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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문순 MBC 사장이 19일 취임50일을 맞아 서울 종로구 필운동 소재 한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언론의 위기가 공중파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 언론개혁이었다면 앞으로는 언론자유 토대가 되는 생존기반을 갖추는 게 언론개혁 과제가 아니겠는가. (언론) 모두 허허벌판에 서있는 상황이다."

노조위원장 출신의 '개혁 인사'로 화제를 모았던 최문순 MBC 사장이 취임 50일을 맞이해 처음으로 기자들을 만났다. 최 사장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필운동의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MBC 경영과 개혁방향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언론계 생존이 흔들리고 있다"

최 사장은 먼저 "능력에 비해 과도한 기대를 받고 있는 것 같아 부담이 상당히 컸다"면서 "경영은 성과로 보여주는 것이지 입으로 말하는 게 아니라는 소신과 남 앞에 서는 걸 좋아하지 않는 탓에 (기자들을) 자주 뵙지 못했다"고 말문을 꺼냈다.

이어 언론계 침체 문제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생존이 흔들리고 있다"면서 "언론 독립의 기본이 되는 물적 조건, 재정조차 무너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여기에는 단순히 나쁜 경기 때문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는 언론계가 당면한 도전을 ▲뉴미디어 기술의 발전 ▲대자본의 유입 ▲통신 등 새로운 진입자들 등을 꼽았다. 그는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도 올드미디어로 분류될 정도로 뉴미디어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특히 드라마 등 방송 콘텐츠산업에 대한 대자본 유입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그는 "중간(자본) 쯤에 해당되는 MBC의 경우 대형 외주제작사 드라마를 따라잡지 못해 드라마국 조직이 붕괴되는 위기를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선진국에서는 인쇄매체, 공중파매체, 인터넷까지도 시장분할에 의해 기존 위상이 약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 어려움을 어떻게 풀 것인가. 그는 ▲복합산업 추진 ▲연대와 융합 ▲새로운 시장 개척 ▲시대흐름을 따라잡으면서 소비자에게 다가가려는 노력 등을 해결방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40대 CEO 선임과 해외시장을 타깃으로 한 < BBC 월드와이드 > 설립 등으로 활로를 개척하고 있는 영국 공영방송 BBC를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패러다임을 바꿔보자'는 화두를 던지고 싶다"

그는 "기자, PD가 아무리 개별적으로 열심히 해도 거대한 변화로 인해 올드 미디어의 시장점유율 하락은 계속되고 있다"면서 언론계 공동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의 언론상황을 '냉전적 봉쇄상태'로 규정한 뒤 "탈지역, 탈계급, 탈세대가 MBC는 물론 우리 언론이 살 길"이라고 말했다.

언론경영자가 주체적으로 위기를 풀어갈 수 있는 정신적 인프라, 사회발언권 회복의 필요성도 강조됐다. 그는 "신문협회, 방송협회가 제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면서 "언론 경영자들이 스스로 위기에 대해 얘기하고 어떨게 풀 것인지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만 상호 존재인정과 냉전적 체계 포기라는 단서를 달았다.

언론이 권력화된 문제도 지금의 위기를 불러온 원인으로 지적됐다. 그는 "언론 스스로 권력이기를, 권력투쟁의 도구이기를 포기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 "다른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도록 하는 언론권력으로서 의식을 벗어야 한다"면서 "겸손해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언론노조 위원장 시절 신문 공동배달제를 계속 주장했는데 지금처럼 어려운 때도 안된다"며 "언론계에서 (위기극복을)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거듭 역설했다. 그는 "그런 말을 꺼낼 수 있는 역할과 위치에 (내가) 있지 않는가"라며 앞으로 언론계 공동대응 모색과정에 직접 나설 뜻을 내비쳤다.

그는 "조직개편, 임금인하 등 크게 진척되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대신 "'패러다임을 바꿔보자', '양보함으로써 풀어보자'는 화두를 문제해결 방안으로 내놓은 것에 주목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병목상태, 교차상태에 있는 MBC가 자기 것을 양보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쉽게 풀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음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MBC 드라마 죽쑤는 이유 있다.... 시장질서 잡아야"

▲ 취임50일째를 맞은 최문순 MBC 사장이 19일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보도국을 비롯해 조직개편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조직개편은 미래전략팀에서 연구중이다. 취임이 불과 50일 됐는데 졸속으로 할 수도 없고, 이미 단행한 인사를 뒤집을 수도 없다. 시행되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고위직급 인력활용 문제는 이사회에서 전문직제 신설을 의결, 12명의 전문직을 두기로 했다. 앞으로는 관리직으로 갈 사람과 기자, PD로 현장에 남을 사람을 구분해서 관리할 예정이다."

