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3월6일 아침 정동제일교회에서 예배를 드린 일본 야마나시 에이와여고 학생들.
3월6일 아침 정동제일교회에서 예배를 드린 일본 야마나시 에이와여고 학생들. ⓒ 이덕림
이날은 마침 3·1절 기념 예배를 보는 주일이었습니다. 설교의 주제도 이스라엘 민족의 출애급(出埃及; Exodus) 사건을 통해본 한민족의 독립운동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이들이 통역을 통해 설교 내용을 제대로 파악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학생들은 조용히, 진지한 자세로 듣고 있었습니다.

이들이 정동제일교회를 찾아 예배를 드린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1885년 아펜젤러 목사에 의해 설립되어 올해로 창립 120주년을 맞는 정동제일교회는 3·1만세운동 당시 기독교 측의 구심점 역할을 했습니다. 33인에 참여한 이필주(李弼柱), 박동완(朴東完) 두 사람은 바로 정동교회의 담임목사와 전도사였습니다.

그뿐 아니라 정동제일교회는 이화학당 학생이었던 유관순(柳寬順) 열사의 눈물의 기도가 서려 있는 곳입니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3·1운동을 앞두고 유 열사는 정동교회 벧엘예배당 파이프 오르간 뒤 골방에서 태극기를 가슴에 품고 오랫동안 간절한 기도를 드렸다고 합니다.

미쓰이 선생님과 학생들.
미쓰이 선생님과 학생들. ⓒ 이덕림
학생들이 정동제일교회에서, 그것도 3·1절 기념예배를 본 소감이 어떠했는지는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들의 맑은 눈동자를 보면서 굳이 ‘독도 망언’이나 ‘한승조 파문’ 같은 것을 떠올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만 학생들을 인솔하고 온 미쓰이 다카코(三井貴子, 영어 담당) 선생님으로부터 “한국의 교회들은 참 크고 아름답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들 일행은 제암리교회와 독립기념관도 둘러볼 예정이라고 합니다. 부디 맑은 눈동자로 어두운 과거사를 직시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다음 세대는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는 기독교의 가르침대로 ‘일의대수(一衣帶水)의 나라’가 서로 ‘착한 이웃’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야마나시에이와여고와 이화여고는 10여년 전부터 교류해온 사이랍니다. 한 세기가 훨씬 넘는 역사와 교육이념의 공통점, 거기에 우연의 일치와도 같은 ‘배꽃(梨)’이 들어간 학교 이름이 둘 사이를 가깝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2003년 정식으로 자매결연을 체결한 뒤엔 수학여행을 오갈 때면 서로 홈스테이를 제공하는 등 각별한 우정을 쌓고 있다고 합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