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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살 난 조카가 있다. 이름은 김대현
조카는 한 시도 쉬지 않는다. 자주 보지 못하지만 볼 때마다 작은형과 너무 똑같이 생겨 "제발 작은형 성격은 닮지 말아라"고 평소 작은형에 대한 어릴 적 불만을 장난스럽게, 형 듣는 곳에서 말하곤 했다.

녀석은 우리 집 귀염둥이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이 녀석만 오면 집에 생기가 돈다며 대현이를 품에 안고 놓아주지를 않는다.

그런데 이 녀석이 지난 3월 14일 날 아파트 6층에서 떨어졌다.

형수 말에 의하면 형이 광주로 회사를 옮기고 난 후 대현이가 잠을 잘 자지 못하고 뒤척이고 허전해하는 것 같다며 혹시 몰라 거실에서 자고 있는데 갑자기 베란다 문이 확 열리고 찬바람이 들어와 깜짝 놀라 이리저리 대현이를 찾아보았지만 대현이는 집 어느 곳에도 없었단다.

혹시 하는 맘으로 아파트 아래쪽을 쳐다보았더니 아이가 떨어져 있는 것을 확인하고 너무나 놀란 마음으로 뛰어 내려갔다

대현이는 눈을 뜨지 못한 채 "엄마 추워요"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바로 여천전남병원 응급실로 향했고, 병원에서는 바로 중환자실로 옮겨 할 수 있는 모든 검사는 다 했다.

온 집안이 발칵 뒤집혔다. 광주에서 직장 다니던 작은형도 부랴부랴 내려오고, 서울에 있는 외할머니도 내려오고, 어장일 나간 할아버지도 돌아오고, 집에 있던 할머니도 병원으로 향했다.

아버지(대현이 할아버지)에게서 뒤늦게 점심 무렵 전화가 왔다.
"대현이가 다쳐서 병원에 입원했으니 퇴근하고 내려오너라"
"많이 다쳤나요? 어디가?"
"아니 그냥 좀 다쳤단다."
어머니(대현이 할머니)는 한사코 막내인 나에게 놀랜다고 연락을 하지 말라고 했단다.

걱정되어 형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수님 대현이가 다쳤다면서요?"
"네."
평소답지 않게 잠긴 목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많이 다쳤어요?'
"아파트 6층에서 떨어졌어요?"
"네! 뭐라고요?"
한동안 형수와 나는 말이 없었다.

괜한 자책감이 들었다. 자주 조카를 보러가지도 못하고 사랑을 주지 못한 것 같아 죄책감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순천에 살면서도 여수에 자주 내려가지 못했는데. 갑자기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12시가 조금 넘어가는 시간에 아버지께 전화가 왔다.
"허, 참 대현이가 뼈에도 이상이 없고, 검사에서 이상이 없단다."
"그럼 괜찮은 건가요?"
"겉으로는 멀쩡하다. 배가 좀 아프다고 하는 것 빼고는."

나는 급히 차를 몰고 여수로 향했고, 가는 길 동안 많은 상상을 했다. 6층에서 떨어졌으니 분명히 외상은 있을 것이고 어린 조카가 얼마나 고통스러워할까 걱정에 걱정이 봇물처럼 밀려왔다.

그런데 이 녀석 신기하게(?) 아무대도 다친 데가 없다. 평소 모습 그대로다.

중환자실에 도착해 보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말짱했다. 녀석은 자고 있었다. 병원에서는 슈퍼맨이라고 벌써부터 유명인사가 되었다. 걱정스럽던 마음도 한결 편해졌다. 병원에는 외할머니, 작은형(대현이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 모두 나와 계셨다.
걱정은 사라지고 대현이 이야기로 꽃을 피우고 계셨다.
아! 이 얼마나 다행인가?

주변사람들은 삼신할머니가 받아줬을 것이라고 한다. 애기들은 7살 때까지는 삼신할머니가 보호해 준다며 삼신할머니에게 고마워해야 한다고 하셨고, 아버지는 과거 아버지가 다쳤을 때를 회상하며 아마도 증조할아버지가 도와주셨을 것이라고 하신다. 모두가 다 조상님의 덕이라며 대현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형수말로는 아마도 어제 밤에 비가 내려서 땅바닥이 축축이 젖어 있어서 충격을 흡수 한 것 같다. 하늘이 도운 일이라고 했다.

어느새 병원 침대 주위에는 사탕이며, 초콜릿, 껌 등으로 도배가 되었고, 녀석은 어제 못잔 잠을 자는지 삼춘이 왔는데도 곤히 자고 있었다.

병원에서는 일반병실로 옮겨 좀 더 지켜보고 퇴원하자고 했다. 한참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난 뒤 대현이가 깼다.
"대현아 삼촌 왔다. 아야야 안 해?"
잠에서 막 깬 아이들이 그렇듯 엄마를 찾는지 둘레둘레 쳐다보더니 어리광을 부리기 시작한다. 영락없는 조카모습 그대로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황당하기도 하고, 녀석이 대견하기도 하고 자꾸 웃음이 터져 나왔다.

대현아! 앞으로 건강하게 잘 자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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