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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미 전국은 물론 전 세계에 안락사 논쟁의 불을 지폈던 플로리다의 '시아보 케이스'가 또 다시 논쟁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탬파 트리뷴지를 비롯한 플로리다 언론들은 26일 플로리다 지방법원 조지 그리어 판사가 마침내 식물인간 테리 시아보의 급식 튜브를 3월 18일 오후 1시에 제거할 수 있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번 결정은 테리가 심장발작을 일으켜 식물인간이 된 지 정확히 15년째 되는 날에 나온 것으로, 테리의 남편이자 보호자인 마이클 시아보가 지난 2003년 테리의 급식 튜브 제거를 요청한데 따른 것이다.

3주간 '말미' 얻은 식물인간 딸 부모들

지난 2월 18일 이후 플로리다 법원이 세차례나 테리의 튜브 제거일 결정을 미뤄오다 이번에 결정을 내리기까지 일반인들은 물론 미국 언론은 사태의 추이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워 왔다.

이로써 일단 테리의 부모들은 딸에게 급식튜브를 계속 끼도록 할 방안을 찾을 3주간의 여유를 얻게 되었다. 시아보의 부모들은 그동안 딸의 급식튜브 허용을 위해 생명존중 단체와 연계해 일반인들의 관심과 동조를 끌어내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기울여 왔다.

이들은 플로리다 주지사인 젭 부시까지 움직여 딸의 생명을 연장시키려 했고, 이제까지 성공을 거두어 왔다.

2003년 10월 플로리다주 법원은 테리의 급식튜브 제거를 허용했으나 튜브가 제거된 지 6일째 되던 날 테리의 부모의 호소를 접수한 젭 부시 주지사가 나서 일사 천리로 일명 '테리법' (Terri's Law)을 통과시켜 테리에게 튜브가 다시 제공됐다.

'테리법'은 "식물인간 가족이 튜브 제거를 반대할 경우 주지사가 재 삽입을 명령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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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테리의 남편 마이클 시아보는 "테리가 살아 생전에 인공적인 방법으로 생명을 유지하고 싶지 않다고 말을 한 적이 있다"며 테리의 튜브제거를 다시 법원에 요청했고, 테리 부모는 이에 대항하여 맞대결을 펼쳐왔다.

또다시 꼬이기 시작하는 '시아보 케이스'

한편 이번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시아보 케이스는 간단히 끝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25일 < 탬파 트리뷴 >은 지역 신문으로는 처음으로 '시아보 케이스'의 이면에 숨겨진 아이러니한 문제를 드러내 또하나의 논란 거리를 제공했다.

<탬파 트리뷴>은 "병적 다이어트 위험성 드러내다"라는 기사를 실어 올랜도 센티널 지등 유력신문들이 그동안 행간에 잠깐 언급하고 지나간 사실을 상세하게 드러냈다.

<탬파 트리뷴>의 보도 내용인즉, 테리는 식물인간 상태가 되기 전까지 수년 동안 자신의 체중을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구토를 해왔고, 결국 5피트 3인치(약 160Cm) 키에 200파운드정도 나가던 몸무게에서 65파운드 정도 감량을 했다는 것.

본래 또렷한 이목구비를 지니고 있었던 테리는 체중 감량 이후 남편이었던 마이클 쉬아보를 만나 결혼했다. 그러나 이후로도 테리의 체중과의 싸움은 계속 됐으며 결국 심장 발작 증세를 일으켜 뇌에 산소공급 문제로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테리를 담당했던 의사에 대한 의료소송 과정에서 나왔다. 당시 밝혀진 사실은 테리가 체중 감량을 위해 아이스 티 등 음료수만을 마셨으며, 어쩌다 음식을 섭취한 후에는 곧바로 토해내는 등 일련의 '병적 다이어트'를 시도해 오다 1990년 심장발작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당시 테리의 한 친구도 테리가 식사 후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간다는 것을 친구들은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아보 케이스는 병적 다이어트가 불러올 수 있는 위험성 보여준 것"

탬파 트리뷴은 "시아보 케이스는 병적 다이어트가 불러올 수 있는 위험성을 보여준 것" 이라며 "그러나 오랜 시간 후에야 나타날 수 있는 위험을 그 누가 정확히 꼬집어 줄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이어 "테리는 날씬함을 선호하는 사회 풍토의 희생양" 이라며 "어쩌면 급식튜브에 의한 식물투입은 그녀가 마음껏 먹고 싶었던 욕구를 성취해 주는 유일한 길일 지도 모른다"고 시아보 케이스의 '아이러니'를 지적했다.

테리의 식물인간상태와 관련하여 수면아래 감춰진 사실이 다시 불거지자 테리의 아버지는 "딸이 다이어트 문제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사위가 딸의 심장발작에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믿고 있다"며 이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자세다.

미국에서는 지난 수년간 안락사 허용여부를 둘러싼 소송이 벌어져 왔으나 이번 시아보 케이스 만큼 지루하게 싸움이 이어진 적은 없었다. 그동안 이 사건을 맡은 재판장만 19명에 달하고 급식 중단 판결도 세차례나 내려졌다 뒤엎어졌다.

그렇잖아도 사안의 복잡성과 테리의 부모와 남편측의 첨예한 대립으로 논란을 일으켜 왔던 시아보 케이스는 이제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띌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일단 코너에 몰린 테리의 부모측이 어떤 대응을 펼치게 될지 최대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플로리다 <코리아 위클리>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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