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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기자회견에서 정연주 사장이 일부 직원의 공금유용 의혹 등과 관련해 해명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안홍기

KBS 일부 직원들의 공금유용 실태가 알려지면서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정연주 사장은 20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적극적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일부 직원의 경우 공금을 유용했는가 하면, 일부 특파원은 내부 지침이나 규정을 어겨 징계 받은 사례도 드러났다. 한 예능PD는 인기MC 확보를 위해 한도를 넘는 제작비 사용으로 승진과정에서 논란을 빚기도 했다. 또 차장급 이상 간부 중 36명(180여건, 1300만원)이 사적 사유로 추정되는 용도로 법인카드를 써 징계를 받았다.

정연주 사장 "국민들에게 사과...그러나 전부 사실 아니다"

이에 대해 정 사장은 "우선 국민들에게 심려와 걱정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과한다"면서 "최근 제기된 문제들은 과거부터 잘못된 관행에서 비롯된 것도 있고, 개인이 철저하지 못해서 생긴 일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KBS가 많이 투명해졌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KBS 감사팀장은 휴가 중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 이어 이번 내부자료 유출에도 관련 됐을 것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는 감사팀. 그러나 이날 감사팀은 "우리는 말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어떤 답변도 하지 않았다.

특히 김영석 감사팀장은 휴가 중이서 회사에 나오지 않았다. 김 팀장의 핸드폰에서는 "16일부터 휴가 중이며 28일 귀국 예정이니 그 이후에 연락바란다"는 요지의 메시지만 남겨져 있다.

한편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최근 지방총국장으로 승진한 모 총국장은 관련보도의 사실을 확인하는 <오마이뉴스> 요청에 측근을 통해 "정연주 사장님이 기자회견에서 말한 그대로다"라고 밝혔다. / 안홍기 기자
특히 대구총국 PD의 공금유용 사건은 정 사장도 직접 혐의사실을 인정하고, 엄중 징계를 약속했다. 다만 공금유용 금액의 경우 보도와 달리 3000만원이 아닌 1000만원으로 보고받았다는 것. 정 사장은 "아직 내부 특별감사가 끝나지 않은 상태이지만 최종 보고를 받는대로 가장 엄혹한 징계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사건이나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잘못된 게 많다"고 해명했다. 또 몇 가지 표현의 경우 국민들에게 특정 인식을 각인시킬 수 있다고 우려해 이날 기자회견을 긴급하게 열게 됐다고 말했다.

더욱이 21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KBS 결산심사를 하루 앞두고 사건이 터져 한나라당과 '안티 정연주' 진영의 공세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의식한 듯 정 사장은 "내일 결산보고에서 충분히 소명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는데 국정감사 등을 보면 알지만 그렇지 못하다"며 "그래서 사실은 사실대로 인정하고 사실이 아닌 부분은 설명하는 게 국민들에 대한 도리가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내부감사 자료 등 외부에 제공... 정 사장 "자괴감마저 든다"

한편 사장 보고도 거치지 않은 내부 자료를 포함, 감사관련 자료들이 외부로 대거 유출된 사실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도 KBS 내부자료를 근거로 송두율 교수 프로그램 책임자 징계를 요구한 감사실 의견이 정 사장에 의해 묵살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KBS 특별조사위원회에 따르면 해당 문건은 감사실에서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으나 감사실은 "내부 조사결과 혐의 없다"고 맞서 유야무야됐다. 따라서 이번 내부자료 유출에 대해서는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만약 KBS 내부에서 의도적으로 유출됐다면 '도덕적 해이'와 함께 '기획 폭로'가 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이에 대해 "감사팀에서 공식적으로 통보 받지 않은 상황이라서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보고도 받기 전에 밖으로 (문건이) 유출돼 (사장이) 신문을 보고 알아야 하는지 자괴감마저 든다"고 토로했다.

정 사장은 국정감사나 결산보고 때 되풀이되는 이같은 방식의 폭로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사내 언로를 혹독하게 막고 있다면 이른바 '내부 고발자'로 볼 수도 있겠지만 할 말을 못하는 분위기가 아닌데 왜 내부에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지 안타깝다는 것.

