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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세상

이해찬 총리님!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세상이지요. 공휴일 날 오후 총리실 직원들과 골프 좀 쳤다고 그렇게 말이 많을 수 있겠습니까? 요즘은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번 졸부 아줌마들도 골프채를 들고 전국의 골프장을 누비다 못해 해외 골프여행까지 다니는 세상인데 말입니다.

민주주의는 원래 말이 많습니다. 말이 많은 가운데 더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세상으로 발전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어떤 역사학자가 말하더군요. 절대 왕권이었던 조선왕조가 500여 년 유지해 온 것도 죽음을 무릅쓴 선비들의 충간과 신하들의 언로를 막지 않았기에 그 체제가 유지되었다더군요.

해방 후 60년의 짧은 세월인데, 우리나라는 그새 6공화국으로 몇 번이나 정권이 실각하였습니다. 그 근본 원인을 캐보면 집권자들이 ‘인의 장막’에 가려진 채 곧은 언론인의 직언을 듣지 않거나 백성들의 마음을 읽지 못한데 있다고 봅니다. 심지어 권력자 언저리에 기생하는 아첨의 무리는 우의(牛意) 마의(馬意)까지 동원하여 권력자의 눈을 흐리게 하여 비참하게 종말을 맞게 하였지요.

보도에 따르면, 이미 총리께서 지난 식목일 골프 모임은 국회에서 대국민 사과까지 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일을 가지고 새삼스럽게 웬 말이 많으냐고 짜증을 내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도 한 말씀드리려고 하다가 이미 사과까지 한 일을 가지고 재론하는 것은 비신사적인 게 아닐까 덮어두려고 하였습니다.

어제 한 문우가 메일로 보내준 사진과 평소 잘 알고 지내는 몇몇 농사꾼들의 말을 듣고서 이 참에 좀 더 진솔한 말씀을 전해 드리는 게 이 총리에게나 참여정부를 위한다는 마음으로 드립니다.

예로부터 “좋은 약은 입에 쓰나 병에는 이롭고, 충고해 주는 말은 귀에 거슬리나 행하면 이롭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역사상 폭군이나 실패한 정치인들은 충간(忠諫)에 귀 기울이지 않고, 바른 말을 하는 사람을 불평불만자로 몰아서 감옥에 보내고 심지어는 귀양을 보내거나 형장으로 보냈습니다.

어떤 골프광 총리

아래 글은 한 문우(文友)가 메일로 사진과 함께 을 보낸 글입니다.

▲ 집도 가재도구도 흔적도 없이 불 타버리고 집터만 남은 양양의 한 두메마을
ⓒ 한 작가
제 고향 양양에 산불이 나서 저의 집필실도 다 탔습니다. 꿈과 희망이 재가 된 것을 경험했습니다. 살다보면 억울하고 기가 막힐 노릇이 아주 많습니다. …

사람은 누구나 제 울화가 가장 큰가 봅니다. 그저 제 집필실이 불타기 전과 불탄 후의 모습을 올립니다. 몸과 마음에 덮친 슬픔과 울화를 덜려고 이러겠지요. 많은 생명이 흙 속에서 바깥으로 나오는 분주한 시절에 저는 잠시 어지럽습니다. 병들지 않으려고 애씁니다. …


또 한 농사꾼은 “정권이 바뀌어도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라고 하고, 또 다른 농사꾼은 “차떼기 당 시절의 총리나 지금의 총리나 달라진 게 뭐가 있느냐”면서 “남의 눈 속에 있는 티를 보면서 제 눈 속의 들보는 보지 못한다”고 하였습니다. 아마도 이 총리에 대한 큰 기대에 대한 실망에서 나온 말인가 봅니다.

지난 정권시절 어떤 총리는 골프광으로 농담인지 진담인지 당신은 골프를 치면 “공조차도 오른쪽으로만 날아간다”는 말을 남긴 걸로 압니다. 자유당 시절에는 고위 정치인들의 중요한 모임은 비밀요정에서 한다고 하더니, 그 언제부터는 골프장에서 이루어지는 걸로 일반 백성들의 눈에 비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기 위하여 골프의 유래를 알아보았더니, 영국 스코틀랜드 지방 양치기들이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양털을 뭉쳐 지팡이로 치는 놀이에서 유래되었다고도 하고, 스코틀랜드의 동부해안가에서 어부들이 만선의 기쁨을 안고 선착장에 도착한 후 긴 해안에서 즐기던 경기에서 유래되었다고도 합니다.

어쨌든 물 건너서 들어온 이 골프는 아직도 서민들에게 위화감을 심어주며 우리나라 실정에는 맞지 않는 운동입니다. 호주나 뉴질랜드와 같이 인구 밀도는 낮고 풀밭이 많은 나라에 적합한 스포츠로, 국토가 좁고 인구밀도가 높은 우리 현실에서는 솔직히 지금의 골프장도 너무 많습니다.

그런데 골프를 배우는 사람들의 말은 ‘사업상’ 아니면 ‘사교상’이라고 대답합니다.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들이 골프를 즐기니까 그분들을 접대하려면 배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다 보니 대기업 임원은 물론이고 중소기업을 하는 이도 골프채를 들고, 심지어는 졸부 아줌마를 노리는 제비족조차 골프채를 듭니다. 그러자 일부 졸부들은 이제 국내 골프장은 시시하다고 해외로 나돌아 다녀서 뼈 빠지게 일하는 노동자들을 허탈하게 만듭니다.

농사꾼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총리가 되십시오

▲ 백두대간의 멧부리, 난개발로 백두대간도 몸살을 앓고 있다
ⓒ 박도
이해찬 총리님! 언제 틈내어 헬기를 타고 설악산에서 지리산까지 백두대간을 훑어보시고 돌아오는 길에는 다른 산들도 한번 살펴보십시오.

우리 국토가 온통 난개발로, 골프장 건설로 얼마나 몸살을 앓고 있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번 망가진 국토는 회복할 수가 없습니다. 한 골프장에서만도 1년 동안 엄청난 양의 농약을 뿌린다고 합니다.

그 농약을 씻은 물이 개울로 강으로 흘러듭니다. 그 물은 정수과정을 거치기는 합니다만 마침내 우리의 입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산골에서 조금 떨어진 우천면 산골에는 ‘골프장 건설 결사반대’라는 플래카드가 해가 바뀐 채 펄럭이고 있습니다.

“정권은 유한하고, 국토는 영원합니다”

집도 가재도구도 산불로 다 날리고 망연자실한 농사꾼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총리가 되십시오. 골프장 건설을 반대할 수밖에 없는 이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국토의 백년대계도 보살피는 총리가 되십시오.

식목일 날 기념행사를 마친 총리 일행은 오후에 중앙공무원 연수원 테니스장에서 테니스를 치다가 산림청장으로부터 산불 소식을 듣고 급거 현장으로 달려갔다.

이런 보도를 보고 들을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총리가 테니스를 치고 탁구를 친다고 품위에 손상된다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이런 자세로 일해야 물러난 뒤에 대한민국 건국 이래 제대로 된 총리라고 칭송을 받을 것입니다. 혹 결례되고 언짢은 대목이 있더라도 총리와 이 정권을 아끼는 충간(忠諫)으로 들어주십시오.

재임하는 동안 하늘과 백성들이 도와주는 총리가 되기를 진심으로 빌면서 한 산골 서생이 두서없는 글 올립니다.

덧붙이는 글 | 그동안 연재해 오던 <안흥 산골에서 띄우는 편지>를 도서출판 지식산업사에서 단행본으로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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