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권태선 한겨레신문 편집국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혁신'을 내세운 <한겨레>의 위기탈출은 성공할 것인가. 국민주 신문 한겨레가 지난달 사장, 편집위원장 등 지도부를 쇄신하고 5월 창간기념일에 맞춰 새로운 신문을 선보이겠다고 선언했다.

권태선 내정자는
80년 해직기자 출신

지난 78년 한국일보 기자로 입사, 80년 전두환 신군부가 집권했을 때 검열거부 및 자유언론운동을 벌여 강제 해직됐다.

이후 김&장 법률사무소에서 활동하다 88년 한겨레 창간과 함께 언론계로 복귀했다. 그

동안 파리특파원과 국제부장, 교육공동체부장, 민권사회1부장 등을 거쳤으며 2003년부터 편집국 부국장을 맡아왔다.

경북 안동 출신으로 경기여고와 서울대를 졸업했다.
13년만에 한겨레로 복귀한 정태기 사장 내정자는 "한국 최고의 신문, 최고의 신문사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정 내정자는 그 첫 행보로 권태선 부국장을 편집위원장(편집국장)으로 지명했다. 그는 창간 이래 첫 여성 편집국장이다.

봄기운으로 제법 햇볕이 따뜻해진 21일 낮.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자리잡은 한겨레를 찾았다. 권 내정자는 회의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한겨레호' 구원투수로 전격 발탁된 권 내정자를 마주하고 앉았다. 예상과 달리 갸날픈 인상이다. 그 어깨에 한겨레의 미래가, 생존이 달렸다.

그는 "책임감이 무겁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나 "개혁과 연대가 함께 하는 내부변화"를 주문하고, "독자와 소통을 강화하면서 '소통하는 편집국, 소통하는 한겨레'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힐 때 그의 표정은 단호했다. 당면한 과제는 5월 15일 창간일에 맞춰 새로운 신문을 내놓는 것.

이를 위해 별도 연구팀도 꾸리고 시스템도 바꿀 예정이다. 지면구성도 새롭게 한다. 신문의 얼굴인 종합면을 다양화하고, 기사 내용의 다양성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권 내정자는 "종이신문에서 한겨레의 라이벌은 없다"고 단언했다. 관점의 차이에서 다른 종이신문하고 차별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겨레 파벌주의를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 "다른 신문사에 없는 민주주의가 있는 한겨레 같은 조직은 이 세상에 없다"고 일축했다. 마지막 인사를 부탁하자 "독자 여러분은 이제 항상 변화하는 한겨레를 보게 될 것"이라는 응축된 답변이 돌아왔다.

다음은 권 내정자와의 일문일답이다.

"소통하는 편집국, 소통하는 한겨레"

▲ 권태선 한겨레신문 편집국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 한겨레 첫 여성 편집국장이 됐다는 점에서 주목도 받지만 그만큼 어깨도 무거울 텐데.
"17년 전 창간된 한겨레신문이 그동안 사회에 의미 있는 언론으로 주요한 기능을 했다고 생각한다. 지금 매체환경도 많이 변했고 신문사도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 한겨레가 엄중한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 시기에 편집국장이 돼 어깨가 무겁다. 특히 여성 편집국장으로서 새로운 신문을 만드는데 다른 접근을 할 수 있느냐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또다른 책임감도 따른다."

- 편집국장 임명동의 투표에서 65.3%의 지지를 얻었지만 반대도 31.2%에 달했다. 반대에 담긴 뜻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65.3%의 찬성은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임명동의가 만장일치로 된다면 한겨레 민주주의에도 맞지 않는다. 건강한 반대여론이 있어서 신문의 변화를 추동할 수 있고, 그런 동력으로 굳혀야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본다. 한겨레가 변해야 한다는 방향에는 모두 동의하지만 '어떻게 이룰 것이냐' 등 인식차이가 있다. 반대 31.2%는 한겨레의 건강성을 말해주는 것이다."

- 정태기 사장 내정자는 편집국장 역할에 대해 '회사 전체를 총괄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고 밝혔는데,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둘 것인가.
"편집국장 선출을 직선제에서 임명동의제로 바꾼 이유는 사장과 편집국장이 같은 방향을 바라봐야 한다는 점에서 출발했다. 편집국장이 '회사전체를 총괄한다'는 것도 그런 의미로 본다. 내정된 뒤 기자들에게 '개혁과 연대가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얘기했다. 신문사내 소통문제도 해결하면서 모두가 주체로 나서서 변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신문사 밖과도 소통해야 한다. 그동안 독자들과 소통이 미흡하지 않았나 싶다. 이제 독자들과 소통도 강화하면서 가장 강력하게 소통하는 편집국, 소통하는 한겨레를 만들고 싶다. 안에서는 개혁과 연대를, 대외적으로는 독자와 한겨레가 함께 가는 신문을 말이다. 우리 사회의 바람직한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이 한겨레와 함께 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 한겨레를 한국 최고의 신문으로 만들겠다는 게 정 내정자의 포부인데 5월 창간일까지 변화된 모습을 가시화하겠다'고 선포했다. 준비는 잘 되는가.
"사장의 명령은 지상명령이니까 준비를 잘 해야 할 것이다(웃음). 그에 맞게 퀄리티(질)를 높여 고품격 최고 신문으로 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별도 연구팀도 꾸리고 그에 맞는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해 조직, 지면을 개편하는 인사도 단행될 것이다. 기대치를 너무 높여놔서 좀 걱정이지만. 5월 15일 창간일에 맞춰 내용, 형식에서 변화가 가시적으로 잡힐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독자 여러분은 이제 항상 변화하는 한겨레를 보게 될 것이다."