정 사장은 "(문건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이를 사용하는 측에서 어떤 정치적 의도를 갖고 하는 것 아닌지 의심할 뿐"이라며 "회사에서 어떻게 대응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고 종합적인지 대책마련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KBS측은 감사팀에 이번 사건과 관련, 경위조사를 요구할 예정이다.

이번 사건은 KBS 내부개혁과 관련, 여러 가지 과제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먼저 내부개혁과정에서 자체정화 시스템이 마련되고 있는데도 이를 빌미로 'KBS 흔들기'를 시도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KBS의 한 관계자는 "공식 시스템에 의해 비리를 걸러내는 정도는 정착됐다"면서 "이 과정에서 나온 사실을 갖고 마치 KBS가 '도덕 불감증'에 빠진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수용하기 힘들다"고 반박했다.

철저한 조사와 진상규명도 거쳐야 할 숙제. KBS의 다른 관계자는 "충분한 조사가 이뤄졌는지, 납득할 만한 수위로 징계했는지, 회사가 신속한 대응을 했는지 '자정시스템'을 점검해봐야 한다"며 "무엇보다 특정 부서를 통해 내부문건과 정보가 유출되고 있는 데 대해 철저한 조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보도 일부 사실과 다르다"
[개요] 공금유용으로 지목된 6가지 사건

<동아일보> 20일자는 "이달 중순 KBS 지방방송 총국장으로 승진한 A씨는 최근 자체 특별감사 결과 안마시술소와 사우나에서 법인카드로 2차례 100만원을 결제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또 "지방방송총국 PD인 B씨는 특감결과 최근 2년 동안 회사 공금 3000만원을 유용했다"며 "지난해까지 유럽에서 3년 동안 특파원으로 일한 C씨는 특파원 시절 회사 공금 1600만원을 '사용해서 안될 곳'에 사용한 것으로 자체감사 결과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다음은 동아일보가 '공금유용' 사례로 지목된 사건과 그동안 제기된 의혹에 대해 정 사장이 그 사실관계를 해명한 내용이다.


■ 대구총국 PD 공금유용 사건 : "5500명 직원 중 '썩은 사과' 정도"

"최근 대구총국 한 라디오 PD의 공금유용 사건이다. 자체조사에서 밝혀졌다. 그 사건은 발생을 보고 받고 회사시스템 통해 감사팀에도 보고됐다. 현재 감사가 진행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 주말 감사팀(이전 감사실)이 대구총국에서 철수했다고 들었다. 특별감사 결과가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 최초 보고 이후 감사결과가 아직 전달된 게 없다. 감사결과 통보되면 파악한 것만 가지고도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비리이기 때문에 가장 엄혹한 징계를 할 것이다.

국민 여러분께 정말 죄송하다. 지금도 개인적으로는 그 PD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도저히 이해 못하고 있다. 그동안 사건파악을 위해, 문제된 액수 회수를 위해 대구총국에서 나름대로 조사했고 본사 감사팀 감사가 있게 됐다. KBS 한 PD의 잘못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행여 한 개인의 잘못이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온몸을 던지는 다른 KBS 직원들에게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게 간절한 바람이다. 5500명이나 되는 직원 중에 있는 '썩은 사과' 정도로 봐달라. 엄중하게 처벌할 것이다.

처음 보고 받았을 때 (공금유용) 금액이 1000만원이라고 들었다. 상당부분 회수됐다고 보고받았고 감사에 바로 들어갔다. 오늘 보도에 따르면 3000만원이 넘는 것으로 돼 있던데 사실과 다르다. 그러나 아직 최종 보고를 받은 게 없어서 정확한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다."

■ 법인카드 사적용도 사용 건 : "36명, 180여건, 1300만원 적발... 전액회수"

"과거 현금으로 지급되던 업무추진비가 현재 법인카드로 쓰이고 있다. 현금지급 형태는 일종의 급여 성격을 갖는다는 감사원 지적도 있어서 2002년부터 법인카드로 바꿨다. 사적 사용은 일절 못하게 했다. 그러나 과거 관행 때문에 일부 적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있었다.

