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낙안읍성 곳곳엔 대장금 촬영지임을 알리는 푯말이 붙어있다
낙안읍성 곳곳엔 대장금 촬영지임을 알리는 푯말이 붙어있다 ⓒ 서정일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푯말만 보고도 벌써 가슴이 설레는 듯 종종걸음으로 걷기 시작한다. 고향의 풍취를 느끼는 고샅길도, 사립문도 제쳐두고 담장 너머 살포시 앉아 있는 장독대도 마다하고 내달음 친다.

하지만 막상 도착하면 현수막 하나만이 그곳이 그때 그 장소임을 알려줄 뿐이다. 대장금 촬영지라고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설물들을 볼 수 있을 뿐이다. 더구나 뒤를 돌아가 보면 문에 있어야 할 창호지는 바람에 날려 없어진 지 오래고 부엌문은 너덜너덜하다.

집을 살펴보면 창호지가 바람에 날려 반쯤 찢어진 상태 그대로다. 관리가 안 되고 있음을 한눈에도 알 수 있다
집을 살펴보면 창호지가 바람에 날려 반쯤 찢어진 상태 그대로다. 관리가 안 되고 있음을 한눈에도 알 수 있다 ⓒ 서정일
얇은 합판으로 된 벽은 휘어져 들떠 있고 임시방편으로 못질을 해 놓은 문은 차라리 없는 것만 못하다. 여러 가지 볼 것들을 기대하고 달려왔던 사람들도 여간 실망하는 눈치가 아니다.

순천시 소속 읍성관리소 측은 이 세트장이 문화재가 아닌 드라마 촬영을 위해 임시적으로 설치된 가건물이란 점을 강조하면서도 "드라마 촬영이 끝난 뒤 곧바로 철거할 예정이었으나 관광객을 위해 한시적으로나마 놔두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 있어 철거를 뒤로 미뤘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어 "일회용이다시피한 세트장이고 문화재가 아니기에 유지·보수해야 할 근거가 부족해 관리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속사정을 밝혔다.

언제 쓸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마루엔 먼지가 수북이 앉아 있고 임시방편으로 못질 해 놓은 문은 차라리 없는 것만 못하다
언제 쓸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마루엔 먼지가 수북이 앉아 있고 임시방편으로 못질 해 놓은 문은 차라리 없는 것만 못하다 ⓒ 서정일
낙안읍성이 드라마 촬영지로만 알려지는 것도 그리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본래의 의미를 잃어버릴 수도 있거니와 자칫 전통과 문화가 살아 있는 낙안읍성이 아닌, 무슨 '드라마 촬영지 낙안읍성'으로 사람들에게 기억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드라마 제작진에게 개방한 것은 드라마 촬영지라는 점이 낙안읍성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는 긍정적인 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긍정적 효과를 관광으로 연결시키려면 '관리'는 필수이다.

뒤늦게나마 문제를 인식한 관리사무소 측이 '조속히 조치토록 하겠다'고 했으니 두고 볼 일이지만, 또 다시 관리소홀로 인해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 낙안읍성 함께 만들어보자
http://www.nagan.or.kr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