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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일 강릉MBC 사장이 법인카드를 사적 용도로 썼다는 사실을 폭로한 노조 비대위 특보.
ⓒ 오마이뉴스 안홍기
강릉MBC가 사장의 사적 용도 판공비로 매달 180만원 한도의 공금을 제공한 것으로 밝혀져 공영방송 예산운영에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 20일에는 KBS의 한 간부가 안마시술 등에 법인카드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기도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강릉지부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신종엽)는 26일자 특보를 통해 김영일 강릉MBC 사장이 안마, 스포츠마사지, 헬스, 사우나, 이발, 치아치료, 골프용품 구입 등 사적 용도에 법인카드를 정기, 비정기로 사용해왔다고 폭로했다.

이용실 11만원, 안마시술소 18만원 법인카드로 사용

비대위 특보에 따르면 김영일 사장은 지난해 8월 서울 여의도 소재 ㅆ안마시술소에서 18만원을 법인카드로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급내역은 기본료 6만원, 봉사료 12만원. 또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 63빌딩 내 모 이용실에서 11만원을 법인카드로 사용했다.

이에 대해 김영일 사장은 "지난해 10월 서울로 출장왔을 때 63빌딩 헬스클럽에서 이발을 했는데 9만원 정도가 나왔다"며 "현금이 없어서 법인카드로 지불했다"고 언론보도에서 해명했다.

그러나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해당 이용실 남자 이발료는 2만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용실측은 "남자 컷트가 2만원이고, 안마를 할 경우 9만원"이라며 "여자 안마사들이 안마를 해준다"고 밝혔다. 이용실측은 "안마사들 서비스는 안마 위주"라며 서비스 형태에 대해서는 "일단 와서 받아보면 안다"고 덧붙였다.

또 ㅆ안마시술소는 "기본사용료는 6만2000원"이라고 밝혔다. 사용금액 18만원에 대해 안마시술소측은 "밤에 다시 전화해서 물어봐라"고 할 뿐 구체적 답변을 회피했다.

김영일 사장 "안마는 받았지만 퇴폐행위는 없었다"

이에 대해 김영일 사장은 27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안마시술소 이용은 인정했지만, "퇴폐행위는 결코 없었다"고 반박했다. 김 사장은 "개인용도로 쓸 수 있는 카드이기 때문에 안마를 받거나 이발 등을 할 때 법인카드로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김 사장은 11만원의 이용료에 대해서는 "지난해 추석 무렵 서울에 출장갔다가 머리를 깎으려고 하는데 주말이어서 그런지 이용사들이 나오지 않아 63빌딩 헬스클럽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또 "머리 깎고, 면도하고, 어깨 등을 주물러주는 서비스를 받았는데 현금이 없어서 카드로 10만원인가 긁고 현금 1만원을 팁으로 줬다"고 답변했다.

이어 ㅆ안마시술소 18만원 사용에 대해서는 "사우나 하고 라커룸 쓰고 이발하는데 통상 10만원씩 줬다"면서 "카드로 결제하면 현금에 비해 15∼20%의 할증이 붙는다"고 해명했다. 김 사장은 "혈압도 높고 혈관이 좋지 않아 평소 치료용 지압성 마사지를 많이 받는다"면서"(그 업소에서) 1시간 30분에서 2시간 30분짜리 특별마사지 받을 때 그런 식으로 계산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퇴폐행위는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 사장은 이번 논란에 대해 최근 본사와 강릉MBC의 갈등을 염두에 둔 듯 "법과 원칙대로 안 되니까 스스로 떠나게 하려고 한다"며 "(비대위가) 서울의 조종을 받아서 (폭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조종'이 무엇을 말하는지 묻자 "내가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지금 경영정상화에 전념하고 있는데 실체도 없는 조직으로 '진흙탕 싸움'에 말려들고 있다"면서 "이런 식 폭로로 흡집내기를 하려고 한다"고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김 사장은 "사규 등에 따라 현재 비대위는 법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강릉MBC측 "월 180만원 사적용도 인정... 감사에서 문제된 적 없다"

한편 강릉MBC는 임원(사장)이 매달 180만원 한도에서 판공비를 사적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예산을 편법 운영했으며 그동안 내부 감사에서 한 번도 문제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한도 180만원을 카드로 다 쓰지 않았을 경우 나머지 금액을 현금으로 찾아간 전임 사장도 있어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강릉MBC측은 "사장 법인카드의 경우 한달 180만원 한도에서 가족 식사 등 개인용도로 쓸 수 있다"며 "관행상 임원배려 차원에서 그렇게 해왔다"고 밝혔다. 이같은 편법운영은 4∼5년 정도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관계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김 사장이 그간 사용한 공식 판공비는 개인용도분 180만원을 제외하고 평균 매달 300만원 안팎이다. 임원(사장)이 쓰는 법인카드의 월 이용한도는 한 달 1000만원이고 일반 직원이 쓰는 법인카드 이용한도는 월 500만원이다.

장진성 경영국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관행적으로 운영해왔다"며 "강릉MBC와 본사 등 한해 3∼4차례 실시되는 내부 감사에서 이 문제는 한 번도 지적된 바 없다"고 말했다. 장 국장은 사장이 사적 용도로 쓴 법인카드 회계처리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지만 회의비, 접대비 등으로 처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언론노조 MBC본부 강릉지부 비상대책위원회는 "이처럼 부도덕한 인물이 어떻게 언론사 사장으로 선임됐는지 의아할 뿐"이라며 "김영일 사장이 퇴진할 때까지 몰지각하고 부도덕한 모습을 전국에 낱낱이 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대위는 25일 저녁부터 김 사장 퇴진을 초구하는 밤샘농성에 들어갔고 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김상훈)도 26일 강릉지부를 지원하기 위해 강릉 현지로 관계자들을 파견한 상태이다. 언론노조 MBC본부측은 27일 오전 강릉MBC 보직간부들을 만나 회사 정상화와 MBC 개혁을 위해 김 사장 퇴진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거듭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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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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