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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방법원은 12일 오전 9시 40분에 열린 밀양성폭력사건 선고 공판에서 여중생들을 집단 성폭행한 사건 피의자 고교생 10명에게 소년부 송치결정을 내렸다. 이번 결정으로 이들은 소년부 판사의 판결에 따라 1호에서 7호까지의 처분을 받게 된다.
이번 선고 공판에 따라 밀양성폭력사건에 직간접으로 가담했던 피의자 44명에 대한 판결은 모두 소년부에 송치되거나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된다.
| | | 소년부 송치란? | | | | 소년부 담당 판사가 1호부터 7호까지의 처분을 내리는 것을 말한다.
1호 – 보호자 위탁처분
2호, 3호 – 보호관찰처분
4호 – 보호시설위탁처분
5호 – 병원 등에 위탁처분
6호 – 소년원송치처분(단기 6개월)
7호 – 소년원송치처분(1년 6개월까지)
| | | | | 재판부(황진효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의 집단 성행위와 횟수 등으로 볼 때 사안이 중대하고 사회에 큰 충격을 준 사건으로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고등학생으로서 진학이나 취업이 결정된 상태이고 인격이 미성숙한 소년으로 교화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의자들의 소년부 송치결정에 대해서 “▲피해자들이 피의자들과 합의를 한 점 ▲사건 진행 중에도 친분관계를 유지한 점 ▲(피해자들이) 현재 충격에서 벗어나 학교생활을 하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밀양 여중생들의 무료변론을 맡았던 변호인단은 이번 사법부의 판결에 개탄을 금치 못했다.
"합의서만 들어가면 관대해지는 강간죄 처벌은 야만적"
여중생 변호인단 강지원 변호사는 “강간범에 대해 합의를 이유로 관대한 처분을 하는 것은 문명국가에서 찾아보기 힘든 야만적인 것이다”라며 “현행법에 의하면 단순강간죄는 단순강도죄와 마찬가지로 3년 이상 15년 이하의 법정형을 선고할 수 있다. 강도죄는 폭력으로 남의 재물을 빼앗는 범죄로 합의를 해도 관대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 그러나 유독 강간죄는 합의서만 들어가면 너무도 관대하게 처벌이 이뤄지는 것이 관행이다”라고 개탄했다.
강 변호사는 “이번 소년부 송치 판결은 피해자가 합의했다는 이유와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한 피해자는 아버지의 폭력으로 지난 6일 가출을 했을 정도로 정상적이지 못하다”고 꼬집으며 “강간죄는 강도죄보다 강력하게 처벌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강간죄를 다루는 문제는 잘못된 남성주의적 관점이 팽배하다는 데 있다”고 사법부 판결을 비판했다.
한편 다음 카페 ‘밀양연합사건이 던진 과제와 해법(http://cafe.daum.net/wpqkfehdhkwnj)’ 자유게시판에는 밀양사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밀양 여중생의 글이 올라와 사건의 또 다른 면을 보게 한다.
지난 4월 6일 ‘안녕하세요… 휴… 익명이라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 여중생은 “저는 이번 사건의 피해자입니다. 동생과 사촌언니는 피해자가 되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뭘 모르는 것 같아서 당사자인 제가 직접 글을 올립니다”고 밝혔다. 이 글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피해 여중생은 이혼한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었고, 아버지가 여중생의 친권을 갖고 있었다.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로서 피해 여중생을 돌보기는커녕 술주정과 폭력을 행사했다. 그것을 못 견딘 여중생은 장난 전화를 하다 밀양 고교생들을 만나 성폭행을 당하게 된다. 이후 어머니 곁으로 와서 행복하게 살다가 병원과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정신병자 취급을 받는 게 억울해서 아버지한테 다시 연락을 하게 된다.
아버지는 술주정과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약속하며 고모와 함께 가해자들과 합의를 해서 가난을 벗어나자고 한다. 그래서 여중생은 합의를 해 준다. 그러나 가해자들과 가해자 부모들의 태도에는 변함이 없는 것을 보고 진짜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합의를 해주지 말았어야 한다고, 용서를 하지 않았을 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재판이 다시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정폭력 일삼는 아버지의 친권행사 합의는 친권남용"
강지원 변호사는 피해 여중생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글이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와 있다는 기자의 물음에 관련 내용은 피해자의 글이 맞다고 확인했다.
강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이혼 후에 아버지가 친권을 행사하며 가해자로부터 수천만원을 받고 합의를 해준 친권 남용 사례다. 아버지는 (피해여중생이 밝힌 내용처럼) 알코올 중독자이고 가정 폭력을 행사한 자다. 여중생이 1년 동안 밖에서 성폭행을 당하고도 아무 말 없이 지낼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합의를 해 준 아버지의 친권문제를 거론했다.
강 변호사는 또 “이번 사건은 우연한 기회에 여중생이 어머니와 이모를 만나 대화하던 중 알게 돼 고소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친권이 아버지에게 있다는 이유로,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며 "돈이 오고 간 것도 문제지만, 분명 이번 사건은 친권을 주장할 자격이 없는 아버지에 의한 친권남용이다”라고 분개했다.
강 변호사는 피해여중생은 지난 6일 아버지의 폭력을 못 이겨 다시 가출했다고 전하며 판사가 말한 피해자의 정상적인 학교생활은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밀양사건의 올바른 해결과 성폭력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한 ‘밀양사건대책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은 재판 참관 심정을 다음과 같이 토로했다.
“재판부가 합의를 한 점과 피해자들의 정상 생활 운운하는데 이것은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이다. 피해자들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집에 들어오지 않는 등 후유증이 심각하다. 앞으로 대책위는 피해자 지원에 온 힘을 기울일 것이다. 성폭력 사건은 평생을 따라 다니는 힘겨운 것인데 이번 판결은 정말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밀양연합사건의 과제와 해법’ 운영자인 한종현씨는 재판 참관 후 “재판부가 피의자 44명 중 10명만이 기소됐다며 형평성 운운했다. 10명의 소년부 송치도 그 형평성 연장선에 있다고 보인다. 과연 밀양사건이 피의자들의 형평성을 논할 성질인가?”라고 물으며 “네티즌들이 분노하는 것은 밀양사건이 피해자보다는 가해자를 배려한다는 의혹 때문이다. 피해자에 대한 고려나 배려는 눈을 씻고 봐도 결코 찾을 수 없다”고 성토했다.
그는 또 “성폭력사건은 밀양사건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연말부터 지금까지 7160명 정도가 밀양사건의 강력처벌과 성폭력법 개정을 촉구하는 서명에 동참했다. 서명 명부는 어떤 식으로든 사건 진정서로 활용할 계획이다”고 밝히며 “밀양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성폭력사건에 대한 경각심을 제대로 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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