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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딸 셋 중 둘째인 저는 어렸을 때 심부름을 참 많이 했습니다. 언니는 언니라는 이유로, 동생은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동생이 심부름을 좋아하게 될 때까지 심부름은 제 차지였죠. 아빠 담배 심부름, 엄마 두부 한 모, 콩나물 500원 어치 심부름을 참 열심히도 다녔습니다.

그땐 동네 작은 가게에서 집에서 직접 기른 콩나물을 팔았습니다. 가게에 가서 주인 할머니께 "콩나물 500원 어치 주세요"라고 하면 가게에 달린 방 문을 여십니다. 큰 옹기로 된 콩나물 시루를 덮고 있는, 검은색 보자기를 들춥니다. 그리곤 검은색 봉지에 콩나물을 담아 주었습니다. 이십 년쯤 된 일인데, 그때 500원 어치면 한 봉지 그득했던 거 같습니다.

콩나물을 사러 마트에 갔습니다. 콩나물 종류도 많습니다. 대기업에서 나온 국산 콩을 쓴 콩나물, 중국산 유기농 콩을 쓴 콩나물이 보입니다. 100그램에 200원인 국산콩나물(콩은 미국산이라고 합니다), 100그램에 100원인 중국산 콩나물도 보입니다.

참 이상합니다. 이십 년 전, 500원은 줘야 한 봉지 가득했던 콩나물을 지금도 500원만 주면 한 봉지 가득 살 수 있습니다. 콩나물만 뛰어오르는 물가를 비껴가는 걸까요?. 유전자 조작 콩을 썼는지, 성장발육제를 써서 단 사나흘만에 콩나물을 길러내는지 알 길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비싼 대기업 콩나물을 사서 먹자니 그것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직접 콩나물을 길러 보기로 했습니다. 콩나물을 기르는 방법을 알아보았습니다. 콩나물 콩을 산 다음, 하루 정도 물에 불리고, 아침 저녁으로 물을 주라고 합니다. 사진이 없어서 쉽게 와 닿지 않습니다. 그래도 실패하는 셈치고 한 번 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콩나물콩을 본 적이 없으니, 인터넷으로 콩을 주문하였습니다. 생각보다 작고 동그란 콩이 배달 되어 왔습니다. 바로 불리기 위해 물에 담갔습니다. 하루만 불리라고 했는데, 저는 그게 노란 머리가 껍질에서 나올 때까지인 줄 알고 며칠을 물에 담가 두는 실수를 했습니다. 하지만 하루만 물에 담가 두면 됩니다.

▲ 콩나물콩 물에 불리기
ⓒ 이갑순

▲ 두배로 불려진 콩나물 콩
ⓒ 이갑순
그리고는 작은 바가지와 소쿠리, 안 입는 검은 옷을 준비했습니다. 소쿠리에 불린 콩을 담고 아침 저녁으로 물을 주고 햇빛이 들지 않도록 검은 옷으로 덮어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콩나물이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 소쿠리와 바가지를 이용
ⓒ 이갑순

▲ 콩 껍데기를 벗고서 콩나물이 자라기 시작
ⓒ 이갑순

▲ 검은 색 옷으로 덮어주기
ⓒ 이갑순
소쿠리 크기에 비해 콩이 많아서 많이 짓물렸습니다. 그래서 불린 콩만큼 콩나물을 얻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깨끗한 무농약 콩나물을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콩나물 국도 맛있게 끓였구요.

▲ 무럭무럭 자란 콩나물
ⓒ 이갑순

▲ 먹기 좋게 정리
ⓒ 이갑순

▲ 콩나물 국
ⓒ 이갑순
지금 소쿠리에서는 두 번째 콩나물이 자라고 있습니다. 두번째는 콩 양을 적당히 했는데, 상하는 콩 없이 무럭무럭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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