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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에서 바라 본 춘천의 모습
중도에서 바라 본 춘천의 모습 ⓒ 이선미
지난 9일 중도에 다녀왔습니다. 춘천의 중도는 흔히 연인들의 장소, 엠티의 장소로 유명한 낭만적인 도심 속 섬입니다. 그러나 제가 중도로 배를 타고 들어갈 땐 사정이 달랐습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밤 8시 조그만 배를 타고 중도로 들어가는 것은 마치 공포 영화를 연상케 했습니다.

가로등도 별로 없는 중도 선착장은 흔히 스릴러 영화에서 보는 '주인공이 살해되기 직전의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눈앞의 배를 제외하고는 강은 온통 안개로 자욱했습니다. 이건 '운치'를 넘어선 '공포'의 수준이었습니다.

이 곳 중도도 '겨울 연가'의 관광지 입니다.
이 곳 중도도 '겨울 연가'의 관광지 입니다. ⓒ 이선미
선배들과 소양강 어귀에서 밤이 새도록 소주를 마실 땐 이 안개가 정말 분위기 있었는데, 역시 '밤'과 '비'는 춘천의 안개를 귀신처럼 변하게 하더군요.

그러나 낮에 앞서 소주 10병을 사들고 들어간 선배 언니들이 중도에 있는데 이를 포기하고 뒤돌아설 순 없었습니다. 중도 선착장까지 택시를 태워 준 아저씨부터 중도까지 가는 배를 모는 선장 아저씨까지 다들 비오는 날 굳이 엠티를 가겠다고 중도로 들어가는 우리를 의아하게 쳐다봤습니다.

중도 선착장에서 내려 우리의 숙소까지 가는 데는 30분이 걸렸습니다. 고생고생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꽃을 피우며 새벽까지 깊은 얘기들을 나누었습니다.

우리의 숙소인 방갈로 밖은 온통 비 내리는 소리와 어둠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을 만나고 나니 어둠이 무섭지 않았습니다.

우울한 수채화 같은 모습입니다.
우울한 수채화 같은 모습입니다. ⓒ 이선미
아침에 일어나 보니 청명하게 갠 날씨에 비가 내려 공기는 한층 더 상쾌해졌습니다. 언니들이 엠티의 기본 마무리 코스인 '아침 라면'을 끓이는 동안 저는 밖을 나와 중도에서 본 춘천의 모습을 하나하나 담았습니다.

산에 걸쳐진 구름 너머 뿌옇게 안개처럼 피어오른 춘천의 풍경이 멋있더군요. 어찌 보면 음울해 보일 수도 있는 안개풍경이지만, 나 홀로 산책로에 웅크리고 앉아 이 사진 저 사진 찍다보면 마음이 가라앉고 한없이 머리가 맑아집니다.

구름이 덮인 모습이군요.
구름이 덮인 모습이군요. ⓒ 이선미
자세히 들으면 물 냄새 가득한 잔잔한 바람소리밖에 느껴지지 않는 아침인데, 가끔 이름 모를 새들이 날아다니며 효과음을 내줍니다.

춘천은 물의 도시입니다. 비오는 날 안개 자욱한 그 도시는 봄가을은 눈뜨고 코 베 갈 만큼 순식간에 지나갑니다. 대신 찌는 듯한 더위와 어는 듯한 겨울을 몰아다 줍니다. 그게 춘천의 모습이지요. 4월에도 눈이 내리다가 이내 반팔을 입어야 하는 춘천. 변덕스러워 보이는 그 날씨, 변덕스러워 보이는 춘천이었는데 이 날 아침의 춘천의 모습은 자못 너른 품을 가진 선비의 모습이군요.

중도를 나가는 배를 타면서 마지막 찍은 산의 모습
중도를 나가는 배를 타면서 마지막 찍은 산의 모습 ⓒ 이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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