감사팀에서 2004년 5월 16일부터 6월 9일까지 3주에 걸쳐 차장급 이상 간부의 모든 법인카드를 감사했다. 2002년 5월 1일부터 지난해 4월까지 23개월간 사용분을 대상으로 했다. 1747명의 12만 8501건, 81억6000만원을 감사했다. 그중 사적 사유로 추정되는 것이 36명, 180여건, 1300만원이었다. 감사결과 보고받을 때 부분적으로 문제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KBS가 많이 투명해졌다고 느꼈다.

그렇다고 용서되는 것은 아니다. 사적 사용으로 여겨지는 부분은 본인들이 상당부분 소명했고, 당시 감사팀도 "징계할 때는 공사 규정상 명백한 징계사유가 있어야 하나 일상업무 경비로 규정됐고, 고의나 중과실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관련자는 단순실수와 착오라고 소명했으며 문제된 금액은 전액회수하고 경고 조처했다"는 검토의견을 냈다.

다만 향략업소 등 공사 간부로서 도덕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인사권자로서 별개 사안으로 판단할 일이라고 했다. 그냥 지나치지 않고 징계위원회를 열어 2명 견책, 2명 경고, 4명 시말서, 4명 특별 인사처분, 7명 주의처분을 내렸다. 골프장 출입의 경우 본인이야 공적 사용이라고 하지만 받아들일 수 없어서 횟수 많은 부분은 징계처분 내렸다. 사적 용도로 추정되는 부분이 명확하게 선을 그을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드러난 사안 자체가 공사 간부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부분적으로 이같은 징계처분을 내렸다."

■ 노조위원장 출신의 지방총국장 A씨 안마시술소 법인카드 사용 건 : "퇴폐행위 없었다"

"당시 몇 개 과학프로그램을 하면서 제작진이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철야촬영, 제작하는 과정에서 당시 CP였던 분이 부서원 2∼3명과 함께 7건 사우나(3건 안마시술소 출입 포함) 이용에, 66만원을 썼다. 본인은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도 (제작) 끝나고 난 뒤 같이 고생한 팀원들과 사우나 하고 음식 먹은 게 전부라고 했다.

그래서 ERP(전사적자원관리) 기록에 남는 것 알면서 떳떳하게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외부적으로 인식 썩 좋지 않을 수 있는 곳에 갔으나 부적절한 사용 아니라고 소명했다. 퇴폐행위 여부 물어보니까 몇 사람이 같이 갔고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감사실에서도 징계를 요구하지 않았던 것 아닌가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방식이 적절하지 않다고 인정해서 경고처분 내렸고, 그 뒤 팀장 인사에서도 불이익을 줬다. 그동안 충분히 자숙했고 회사기여도, 리더십, 경력 감안해서 이번 인사 때 한 지역을 맡게 됐다."

■ 특파원 공금유용 건 : "'사용해서는 안될 곳' 없다... 이중지출 등 1300만원 환수"

"1600만원을 '사용해서 안될 곳'에 사용했다고 보도됐는데 그렇지 않다. 기자들이 숫자에 어둡고 출장갔다 와서 정산하는데 어려움 많이 겪는다. 문제가 된 특파원의 경우 제때 정산했으면 아무 문제 없다. 부분적으로 과다지출, 이중지출한 것을 바로 알았으면 수정하면 되는데... 특파원 사무실 임대료를 인상하니까 본인이 그냥 지급했다. 특파원 관리규정에 의하면 본사 승인 뒤 지급하게 돼 있다. 그 차액이 이듬해로 이월됐는데 무지로 인한 것이다.

나머지도 본인이 그때그때 정산하지 않다 보니까 나중에 과다지급했을 때 수정하지 못했다. 2003년 7월 인수인계 때 알게 돼서 전액 반납했다. 1300만원 전액을 회수했다. 본사 승인받지 않고 사무실 임대료 줘서 물어낸 돈 300만원도 포함돼 있다. 감사실에서 지적된 것은 올해 3월이다. 이미 전액 회수했던 때였다.

