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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히 상을 받는 한상범 전 의문사위 위원장. 그는 "영광스런 상"이란 말을 거듭했다.
정중히 상을 받는 한상범 전 의문사위 위원장. 그는 "영광스런 상"이란 말을 거듭했다. ⓒ 이민우
"절 더러 학자가 왜 그렇게 흥분하고 편을 드느냐고 합니다. 아니 학자라고 자기 민족이 학살당하고 했는데 흥분하지 말고 편을 들지 말라는 게 말이 됩니까. 난 돌부처가 아니예요. 그리고 학자는 조국이 없단 말입니까. 그런 쓸개 빠진 학자가 백만명이 있으면 뭐합니까."

사월혁명회가 수여하는 제16회 '4월 혁명상' 수상자인 한상범(동국대 명예교수) 전 의문사진상규명위원장이 학자의 역사적 사명과 친일청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18일 서울 동숭동 흥사단 강당에서는 사월혁명회가 수여하는 '4월 혁명상' 시상식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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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혁명상'에 한상범 전 의문사위 위원장

"과거청산 숙제 풀어가라는 당부로 알고 감히 상 받겠다"

한상범 전 의문사위 위원장은 "과거청산이란 숙제를 풀어가라는 당부로 알고 감히 상을 받겠다"며 앞으로도 과거청산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상범 전 의문사위 위원장은 "과거청산이란 숙제를 풀어가라는 당부로 알고 감히 상을 받겠다"며 앞으로도 과거청산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이민우
한상범 명예교수는 "우리 사회와 우리 민족을 위해 격려하는 상을 받게 돼 참 영광스럽다"며 "그 동안 내 길을 가다보니 남 보다 미움도 많이 받았지만, 여러분들의 성원과 배려를 받으며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아직 제가 한 일들은 완성이 안 됐습니다. 과거청산이란 숙제를 풀어가라는 당부로 알고 감히 상을 받겠습니다. 정말 어떤 상보다도 영광스런 상입니다."

한 명예교수는 "저는 지금까지 정부에서 주는 상은 사양했다"며 "친일파와 군사깡패 같은 게 시정 안됐기에 상을 받지 않겠다고 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그는 "1960년 사월의 사자들도 세월이 흘러 어느덧 나이를 먹었다"고 45년 전을 회상한 뒤, "사월정신을 어떻게 오늘 살릴 것이냐의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4월 혁명 후 잠깐 감옥에 들어 앉아 있던 민주반역자 같은 사람들이 전부 출세해서 사회명망가라고 하고 있잖아요. 요즘엔 아예 이완용, 손병준 이런 친일파가 뭘 잘못했느냐며 마지막 발악을 하고 있습니다."

"일본군국주의 구세력과 현재의 친일세력은 결탁돼 있다"

그는 또 최근 잇따르는 일부 우익 인물들의 '망언'에 대해 "뭔가 믿는 뒷배가 있으니 본성을 드러내는 거고 망발이 막 나오는 것"이라며 "일본군국주의 구세력과 현재의 친일세력은 결탁돼 있다"고 친일세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친일파들은 무지막지하고 흉악하고 교활한 지배자들입니다. 일제 졸개 노릇하던 것들이 해방이 되니 오히려 상전 노릇을 하게 된 겁니다. 이들은 일본 상전보다도 더 악질적이고 나쁜 것만 배웠습니다. 그리고 박정희를 비롯해 전두환, 노태우 등은 일본 국우의 장로격인 세지마 류조란 자의 일종의 어드바이스에 따라 권력을 잡았던 것입니다."

그는 친일파들이 민족세력을 탄압한 것에 대해 "정통성은 없고 내세울 정의가 아무것도 없으니까 열등의식 때문에 자기들을 반대하면 관용이 전혀 없었던 것"이라며 "그렇기에 전쟁 때 수십만을 학살했던 거고, 만주 중심의 친일파 앞잡이인 박정희는 더 거칠었다"고 성토했다.

또 그는 "국가보안법은 그 유래와 목적, 기능 등 봤을 때 일제 침략세력이 1925년 조작한 치안유지법과 똑같다"고 비판하며 폐지해야 마땅함을 강조한 뒤, "지배세력, 독재세력에 반대하는 사람을 숙청, 공격하기 위해 써 먹었던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면 마치 안보가 흔들릴 것처럼 주장"하는 '친일파'들에게 이렇게 일침을 가했다.

"친일파들은 국가보안법이 없어지면 나라가 망한다고 소란을 떱니다. 민주공화국은 국민의 지지와 성원으로 유지돼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어떻게 국가보안법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자라나는 세대에게 4월혁명의 정신 전해주자"

그는 또 지난해 의문사위 위원장 재직 시절 이른바 '비전향 장기수' 의문사 인정과 관련 "극우세력들이 빨갱이라는 비판을 했을 때 '주변에서 한상범도 끝나는구나' 하는 소릴 들었다"면서 "그 동안 우리 사회에선 '빨갱이'라면 옆에 있다가도 같이 벼락 맞을 정도였는데 지난해엔 그게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진지하고 성실하게, 정직하게 접근하면 길은 있고 과거청산의 무기는 진실"이라며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진실을 통해 4월 혁명의 정신을 전해주자"고 당부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 신문 [참말로](www.chammalo.com)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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