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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 대안학교인 원경고등학교는 요즘 무척 분주합니다. 신입생들이 들어오고 나서 재학생들과 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몸짓들이 한창이기 때문입니다.

▲ 환영회를 하기 위해 모인 원경고 신입생과 재학생들
ⓒ 정일관
입학식을 치르고 나서 바로 신입생 환영회를 가졌습니다. 올해 신입생 환영회는 선생님들과 재학생들의 특별한 정성 속에 열었습니다.

몸과 마음을 푸는 레크리에이션에 이어 필자의 사회로 이루어진 '나는 이런 사람이에요' 시간에는 이름 삼행시를 발표하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의 프로필과 특징들을 상세히 소개하였고, 재학생들도 아울러 소개함으로써 신입생과 재학생이 서로 알고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소개하는 시간을 마무리하면서 교장 선생님들과 모든 선생님들이 손잡고, 신입생을 환영하는 노래 "우리는 한 가족"을 불러 더욱 훈훈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 얽힌 팔을 풀듯, 우리 잘 풀어갑시다.
ⓒ 정일관
다음 날에도 환영회를 계속하여 꼬아서 잡은 팔 풀기, 풍선 터트리기, 노래 자랑 등의 놀이를 통해 흥겹게 몸을 부대꼈고, 오후에는 두 사람이 손을 잡고 모두 참가하는 '화합 축구'와 여학생들만 따로 하는 '화합 피구'를 하면서 '화합'을 다지기 위해 땀을 흘렸습니다.

▲ 하트 모양의 촛불로 사랑을 나누고
ⓒ 정일관
저녁 식사를 하고 나서는 강당에 다시 다 모였습니다. 그러나 이때는 촛불을 들고 모였습니다. 선생님들로부터 불붙인 촛불을 들고 모두 둥글게 앉아 고요히 들려오는 명상의 말씀들을 들으며 나와 부모와 친구와 자연과 공동체의 소중함을 명상하면서 사랑과 은혜를 가슴에 안고 신입생 환영회를 마감하였습니다.

신입생 환영회가 끝났다고 해서 바로 수업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3월 둘째 주 7일부터 9일까지 2박 3일간 충북 음성 꽃동네로 봉사체험활동을 떠났습니다. 이번 봉사체험활동은 봉사활동을 중시하는 원경고등학교가 신입생들에게 봉사활동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 위함도 있지만 선후배간에 체험활동을 통해 더욱 하나되는 계기를 제공하기 위한 것입니다.

▲ 점점이 우리의 마음도 빛나네
ⓒ 정일관
꽃동네에 가서 '사랑체험'이라고 이름지어진 봉사활동도 하였지만 '관 체험', '레크 댄스', '수화', '장애 체험', 태아 동산 견학을 통한 '성교육' 등을 다양하게 겪음으로써 이제 막 새 학기를 시작하는 모든 학생들이 나에 대한 소중함과 함께,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해 마음을 여는 참으로 소중한 시간들이 되었습니다.

▲ 우리 잘 살자-사랑으로 잡은 손에 흐르는 정
ⓒ 정일관
꽃동네를 다녀와서 학교는 학생들이 직접 작성하고 사진을 붙인 전교생들의 자기 소개서를 복도 창문에 일제히 게시하였습니다. 복도를 오며 가며 새로 온 학생, 이미 와 있었던 학생들이 서로를 들여다보며, 하루라도 빨리 익숙해지고 친근해지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간혹 창피하다면서 자기 사진을 떼어간 학생이 있긴 했으나 대체로 호기심 어린 눈으로 소개서를 보며 익히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하면서 신입생들이 공동체에 안착하게 하고 재학생들도 새로운 후배들을 수월하게 받아들이도록 하는데 필요한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의 결과 이제 많이 편안한 관계가 형성되고 있어 무척 다행스럽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겠지요. 아직 멋모르는 신입생들과 올챙이 시절을 잊어먹은 재학생들이 마음을 통하지 못하고 불편해지는 갈등 상황도 일어납니다.

▲ 예쁘게 봐주세요-복도 창문에 게시된 자기소개서
ⓒ 정일관
선생님들은 기숙사 방에서 저녁 시간에, 두 차례 3학년과 2학년 아이들을 각각 불러 놓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내리 사랑에 대한 재학생들의 시샘도 듣고, 신입생들의 "꼴"을 보아주지 못하는 조급함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아름답고 건강한 공동체 문화를 이루고 발전시키는데 중심이 되어야 할 재학생들의 중요함을 나누며 선생님들의 따뜻한 믿음을 전하기도 하여 아이들이 스스로 그 문제 상황을 확산시키지 않고 해결하게 하며 평온해지도록 하였습니다.

▲ 저는 이런 사람이에요
ⓒ 정일관
신입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재학생들을 윽박질러서야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음을 선생님들은 잘 알기 때문에, '끌어안음'을 통해 마음을 녹이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재학생들의 심정을 헤아리고 들어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것이 곧 '기다림의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입생들은 학교의 새싹입니다. 학교에 새 움들이 여기저기서 올라와 곳곳에서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비록 어설픈 몸짓이지만 봄볕 같은 선생님들의 사랑과 관심의 훈김을 쐬며 마디와 줄기가 굵어져 가겠지요. 꽃샘 추위가 있더라고 그것도 은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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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의 작은 대안고등학교에서 아이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시집 <느티나무 그늘 아래로>(내일을 여는 책), <너를 놓치다>(푸른사상사)을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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