학생들이 사회라는 셀 수 없이 수많은 길에서 우왕좌왕할 동안 저흰 남들보다 빨리 목표의 정점에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며, 원경고등학교를 "작지만 너무나 큰 학교"이므로 자랑스럽다고 회고하였습니다.

졸업식이 끝나고 밖을 보니 눈보라가 날리고 있었습니다. 눈은 금방 녹아서 운동장을 적셨지만 학교를 품고 있는 미타산은 하얗고 장엄한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평소에도 아름다운 미타산이었지만 품에서 빠져나가는 졸업생들에게 산은 더 그윽한 아름다움으로 떠나는 졸업생들을 배웅하는 듯 하였습니다.

▲ 원경고등학교의 졸업생 멋쟁이들
ⓒ 정일관

졸업생 회고담

졸업!
이 단어만 써놓고는 형언할 수 없는 섭섭한 느낌에 하루가 지나 다시 펜을 듭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어떤 말로 이 느낌을 표현해야 하는지. 가슴 속 알 수 없는 뜨거움. 남들과는 참 다르게 살았던 것 같습니다. 진정 불만과 말하고 싶은 것들은 말하지 못한 채 세상의 따가운 눈초리도 받으며 가슴 아파하고 다시 위로하며 살았던 것 같습니다. 원경고등학교 3년은 마치 장맛비 내리는 어느 여름날과 닮아 있었던 걸 모르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원경고에서 보낸 수많은 날들. 친구들과 웃고 떠들고 같이 붙어서 잠들었던 많은 밤들. 저녁 시간 운동장을 뛰다 드러누워 보았던 예쁜 별들. 처음엔 징그러웠지만 지금은 귀여운 땅강아지들.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가는 기분좋은 따뜻한 바람이 있는 봄. 온 들녘과 산들이 초록빛으로 눈을 편하게 해주던 여름. 누렇게 익은 벼들 사이로 싸이클 타고 지나가면 마음까지 풍성하던 가을. 욱씬한(?) 추위로 여기가 진정 시골이구나 하는 걸 몸소 느끼게 된 겨울. 향기로운 소똥냄새. 국토 순례 가서 지치고 고단했던 저녁 피로를 풀어준 합천 고가송주. 이런 헤아릴 수 없는 우리 추억을 얘기하니 가슴이 뭉클해지려 합니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이 났습니다. 출발 신호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학생이라는 한길을 직선으로 가지 못하고 돌아서 돌아서 참 힘들게 왔습니다. 이젠 사회라는 셀 수 없이 많은 길을 직선으로만 가던 학생들이 우왕좌왕 하는 시기에 저흰 남들보다 더 빨리 목표의 정점에 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중략>

졸업하는 날이 되어서야 선생님들은 선생님이 아니었단 걸 느끼고 있습니다. 선생님들은 저희 부모님이셨습니다. 선생님이라 하면 아무 이유없이 벽을 쌓고 지내곤 했지만, 이 학교에서 처음으로 선생님들과 장난도 쳐보고 의지도 하고 기대어도 보았습니다. 참 생각하면 죄송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교차합니다. 그 은혜가 너무 크기에 무슨 말부터 놓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선생님....! <중략>

소중한 나, 은혜 속의 나, 마음 잘 쓰는 우리. 기본적이지만 중요한 진리를 소중하게 가지고 가겠습니다. 원경고등학교! 작지만 너무나 큰 학교 자랑스럽습니다. 감사합니다.

/ 한성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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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의 작은 대안고등학교에서 아이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시집 <느티나무 그늘 아래로>(내일을 여는 책), <너를 놓치다>(푸른사상사)을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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