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김인기 화백 작품
김인기 화백 작품 ⓒ 김형태

물빛사랑 3

밀물처럼 아침처럼 다가와
어느새 나의 마음을 송두리째 삼켜버린 너
내 마음은 지금 모래톱의 조가비
정말 아무 것도 남은 게 없는 알거지

오 내 마음의 주인이여
차라리 나를 정복하소서


물빛사랑 5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아무 것도 두려울 게 없다
엄마 젖을 입에 문 아가처럼
온 세상이 모두 내 것이다


물빛사랑 6

잠자다 일어난 사람처럼 흐트러진
비 맞은 낙엽처럼 어지럽게 나뒹구는
나의 뜨락에
너라는 샛바람이 찾아오고부터는
저절로 사랑의 휘파람이 터져 나온다
너무도 아름다운 음악이 빚어져 나온다


물빛사랑 8

아침 해처럼 늘 변함없는 마음으로
동시에
저녁 달처럼 시나브로 변화를 주는 몸짓으로
그렇게
너와 내가 엮어가는 사랑의 예술


물빛사랑 12

우리 사랑은
지금
생가동 중


물빛사랑 13

칠하고
덧칠해도
점점 투명해지는 손톱처럼

너와 내가
여울져 흐를수록
물보라처럼
하얗게 빛나는
물빛 사랑



따르르릉----- 전화벨 소리다. 거실로 나가 전화를 받았다. 받아보니 노진이었다. 이러다가 얼굴 잃어버리겠다며 만나잖다. 좋다고 했다. 강남에 있는 자기 병원으로 오라는 것을 여의도에서 만나자고 했다.

방으로 들어온 나는 마술 상자 같은 추억의 상자를 덮었다. 그리고는 외출 준비를 해서 여의도로 향했다. 내가 먼저 도착하여 창 밖으로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감상하고 있는데 노진이 왔다.

"정말 오랜만이다! 종종 얼굴을 보면서 살자."

"그래 그러자."

서로 어떻게 지냈는가 먼저 안부를 확인한 다음 내가 다시 그에게 물었다.

"제수씨와 아이들은 잘 있지?"

노진도 서른이 넘도록 혼자 살았다. 그러다가 서른 둘인가에 결혼을 했다. 신부는 잘 나가는 중소기업체 사장의 딸이었다. 그는 처가 덕분에 젊은 나이에 벌써 병원장이 되어 있었다. 아이는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두고 있었다.

"그럼, 덕분에 잘 지내고 있지. 야, 이젠 너도 이제 장가를 가야 되지 않겠어?"

"장가는 무슨……."

"그럼, 평생 그렇게 살 거야. 그러지 말고 이젠 결혼해서 너도 남들처럼 살아봐. 왜 내가 참한 색시 하나 소개시켜 줄까?"

"됐네 이 사람아, 우리 어머니가 주선하는 맞선만으로도 골치가 띵띵 아프다네."

"선을 보긴 봤구나? 그래 소득은 있었는가?"

"다른 사람들은 어디 여자로 보여야지. 여자로 보이지도 않는 사람하고 결혼하면 서로 불행한 것 아냐?"

"하여튼 못 말린다. 네 그 지조와 정절…… 열녀문, 아니 열남문이라도 하사해야 되는 것 아냐?"

"뭐야 임마. 사람 놀리고 있어."

저녁을 먹고 난 후 노진이 술 한잔하자고 해서 처음에는 무슨 술이냐고 사양하다가 그럼 기왕이면 한강이 보이는 선착장으로 가서 한잔하자고 했다.

유람선 선착장 안에 있는 차와 술, 둘 다 주문이 가능한 한 레스토랑에서 우리는 맥주를 마셨다. 한강이 비를 피하지도 못한 채 고스란히 맞고 있었다. 왠지 비에 젖는 한강이 추워 보였다.

"비를 보니 갑자기 메뚜기 그 녀석이 생각나는군. 살아있으면 좀 좋아."

노진이 한철이 생각났는지 그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다 내 잘못이야. 내가 처신을 좀더 분명하게 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마라. 그렇게 되려니까 그렇게 된 거지 너 때문이라니. 괜한 자책이야."

"그래도 왠지 나는 내 잘못인 것만 같아 영 기분이 그래"

"글쎄,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니까."




* 독자 여러분의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37회에서 계속됩니다.

덧붙이는 글 | 리울(아호: '유리와 거울'의 준말) 김형태 기자는 신춘문예 출신으로 시와 소설을 쓰는 문인이자, 제자들이 만들어 준 인터넷 카페 <리울 샘 모꼬지(http://cafe.daum.net/riulkht)>운영자이다. 글을 써서 생기는 수익금을 '해내장학회' 후원금으로 쓰고 있는 선생님이기도 하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