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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문광위 소속 의원들은 21일 오전 정연주 사장과 이종수 이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KBS 결산심의를 거부한채 퇴장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위원장 이미경)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이 정연주 사장과 이종수 이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KBS 결산심의를 거부한 채 불참, '반쪽짜리' 회의를 만들었다.

정병국, 심재철, 최구식, 박형준, 이재웅, 박찬숙, 이계진 등 한나라당 의원들은 21일 오전 11시 38분께 자료제출 부실을 이유로 2004년 KBS 결산안 심사를 거부하고 집단 퇴장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 예정된 KBS 결산안 심사는 진행되지 못했다. 문광위는 개회 직후 자료제출 문제와 관련, 여야간사 협의로 1시간여간 회의가 중단된 데 이어 속개된 회의도 20여분만에 한나라당 의원들 퇴장으로 다시 중단됐다.

오후 1시 50분께 재개된 오후 회의에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소속 의원들만 참여한 가운데 방송법개정법률안 등 다른 안건을 처리하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오후 회의에도 불참, 문광위 파행사태는 계속 되고 있다.

한나라당 "일련의 사태에 책임지고 사장, 이사장 퇴진하라"

▲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등이 퇴장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나라당 소속 문광위 의원들은 집단퇴장 직후 국회 기자회견장으로 내려와 KBS 결산안 심사거부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다.

KBS 공금유용 사건을 폭로했던 심재철 의원은 "썩어빠진 의식으로는 정연주 사장이 공영방송사 수장 자격이 없다"면서 "정 사장은 KBS 내부비리와 공금유용이 터져나온 데 대해 '정치적 의도' 운운하며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간사인 정병국 의원은 "KBS에 요청한 자료가 미제출된 관계로 도저히 결산심사를 할 수 없게 됐다"며 "유예를 요청했으나 오히려 정치적 공방으로 몰고 가는 상황에서 회의를 진행하는 게 의미 없다고 판단했다"고 퇴장 이유를 밝혔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KBS에 제출을 요청했는데 받지 못했다고 적시한 자료는 이사회 회의록과 2003∼2005년 자체 감사보고 자료, 행정소송 관련자료, 경영평가위원회 보고서, 결산심의 회의록, 수지전망서, 수원센터건립방안 의견서 등이다.

정 의원은 "KBS는 국회 본회의 결산심사가 한 차례 부결된 적이 있다, 그때 정 사장이 시정하겠다고 답해서 통과시켜줬는데 올해 전혀 시정된 게 없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또 비정규직 부당노동행위, 편파왜곡 방송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 사례를 적시했는데 시정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 의원은 "정 사장 취임 이래 도덕불감증 인사, 관리능력과 경영능력 부재 등으로 결국 지난해 638억의 엄청난 적자를 초래했다"며 "대형사건만 터지면 대국민사과로 끝나는데 이런 사장을 놓고 결산심사를 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사회도 경영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박형준 의원도 "KBS의 문제는 잘못을 저지르고도 끊임없이 축소하고 어물쩡 넘어가려는 태도"라며 "수억원 유용했다는 자료도 공개하지 않고, 정치적 음해론까지 제기하며 빠져나가려고 하고 있다, 누군가 일련의 사태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공세를 펼쳤다.

이들 의원들은 "한나라당은 정연주 사장과 이종수 이사장이 사퇴하기 전에는 KBS 결산심사를 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 뒤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박찬숙 의원 "기자·PD 106명 연루된 비정규직 회계부정 의혹 있다"

▲ 정연주 KBS사장이 21일 오전 국회 문광위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편 박찬숙 의원은 이 자리에서 비정규직 회계부정 의혹을 추가로 제기했다. 박 의원은 "FD(무대진행), 자료조사 요원, 아르바이트생 등 비정규직 근무자 (인건) 비용을 덧붙여(부풀려) 회사로부터 받아냈는지, 허위자료 만들었는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내부 감사보고서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 주장에 따르면 비정규직 회계부정에는 106명(100만원 이상 93명, 300만원 이상 13명)의 기자, PD가 연루됐고 그중 53명이 징계대상으로 논의 중이며 유용금액은 1억7500만원에 달한다는 것.

박 의원은 "허위일지를 작성했고, 감사팀 감사가 종료돼 대외정책팀에 자료가 넘어간 것으로 안다"며 "정 사장이 2월말경 감사팀으로부터 보고받고 장윤택 제작본부장을 징계하겠다고 했는데 되레 편성본부장으로 승진 인사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KBS 대외정책팀에서 밤 10시 10분까지 답변을 미루다가 끝내 주지 않았다"며 "대외정책팀장이 '민감한 부분이라 줄 수 없다, KBS가 망신창이 되는 것을 더 이상 볼 수 없다, 팀장과 사장에게도 보고하지 않겠다, 모든 책임을 내가 지겠다'며 제출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KBS측 "자료 제출거부가 아닌 유출거부"
대외정책팀장 "처분 끝나지 않은 자료를 어떻게 주나"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날 한나라당 의원들은 문광위 전체회의 집단퇴장 및 불참 사태의 직접적 원인으로 "KBS가 주요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을 거론했다.

이재웅, 정병국, 박찬숙, 심재철 의원 등은 한목소리로 "KBS가 정당한 사유 없이 자료제출 의무를 어기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비정규직 회계부정 의혹을 제기한 박찬숙 의원의 경우 "대외정책팀장이 'KBS가 망신창이 되는 것 볼 수 없다, 자료를 줄 수 없다, KBS를 위해 일하니까 이해해달라'는 말까지 했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필요하다면 법적 절차 통해 이같은 KBS 팀장 말을 직접 (기자들에게) 확인시켜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KBS측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부분만 얘기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반박했다. 류현순 대외정책팀장은 "법률적으로 감사가 끝나지 않은 자료를 어떻게 제출하느냐"며 "제출을 거부한 게 아니라 '유출'을 하지 못하겠다고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류 팀장은 "어제(20일) 한나라당 의원실에서 비정규직 회계부정과 관련한 문의요청이 잇따라 오니까 어떤 내용인지 감사팀에 문의한 뒤 저녁에 복사본을 받았을 뿐"이라며 "아직 감사가 끝나지 않은 상태라서 감사 대상자 이름도 지워진 채 왔다"고 설명했다.

공식 절차를 통해 받은 자료도 아니라는 게 정 팀장 주장이다. 류 팀장에 따르면 감사팀에서 감사가 끝나면 인적자원센터에 징계를 요구하게 되고 인적자원센터는 양형을 위해 재조사를 한 뒤 인사위원회를 열어 징계를 결정하게 된다. 또 당사자 소명과정에서 재심까지 가는 경우도 있고 그 과정이 모두 끝나야 비로소 잘잘못이 가려지고 절차가 완료된다는 것.

그는 "결산심사를 앞두고 최근 이상한 문서가 계속 유출되고 있는데 처분도 끝나지 않은 감사자료를 주는 것은 제공이 아니라 '유출'이라고 봐서 '주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 "어제 저녁 감사팀에서 받은 참조 자료는 외부에 줄 수 있는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류 팀장은 "제출의무는 지키되 유출은 하지 않겠다"는 소신을 거듭 강조한 뒤 "내부 규정을 어기고 자료를 주는 유출행위는 불법이므로 센터장이나 사장에게 당연히 보고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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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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