현지채용 카메라요원에게 몇 달 뒤 다시 (돈을) 지급한 사례도 있다. 경험상 2주에 한번 정산을 해야 하는데 이 친구는 몇 달에 한 번씩 했다. 전도금 처리에서 제때 안하다 보니 이중으로 한 것도 있고, 그런 액수가 모였다. 개인 사용과 공용을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특히 자동차 사용료나 집을 임대해서 살 경우 수리부분 중 어디까지 공용으로 인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업무상 미숙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후 특파원들에게 특파원 규정과 회사규정, 제때 정산하는 것 등에 대해 거듭 주지시켰다. 그러나 원인이야 어쨌든 감봉 1개월의 조치를 내렸다. 본인은 수용할 수 없다고 해서 현재 재심을 신청한 상태이다. '사용해서 안될 곳'이라는 비도덕적인 부분은 사실이 아니다. 보도에 따르면 사적 유용으로 인식되는데 회사 조사나 본인 소명에서 사적 용도는 일체 없었다. 본인은 업무 관련해 중복지출, 선지출했다고 명예를 걸고 소명했다. 그리고 (문제가 된 금액은) 감사실 지적 있기 10개월 전에 이미 반납했다."

■ 유럽 특파원 모씨 공금유용 건 : "감사팀에서 공식 통보받지 못했다"

"감사팀에서 공식적 통보받지 않은 상황이라서 말씀드리기 어렵다. 보도에 따르면 '특검결과'라고 돼 있는데 사장한테 보고되기 전 아침에 신문보고 알아야 하는지 자괴감을 느낀다. 저뿐 아니라 KBS 많은 구성원이 그렇게 느낄 텐데 어떤 과정에서 그렇게 됐는지 알지 못한다. 대응책을 종합 검토하겠지만 (문건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쪽에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한 것 아닌가 의심을 할뿐이다."

■ 감봉 6개월 처분뒤 국장승격 의혹 건 : "사실과 다르다"

"감봉 6개월 처분받고 국장으로 승격된 사람 없다. 회사예산 2억을 잘못 집행해서 징계 6개월 받았다는 것은 사실 아니다. 팩트가 잘못 전달된 것이다. 개인이 2억을 유용했으면 당연히 파면이다. 특파원 정산보고 제대로 못한 것과 최근 심의 문제 삼은 것 등 팩트가 다르다.

2001년 <해피투게더> 프로그램 생길 때 생긴 문제이다. 다른 방송사의 경우 MC를 쓸 때 무제한으로 (제작비) 쓸 수 있지만 KBS는 1회당 300만원이 상한선이었다. 당시 MC 신동엽씨가 500만원(1회)을 원했는데 다른 MC에 파급이 가서 주지 못했다. 방송사에 잘못된 관행들이 있다. 제작비를 외주제작사에서 알아서 보완하는 관행도 그렇다. 외주제작사와 얘기하는 과정에서 프로그램을 잘 만들기 위해 MC 섭외과정에서 처리를 분명하게 못한 점이 있다.

드라마에서도 격렬한 경쟁을 하다 보면 회사가 정한 가이드라인을 넘기게 되고 외주제작사와 협조 아래 가는 경우가 있다. PPL(간접광고)처럼. 출연료나 제작비가 무제한으로 올라가고 있다. 나중에 한류열풍이 사그라지게 된다면 제작비의 무서운 상승 때문일 것이다. 일본의 경우처럼 된다. 일부 드라마는 연예기획 자본까지 뛰어들어 경쟁이 더 치열해졌는데 길게 봐서 자해행위라고 본다. 프로그램 질 높이는 데로 가지 않고 엉뚱하게 돈 싸움하는 데로 가고 있어 걱정이 무척 된다.

(해피투게더 문제는) 국정감사 등 국회에서 2차례 문제가 돼서 답변했다. 왜 (그 분을) 주간으로 승진시켰느냐고 하는데 이미 1개월 견책을 받았고 당시 예능쪽에서 매우 유능한 사람이었다. 사적 목적으로 유용했으면 용서할 수 없지만 프로그램 잘 만들기 위해 회사지침을 못 지킨 것이라면 엄격하게 징계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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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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