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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강점기 일본 비료공장에서 복낙규옹(세번째 줄 왼쪽에서 여섯번째) 노역 당시 찍은 사진으로 앞줄(일본인)을 제외하고 44명은 청양사람이라고 복옹이 증언했다.(사진제공 복낙규옹)
일제하에서 강제동원된 청양군 내의 피해자가 617명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월부터 4월 7일까지 역사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일제강점하강제동원진상규명위원회에 접수된 결과라고 청양군이 밝혔다.

만주사변(1931년 9월 18일)부터 태평양전쟁에 이르는 시기에 일제에 의해 강제동원되어 군인, 군속, 노무자, 군 위안부 등의 생활을 강요당한 당사자 또는 그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이번 강제동원 피해신고에서는 특히 노무자들이 많았다.

징용 후유증 등으로 피해자들이 대부분 사망해 그 유족들이 신고를 했으며, 많지 않은 생존자는 징용으로 인한 병을 앓거나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한 상태였다.

일본, 만주, 남양군도 등 징용 장소도 여러 곳

징용에 끌려간 곳도 일본 북해도, 요코하마 등의 탄광과 비행장 건설 현장, 제철소 등과 만주, 남양군도 등 여러 곳으로 조사됐다.

▲ 남양군도로 징용 간던 생존자 이도재옹
ⓒ 김명숙
강제동원 피해자로 생존해 있는 이도재(85·청양군 청양읍 읍내리 삼대한약방)옹은 자신의 피해신고 뿐만 아니라 그 당시 함께 남양군도로 징용을 갔던 청양사람들 중 유족이 확인된 16명의 피해자에 대한 인우보증서를 써서 제출하기도 했다.

이옹은 “일본에 강제징집 되어 1942년 8월 24일 청양을 출발, 제4해군 시설부 파견 고토오대 소속으로 중부 태평양의 섬 추럭도와 나우루도에서 군용비행기 활주로 공사 등의 중노동을 하며 죽을 고생을 했다”며 “그 당시 충남에서 200명이 갔는데 청양, 홍성, 보령, 부여, 논산 등 5개 군에서 각 40명씩 비전투원으로 징용돼 갔다”고 증언했다.

일본 요코하마에서 징용 당시 사진을 증거물로 제출한 복낙규(84·청양군 대치면 탄정리)옹은 “비료공장에서 질소를 만드는 일을 하다 광복이 되어 돌아왔다”고 밝히고, “군내에서 44명이 일본으로 갔으나 2명은 탈출했고 42명은 부산까지 같이 왔으며 현재 알고 있는 생존자는 수석리의 김윤완씨와 탄정리 복진철씨만 남았다”고 말했다.

▲ 일제 징용 피해자 복낙규옹
ⓒ 김명숙
비봉면의 고 이한봉 피해자의 큰딸 이임식(73)씨는 “중부 태평양 추럭도와 나우루도에서 포대진지를 축도하는 등 전시 노역에 혹사당했으며 노임도 못 받았다”고 부친의 피해내용을 밝혔다. 비봉면 중묵리 한상필(67)씨도 아버지(한덕순)에 대한 피해상황을 “일본 북해도 헷돌광산에서 깻묵밥만 먹고 주야로 일하다 2년 후 광복되어 돌아왔으나 결핵으로 사망했다”는 사연을 접수했다.

또 청양읍 벽천리 최상호(67)씨는 부친(최팔근)이 “42년 봄 당시 전시인력동원이라고 해서 면사무소에서 미리 작성한 명부에 의해 징발돼 일본국 후쿠오카현 탄광에서 갱내작업을 하던 중 규폐증에 걸려 1944년 봄 귀가조치 되었으나 후유증으로 1988년 사망했다”고 신고했다.

광산, 비행장 등에서 강제노역을 했던 청양의 징용피해자들은 광복 소식과 함께 징용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남양군도 등에 있던 피해자들은 광복 소식을 늦게 듣고 1년 후에나 귀국하는 등 가슴 아픈 사연도 많았다.

일제강점하 강제동원 피해자 신고를 한 생존자들과 유족들은 하나 같이 “직접 피해를 입은 분들이 많이 돌아가신 상태에서 조사가 이루어져 안타깝지만 지금이라도 철저한 조사로 역사를 바르게 기록하고 피해자들에게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남양군도에서 강제노역을 당하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서 ‘추럭도에서 나우루까지’라는 수기를 발표한 이도재옹은 “일본은 씻을 수 없는 전쟁범죄를 짓고는 전혀 반성과 사과, 보상도 없고 우리 정부도 국민들이 천신만고의 피땀으로 강제 노역한 대가를 보상받아야 하는데 정부가 차단했다”며 “고린 동전 한 푼 못 받은 피해자들이 죽기 전에 과거정권이 못한 것을 현 정권이 빨리빨리 해결하는 성의를 보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제강점하강제동원진상규명위원회측은 “강제동원의 진상을 규명해 역사의 진실을 밝히고자 피해 진상조사 및 피해신고를 받고 있을 뿐 정부차원의 피해보상이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강제징용 피해신고는 ‘일제강점하 강제동원 피해진상 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6월 말까지 군 자치행정과에서 계속 접수하고 있다.

신고서를 접수할 때는 신고 사유를 밝힐 수 있는 증빙 자료를 첨부하고, 직접적인 관련 자료가 없을 경우에는 해당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의 인우보증서를 첨부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지역신문인 뉴스청양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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