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장생포는 고래항구이고 고래박물관(오른쪽에 보일듯한 건물)도 있다.
장생포는 고래항구이고 고래박물관(오른쪽에 보일듯한 건물)도 있다. ⓒ 추연만
스스로 희망을 개척한 고래의 생태를 연상하며 난생 처음 찾아간 장생포. 여느 항에는 볼 수 없는 긴 포구가 유난히 눈에 꽉 들어찬다. 이런 포구는 큰 바다에서 밀려온 파고를 자연스레 막아줘 고깃배가 안전히 정박하기엔 안성맞춤인 셈이다.

“이런 지형은 자연이 준 보물로 항구로는 더없이 제격이다”라는, 동행한 위덕대 채종한 교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길고 가는 포구’인 천혜의 지형을 일컬어 그 이름도 ‘장생포’라 지었다 한다. 장생포는 포경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어 퍽 인상적이었다.

고래 고기 파는 집이 대여섯 눈에 띄고 항만 담장 여기저기에 고래벽화가 있어 이방인 눈길이 머문다.

장생포는 천혜의 항구로 배들은 안전히 닻을 내리고
장생포는 천혜의 항구로 배들은 안전히 닻을 내리고 ⓒ 추연만
‘고래도시 울산’이란 안내판 옆에 새로 건립하는 고래박물관은 항구의 명물로 마무리 공사로 부산한 풍경이었다. 박물관 안뜰에는 기술자들이 포경선 복원에 바쁜 손놀림을 하고 있다. 고래를 노래한 장생포 타령을 새긴 자연석이 포경선 옆에 우뚝 서 있었다.

“장생포가 고래항구로 으뜸인 흔적이 있나요?”

조심스레 말을 걸자 이내 답변이 온다.

“70년대엔 포경선이 스무 척이나 있었지. 그땐 지나던 개도 돈을 물고 다녔지. 오죽하면 ‘장생포 포수는 울산군수와 안 바꾼다’는 말이 나돌았을까?”

해안을 따라 즐비하게 들어선 공장 시설과 오가는 배
해안을 따라 즐비하게 들어선 공장 시설과 오가는 배 ⓒ 추연만
고래박물관 건너 해안선을 따라 즐비하게 자리를 잡은 공장들은 장생포 역사에 새로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고깃배는 항구에 닻을 내리고 ‘공업용 선박’이 장생포를 바삐 오간다. 고래항구 장생포가 공업항구로 변모해 가고 있다.

이제 장생포는 포경의 추억을 간직한 채, 고래축제로 또다시 꿈틀거린다. 장생포 바다는 ‘귀신고래’가 회유하는 곳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장생포 사람들은 해안에 바짝 붙어 있다가 물 위로 힘차게 솟구치는 한국계-귀신고래를 기다린다.

장생포를 떠올리는 사람들은 고래의 생명력을 귀히 여긴다. 고래는 떠났으나 항구에는 고래의 기상이 여전히 살아있지 않을까? 과거를 딛고 미래의 희망을 노래할 축제에 작은 소망을 빌어 본다. 공업도시 울산이 생태도시로 거듭나는데 장생포가 그 한복판에 있었다.

'포경의 추억'을 간직한 채 고래박물관 옆에서 낚시하는 할아버지.
'포경의 추억'을 간직한 채 고래박물관 옆에서 낚시하는 할아버지. ⓒ 추연만

장생포 그물 손질
장생포 그물 손질 ⓒ 추연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