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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에 대한 스톡옵션 부여안이 예보의 반대로 끝내 무산되면서 우리은행이 딜레마에 빠졌다. 사진은 황영기 우리금융지주회장 겸 우리은행장.
경영진에 대한 스톡옵션 부여안이 예보의 반대로 끝내 무산되면서 우리은행이 딜레마에 빠졌다. 사진은 황영기 우리금융지주회장 겸 우리은행장. ⓒ 우리은행 제공
논란을 빚어왔던 우리은행 경영진에 대한 스톡옵션 부여가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의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

예보는 28일 우리은행 주주총회에 대리인을 보내 지난 2일 이사회가 의결한 스톡옵션 132만5000주 부여안에 반대표를 던져 부결시켰다. 이에 앞서 황영기 행장 등은 자신들에게 배정된 스톡옵션 31만주를 그대로 반납했다.

결과적으로 우리은행 이사회가 추진해온 총 163만5000주의 스톡옵션 부여안은 모두 물거품이 된 셈이다. 한편으로는 주총에서 부결된 탓에 한달 가까이 끌어온 예보(정부)와 우리은행의 갈등은 일단 봉합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상처가 완전히 아문 것은 아니다. 예보는 전날인 27일 공식 입장을 내고 "향후 우리금융지주 이사회가 합리적인 스톡옵션 부여안을 마련하는 경우 임시주총 등을 통해 이를 승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예보가 보기에 우리은행이 '적절하다' 싶은 스톡옵션을 제시한다면 이를 받아들이겠다는 얘기다.

스톡옵션, 주기도 어렵고 안주기도 어렵고...

사실 예보는 우리은행과의 갈등 기간 내내 같은 입장을 유지해왔다. 당초 예보가 우리은행의 스톡옵션을 반대한 이유로 내세운 것은 '국민정서법'이었다. 18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아직도 5조5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회수되지 못한 상황에서 경영진에 대규모 스톡옵션을 준다면 국민들이 가만히 있겠느냐는 것이다.

대신 예보는 적절한 수준에서 이뤄지는 스톡옵션이라면 이를 승인하겠다고 밝혔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예보는 황영기 행장에 15만주 등을 주는 선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리은행 사외이사들은 몇시간의 논란 끝에 가이드라인을 훨씬 넘는 스톡옵션(황영기 회장 25만주 등) 부여안을 마련해 예보와 정면 충돌했다. 이 와중에 사외이사들이 사표를 내고 시장 일각에서는 '관치금융' 비난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대주주인 예보의 의지를 끝내 꺾지는 못했다.

스톡옵션 논란은 예보의 뜻대로 1차 마무리됐지만 앞으로 우리은행은 더 큰 고민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스톡옵션 추진이 예보의 반대로 물거품 되면서 우리은행 이사진과 경영진의 자존심은 이미 구겨질대로 구겨진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스톡옵션을 다시 부여하자면 예보의 가이드라인에 지급 기준을 맞춰야 한다. 그렇다고 스톡옵션 부여 추진을 아예 중단한다면 완전히 예보에 '백기'를 드는 꼴이 된다. 한마디로 우리은행은 '줄 수도 없고, 안줄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는 셈.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번 주총에서 나온 스톡옵션 안건은 백지화됐고 그 뒤에는 (스톡옵션을)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할지 아무런 말이 없었다"며 "'합리적 수준'이라는 것도 숫자로 정형화 된 것이 아니라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투기자본감시센터 "황영기 회장과 사외이사 전원 해임해야"

한편 이처럼 예보와 우리은행이 스톡옵션 지급의 '적정 수준'을 놓고 다툼을 벌이는 사이,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스톡옵션을 아예 주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대표 허영구)는 28일 성명을 내고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구조조정을 한 기업에 대해서는 스톡옵션 부여를 원천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우리은행의 스톡옵션 부여안을 '극에 달한 상류층의 도덕적 해이'로 규정하고 "(도덕적 해이가) 사회적 대립을 낳고, 국민을 불신과 우울증에 빠지게 하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들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국영금융기관을 경영할 자질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황영기 회장과 이번 결정의 당사자인 현 사외이사 전원을 즉시 해임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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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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