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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당국의 밀실행정을 규탄하는 대형 펼침막들이 대학 본관 벽면에 걸려 있다
대학당국의 밀실행정을 규탄하는 대형 펼침막들이 대학 본관 벽면에 걸려 있다 ⓒ 진용석
동덕여대 직원노조(위원장 유우근)는 학교당국이 독선행정과 비민주성, 사실관계 왜곡, 구성원들 간의 반목 조장 등으로 동덕민주화 정신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다고 주장하며 지난 12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학사행정이 일부 파행 운영되면서 학생들의 불편과 피해가 커지고 있다.

직원노조는 2004년 동덕민주화 합의정신을 이행할 것과 ▲대학운영위 즉각 구성 ▲일부 보직자 중심의 밀실 독선행정 중단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부총장과 실세 처장 즉각 퇴진 등을 대학당국에 요구하며 17일째 총파업 일정을 이어가고 있다.

또 직원노조는 28일 오후 교내 민주광장에서 전국대학노조 조합원과 민주노총 도보순례단, 대학생 등 25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동덕민주화를 위한 파업승리 결의대회'를 열고 "밀실 무능행정을 동덕에서 몰아내기 위한 우리의 파업은 정당하다"며 "손봉호 총장은 즉각 사태 해결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유우근 노조위원장은 "학교당국은 전체 직원 84명 가운데 44명에 대해 조합원이 될 수 없다고 억지를 부리며 사실상 노조 해체작업을 서두르고 있다"며 "동덕민주화 정신을 짓밟고 노동조합을 말살하려는 비민주적이고 독선적인 '실세 처장들'을 몰아내고 민주대학을 건설하자"고 역설했다.

동덕여대 직원노조는 28일 오후 학내에서 집회를 열고 손봉호 총장이 직접 사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동덕여대 직원노조는 28일 오후 학내에서 집회를 열고 손봉호 총장이 직접 사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 진용석
직원노조는 결의문을 통해 "민주화의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만발해야 할 동덕의 동산에는 '2004. 1. 9 합의정신'이 휴지조각이 되어 나뒹굴고 있고 오직 변형된 독재와 독선만이 판을 치고 있다"며 "더 이상 몇 몇 보직자들에 의해 황폐화되어 가는 동덕의 현실을 외면할 수 없어 분연히 일어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가운데 총학생회와 교수협의회 소속 상당수 교수들이 직원노조의 파업에 가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번 사태가 자칫 내분으로 번지며 장기화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한새해 동덕여대 총학생회장은 "실세처장들이 지난 2003년 동덕민주화 대장정에 동참한 것은 또 다른 권력을 잡기 위한 가면술이었다"며 "총학생회는 학생자치를 탄압하고 있는 '실세'들을 단연코 거부하며 직원노조와 함께 사랑하는 동덕 언덕에 진정한 민주대학을 반드시 건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교수협의회 소속 김성환(경영학) 교수는 최근 학보사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조원영만 몰아내면 이 학교에는 참된 민주화의 시대가 찾아올 것이라고 믿었지만 인류사회에 번식하는 독재의 바이러스가 새로운 모습으로 변종하여 학교를 병들게 하고 있다"며 "진정한 동덕민주화를 위해 '실세'들은 물러나라"고 충고했다.

이에 대해 대학당국 관계자는 "우리 대학에는 '실세'가 존재하지 않으며 더욱이 노동조합과 학생회를 탄압한 적은 결코 없다"며 "이번 사태는 민주화된 대학에서 구성원들의 다양한 요구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면서 겪는 일종의 과도기적 진통"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구재단이 망쳐놓은 대학을 정상화시키는 과정에서 구성원들 간에 갈등이 생기고 틈이 조금씩 벌어지고 있지만 슬기롭게 대처하고 있다"며 "대가를 치르더라도 교수는 열심히 연구하고 직원은 맡은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며 학생은 좋은 환경에서 학습권을 누리는 대학 본연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른바 '실세'로 지목되고 있는 김병일 교무처장과 유극렬 기획처장은 "대학 민주화를 부르짖으며 부패한 구재단에 맞서 함께 싸웠던 구성원들에게 입에 담지 못할 험악한 소리를 들으면 정말 고통스럽다"며 "대학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도 구재단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은 깨끗이 청소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구재단을 자기들이 쫓아내놓고 지금 와서 그들과 맺은, 그것도 물러나기 4일전에 맺은 단체협상안을 가지고 와서 인정하라고 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라며 "대학 경영권과 인사권이 노조에 의해 제한되는 현실을 어떻게 인정하라는 것이냐"고 말했다.

이들은 또 "다른 것은 몰라도 총장이 재량을 갖고 대학을 운영할 수 있도록 인사권과 경영권만큼은 넘겨주어야 한다"며 "나머지 쟁점에 대해서는 노동조합과 합리적인 대화를 통해 전향적으로 해결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대학당국은 노조의 요구에 대해 ▲경영권 및 인사권 ▲노조 전임 ▲과다한 연월차 사용 등에 대해서는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손봉호 총장이 이번 학내 분규사태와 관련 조만간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져 해결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손봉호 총장은 지난해 9월부터 동덕여대 총장으로 부임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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