- 팀제 등 개혁이 진행될수록 윗분들 불만이 높을 텐데.
"우선 무너진 경쟁력을 회복하면서 안정시키는데 역점을 둘 것이다. 그리고 나서 개혁할 것이다. 연공서열이 한꺼번에 깨지니까 윗분들 불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후배 밑에서 일할 생각을 해야 한다. 외국에서는 팀도 없다. 기자 개인과 회사와의 관계만 있다. 기자 개인에게 모든 권한이 있다. 이를 목표로 두고 있는데 과도기에서 팀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 최근 MBC 드라마가 죽을 쑤고 있다. 최근 <못된 사랑>의 제작무산 등 외주제작사와 문제가 커지고 있는데.
"MBC 드라마가 죽을 쑤는 이유가 있다. 외주사가 400개에 이른다. 자본력이 강한 대형 제작사가 있고 MBC는 자본규모에서 중간이고, 그 밑으로는 매우 영세하다. 가난한 제작사는 죽겠다고, 공중파에 먹여 살리라고 난리이고.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하다. 작가, 탤런트, 제작자(연출자)들이 자본력이 강한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오늘 아침 이사회에서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놓고 심각하게 논의했다. 탤런트와 매니저 한 사람에게 MBC가 끌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한 방송사의 경우 내부 제작능력이 뭉개지다시피 했다고 한다. 그나마 MBC와 KBS는 조금씩 버텨보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누군가 나서서 드라마 시장의 질서를 확립해야 한다. 정부 정책상의 문제도 있고 우리가 대응을 잘못한 문제도 있다. 좋은 드라마를 만드는 (외주)사람들 80%가 MBC 출신이다."

- 방송3사가 공동대응을 모색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그것도 꺼내려고 한다. 신문협회, 방송협회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데 그런 뜻도 포함하고 있다."

- 앞으로 추진할 복합산업의 구체적 사업내용은?
"방송사는 기본적으로 사업을 여러가지 많이 한다. 먼저 해외시장 진출을 들 수 있다. 내일(20일) 중국지사장이 발령 받아 현지로 부임하고 곧 일본지사도 설치할 예정이다. 동남아 등 한류열풍 지역에 MBC 콘텐츠를 기반으로 진출하고 있는데 사업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 강릉MBC 사장 선임을 놓고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본사에서 프로그램 공급중단 등 강경책을 내놓았는데.
"소액주주가 있는 지역사는 사장이 바뀔 때마다 매번 문제가 있었다. 소액주주들의 권리 주장에는 법적 일리가 있다. 그래서 강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이번처럼 본사의 경영권과 주주권이 지나치게 훼손될 경우 방어 조치를 취해야 한다. 1∼2달 지나면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

"방송사 연대해야"

- 지역 광역화 문제를 취임 당시 공약으로 걸었는데.
"어느 시기에,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지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다만 된다는 것만큼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사업이 많은데 재원조달을 어떻게 할 것인가.
"상암동 DMC와 지상파 DMB 등에 모두 6000억이 들어갈 것으로 본다. 필요한 사업에는 공격적 투자를 할 생각이다. 광고시장이 어렵고, 현재 수입의 95% 이상을 광고에 의존하고 있는데 해외 수입분을 20%까지 높이려고 목표로 잡고 있다."

- 해외 수입분을 어떻게 늘리겠다는 것인가.
"그동안 미주지사의 경우 업자들에게 맡겼는데 직영으로 전환했다. 그것만으로도 수입이 3배쯤 증가한다고 한다. 중국에도 드라마를 직접 판매하기 시작했다. 후지TV나 타임워너 등도 해외판매에서 수입을 많이 올리고 있는데 자체 콘텐츠 경쟁력은 우리만 못하다."

- 신문-방송 겸업과 통신과의 제휴관계 등에 대한 입장은?
"통신과 방송의 제휴는 이중성이 있다. 일정 제휴하고 일정 대항해야 하는데, 자본이 워낙 크니까 대항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있다. 현재 지상파 DMB에서 (파워) 게임이 진행 중이다. 방송사가 연대해서 풀어야 될 사안이라고 본다."

- MBC 생존을 위해 계속 자회사를 늘리는 정책을 유지할 것인가.
"(사견이지만) 자회사를 계속 늘리는 것은 본사에도 언론계 전체에도 크게 도움되지 않는다. 자회사 자체도 열심히 하지만, 결국 MBC 콘텐츠를 받아서 파는 것이다. 본사는 황폐해지고 큰 틀에서 봤을 때 그리 좋은 정책은 아니다. 자회사 정책 전반에 대해 다시 검토하겠지만 지금 정책과는 달리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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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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