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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은행들의 로고. 위로부터 HSBC, SCB, 한국씨티은행.
외국계은행들의 로고. 위로부터 HSBC, SCB, 한국씨티은행. ⓒ 오마이뉴스
"현재 전략을 수정 중이다. 시장이 너무 급변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어떤 전략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국내 소매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HSBC(홍콩상하이은행) 한 관계자는 최근 영업력 확대 전략을 묻는 질문에 그다지 자신 없는 목소리로 이렇게 대답했다. 그는 또 HSBC의 현재 상황에 대해 "국내 은행과 맞붙어 싸우는게 현재로서는 힘들다"고 털어놨다.

지난해와 올해의 영업 실적에 대해서도 "알려주지 않는 것이 은행의 방침"이라고 답했다. 언뜻 보기에 내놓을 만한 실적이 아니라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다른 외국계 은행들도 상황은 마찬가지.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도 "지금은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지난해와 올초, 외국계 은행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은행권에서는 토종자본과 외국자본의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금융대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에는 아직 이른 것처럼 보인다. 무엇보다 외국계은행들이 전쟁에 뛰어들 준비가 덜 된 탓이다.

외국계은행, 막판 인수·통합 박차... 새 전략 짜기 부심

개인신용대출 상품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HSBC는 현재 새로운 전략 짜기에 부심하고 있다. HSBC 관계자는 "지금은 경쟁이 심화되면서 은행들이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태"라며 "계속 힘들어지는 상황이라 판을 다시 짜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미은행과의 통합으로 한국씨티은행을 출범시킨 씨티그룹도 통합 작업 마무리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국민, 신한, 우리, 하나은행과 함께 현재 국내 '빅5'로 꼽히지만, 통합 작업이 끝나야 그나마 동등한 입장에서 라운드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한미은행과 씨티은행의 전산 통합 작업이 아직까지 진행 중"이라며 "올해 8월이나 돼야 통합 작업이 마무리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한국씨티은행은 28일부터 투자박람회를 여는 등 인지도 높이기에 나서고 있다. 아울러 한국씨티은행은 기존 소매금융에 주력하기보다는 개인금융과 기업금융의 '균형 성장'을 전략의 중심으로 삼고 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제일은행을 인수한 SCB(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발걸음도 바쁘다. SCB는 이미 제일은행 지분을 100% 인수하고 SCB 글로벌상품본부장인 존 필머리디스(59)를 새 행장으로 내정하는 등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내달 8일 금융감독위원회의 제일은행 인수 승인 절차가 최종적으로 남은 상태다. 큰 변수가 없다면 무난히 승인될 전망이지만 행여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촉각을 세우지 않을 수 없다.

국내은행 관계자들의 평가도 다소 엇갈린다. 일단 시장에서는 거대 자본과 오래된 역사를 바탕으로 한 외국계은행의 '잠재력'은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금융시장이 그다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은행권내 평가 엇갈려... 외국계 점유 비율 꾸준히 증가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씨티그룹이나 HSBC 등은 오랫동안 은행업계에 종사해 왔기 때문에 국내은행들에게 큰 위협이 될 것"이라며 "은행들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권의 다른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도 이미 글로벌 전략을 내세우며 연구해 온 만큼 외국계 은행들과의 싸움에서 지지 않을 자신감이 서 있다"며 "인지도 측면에서 본다면 국내은행이 단연 우세한 경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외국계은행 시장 진출이 더뎌지고는 있지만, 국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외국계은행의 자산이 은행업계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말 기준 22.4%로 1/5 수준으로 증가했다. 아울러 외국계은행의 국내지점 총자본금도 1조6110억원에 달했다. 안정성과 자산 건전성도 외국계은행이 국내은행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올해 중반이 넘어서면 시장 공략에 나서는 외국계은행과 시장 방어를 위한 국내은행간의 본격적인 금융전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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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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