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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가 최근 노무팀 직원의 '도청사건'과 관련, 노조의 사장퇴진 요구 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 KBS 제공

KBS 노조가 최근 노무팀 직원의 '도청사건'과 관련, 예고대로 30일 아침부터 사장출근 저지투쟁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고수해 노사대립 국면이 일촉즉발의 위기를 맞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위원장 진종철)는 29일 오후 2시10분께 사장 비서실을 방문, 정연주 사장 사퇴 건의서를 전달하고자 했으나 접수되지 않았다. 정 사장은 같은 시각 외부행사 참석차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장해랑 비서팀장은 이에 대해 "사퇴 건의서를 받을 수 없다"고 노조에 밝혔다. 그러자 노조 집행부는 "퇴진요구 시한인 오늘 오후 6시까지 기다리겠다"며 "만약 정 사장이 물러나지 않을 경우 저녁 7시 비상대책위원회를 열어 앞으로 투쟁일정을 논의하겠다"고 알린 뒤 내려갔다.

노조, 29일 사퇴건의서 전달...사측 "받을 수 없다"

노조는 이미 지난 24일 첫 기자회견에서 도청사태 책임을 물어 정연주 사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또 29일까지 사장퇴진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30일부터 정 사장을 상대로 강제퇴진운동과 함께 출근저지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선포했다.

노조 관계자는 "오후 6시까지 기다려보고 응답이 없으면 저녁 7시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구체적으로 논의한 뒤 대응방안을 확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별다른 변화가 없으면 애초 일정대로 움직일 예정"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회사측은 상반된 주장을 내놓고 있다. 장해랑 비서팀장은 "그동안 회사는 정 사장이 도청을 지시한 사실이 없고, 진상조사를 거쳐 관련자·책임자를 중징계하기로 하는 등 입장을 밝혀왔다"면서 노조의 사장퇴진 요구를 거부했다.

특히 박석운(민중연대 집행위원장) 시청자위원이 이번 사건과 관련, 노사중재를 시작했다는 점이 강조됐다. 장 팀장은 "박 위원이 중재를 통해 노사대화를 시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모양새는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일부 직능단체 "노조 투쟁방식 동의하지 못한다"

사장퇴진 등 노조 집행부의 대응방식을 둘러싼 내부 반발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 25일 성명을 통해 노조 집행부의 초강경 대응에 대한 재고와 함께 신중한 자세를 촉구했던 기자협회, PD협회, 아나운서협회 등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강현 KBS PD협회장은 "협회 소속 조합원들의 뜻이 반영되지 않은 채 노조 집행부가 강경 드라이브로 일관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투쟁방식 전환을 거듭 요구했다.

이 회장은 "그럼에도 노조 집행부가 내일 출근저지투쟁에 나서 몸싸움까지 벌어진다면 본부별 조합원 총회를 열어서라도 집행부의 무책임한 대응방식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PD협회는 이날 저녁 예정된 노조 비상집행위원회에서 현명한 판단을 내리지 않을 경우 기자협회, 아나운서협회 등과 연대해 반박 성명을 내는 데 이어 앞으로 대응방식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윤석구 기자협회장도 같은 뜻을 나타냈다. 윤 회장은 "현재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는 우려와 함께 "노조 집행부가 신중하게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윤 회장은 "우려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대응방식을 다시 논의하겠다"며 "노조 내부에서 현명한 판단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부 조합원 "노조 탈퇴하겠다"...기협·PD협 "집행부 현명한 판단 기대"

노조 집행부에 비판적인 일부 조합원들의 경우 노조 탈퇴 주장까지 제기하고 있다. 도청사건이 널리 알려진 24일 이후 KBS 사내게시판에는 노조의 성급한 대응방식을 비판하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고 한 조합원은 밝혔다. 그는 "조합원 정서와 동떨어진 집행부에 불만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부쩍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강현 PD협회장은 "노조 집행부의 올바르지 않은 판단에 대해 '조합 탈퇴'로 맞선다면 노조 와해로 연결될 수 있다"며 이같은 움직임을 경계했다. 이 회장은 "조합원 총회나 대의원·중앙위원 연석회의 등을 통해 KBS 내부에 다른 목소리가 존재한다는 점을 알려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노조 중앙위원회는 28일 저녁 서울과 대전에서 본부 및 지역별로 각각 모임을 갖고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본부 중앙위원회는 노조 집행부의 초강경 대응 자제와 더불어 전략수정을 요구하기로 의견을 모았으며 29일 저녁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이를 전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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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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