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권기봉 | | 결혼을 앞두고 '다시 안 올 뜨거운 밤'을 불살라 보자고 고군분투 여인님들을 찾아 헤매는 인기탤런트(?) 잭과 '이 나이 먹도록 해놓은 게 없다'는 자괴감에 시달리는 베스트셀러소설가(?) 마일즈. 그 둘의 한 바탕 유쾌한 여행. 영화 '사이드웨이'는 지난 여행을 다시금 기억나게 했다.
이탈리아 움브리아 지방의 산 지미냐노(San Gimignano). 평원 위에 우뚝 솟은 고대 도시. 이곳에서 내려다보이는 들판은 온통 포도밭이다. 프랑스나 독일의 포도 산지에서와는 달리 아기자기한 포도밭들이 어쩌면 더 정겹게 와 닿는 곳. 마음 같아선 평생 그곳에 눌러 앉고 싶었다. 싸고 질 좋은 와인에 아기자기한 삶의 풍경까지 있었기에.
허나 애초 여행이란 ‘출발’과 ‘귀환’이 모두 있기에 존재하는 것. 마일즈나 잭도 자동차를 고물로 만들어서라도, 코뼈가 주저앉는 시련이 있을지라도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나 역시 어차피 돌아가면 생활비 걱정 취업 걱정으로 지리멸렬할 테지만, 내 인생을 뒤바꿀 희망도 발견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돌아가야만 했다.
그러나 남는 미련. 어차피 어수선한 여행이라지만 그래도 1g 정도는 변한 것이 있지 않을까? (그래도 뭔가 좀 있겠지?) 원래 ‘새로운 길’이란 것은 찾기 힘든 법이잖은가.
덧붙이는 글 | www.finland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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