"한겨레 같은 조직은 이 세상에 없다"

-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인가.
"페이지네이션(지면 구성)을 새롭게 하는 것도 포함된다. 1섹션 체제를 변화시켜 두 번째 섹션을 '타깃 독자' 대상의 특화지면으로 만들 생각이다. 인터넷을 서핑해도 기사 전체를 일목요연하게 열람하지 못한다. 신문의 열람성을 강조할 수 있는 배치 등을 연구하고 지면에 반영할 것이다. 기자들이 1보, 속보가 아닌 사안을 심층적으로 보여줄 수 있도록 '기자 전문화'도 꾀할 생각이다.

또 한겨레는 정치, 경제, 사회면을 강조하고 있는데 반해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내용에서 종합면을 다양화하고 한 기사에서도 다양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갈 생각이다. 한 개의 사안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제공함으로써 독자들이 사태핵심을 깨달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경시되기 쉬운 반대 의견이나 다른 주장도 균형 있게 보도해서 독자가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의견을 형성하는 신문이 되게 하자는 것이다."

- 그럼 온라인뉴스 운영정책과 병행돼야 할 터인데.
"온라인뉴스 정책은 회사와 협의도 필요하고 당장 얘기할 수는 없다. 일단 5월 창간 때는 오프라인의 질을 높이는데 중점을 두고, 인터넷뉴스는 온라인부국장을 두고 있는데 별도 발전 계획을 세워야 한다. 아직 편집국 차원에서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 좀더 융합할 것인지 결정되지 않았다."

▲ 권태선 한겨레신문 편집국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 현재 한겨레가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들 한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한겨레 위기는 자체 위기도 있고 매체환경 변화에 따른 신문산업 일반의 위기도 중첩돼 있다. 그럼 자체 위기는 왜 오는가. 17년간 우리 사회 변화에 기여한 결과가 지금 마이너스로 다가오는 측면이 있다. 출발 자체가 열악한 물적 기반에서 시작됐고, 도약해야 하는 시점에서 도약을 못한 게 남아 위기를 가져오는 원인이 됐다.

과거 민주-반민주 구도가 존재할 때, 한겨레 같은 언론이 없을 때 독자적 목소리를 내고 유일한 민주언론으로서 위상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런데 민주화가 진전되고 많은 매체의 성격이 변하고, 인터넷매체도 다양하게 생겼다. 이런 환경에서 '독자들이 요구하는 언론은 어떤 것인가'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그 결과가 위기상황으로 나타났다."

- 어느 언론사보다 민주적이고, 편집권도 독립돼 있지만 '계파, 파벌'의 부작용이 한겨레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창간 직후 우리 사회 정파가 한겨레 내부에도 영향을 끼쳐 '신문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정치인식 등에 차이가 존재했다. 그게 파벌로도 비쳤는데 서로 다른 의견이 있다는 게 민주적 검증에서 꼭 나쁘지 않다. 다만 그 자체를 어떻게 풀어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걸 풀어내지 못하고 갈등양상으로 드러난 적 있지만 지금은 거의 없다. 다른 신문사에 없는 민주주의가 있다. 한겨레 같은 조직은 이 세상에 없더라."

- 한겨레의 라이벌을 꼽자면.
"한겨레의 라이벌? 없다(웃음). 종이신문에서는 '조중동' 대 '한겨레'로 보는데 우리 사회가 변하는 것으로 봐서 조선일보, 동아일보는 라이벌로 생각하지 않는다. 중앙일보는 변화를 따라가려는 모습에서 다른 측면이 있지만 중앙일보가 죽었다 깨어나도 한겨레를 따라올 수 없는 게 있다.

한겨레는 독자들을 향한 시각인 반면 중앙일보는 약자를 다룰 때도 구색 측면에서 다루는 게 아닌가 싶다. 관점의 차이에서 다른 종이신문하고 차별성이 있다. 보수언론이 라이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터넷한겨레를 대폭 강화해서 한겨레가 인터넷에서도 1위를 차지할 수 있도록 할 것이기 때문에.... 인터넷매체의 경우 라이벌은 아니지만 동지들은 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