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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파란 하늘과 꽃과 새소리가 마음을 넉넉하게 합니다
ⓒ 전향화
예년보다 일주일 가량 복사꽃이 늦게 피었습니다. 일주일 내로 가보지 못하면 1년 내내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다른 일을 미루고 감곡면으로 향했습니다. 비가 오지 않아 땅과 나무와 예쁜 꽃들도 빛에 바랜 듯합니다. 물기가 조금만 있었다면 더욱 아름다워 보일 텐데….

▲ 복사꽃은 질 때가 되면 더 붉어진다고 합니다
ⓒ 전향화
작년에 이곳에서 각기 다른 꽃 색깔을 보며 복숭아 품종별로 색이 다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과수원 주인에게 여쭤보니 꽃이 처음 피었을 때는 색이 옅다가 질 때가 되면 점점 붉어진다고 합니다. 마침 때를 잘 맞춰 왔다며 반갑게 맞이해 주십니다.

▲ 인공수정을 하고 있습니다.
ⓒ 전향화
제가 도착했을 때는 안씨 형제가 수정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보기엔 두 분이 너무 닮아서 동생도 나이가 들면 형처럼 될 것 같은데 형님은 자기가 조금 더 잘생겼다고 우깁니다.

수정은 타조털이 끝에 달린 긴 막대기로 꽃가루를 꽃들에게 날려주는데 꽃가루가 많지 않은 품종은 이렇게 해야 한다고 합니다.

▲ 적과보다 적화가 일이 쉽다고 합니다. 한 가지에 복숭아를 하나만 키운다고 합니다.
ⓒ 전향화
두 동서는 남자들이 수정을 하는 동안 적화를 합니다. 적과보다 적화가 일이 쉽다고 합니다. 꽃을 따며 이런 저런 얘기들은 나눕니다. 두 형제가 비슷하고 두 동서가 비슷해 보입니다. 아내들 고르는 취향도 닮았는지….

수정하며 형님은 나무를 전지가위로 파헤칩니다. 벌레의 분비물을 보고 큰 벌레가 있을 것 같다며 파헤치니 크고 싱싱한 벌레가 한 마리 나옵니다.

▲ 복사꽃으로 화전을 부치기도 합니다.
ⓒ 전향화
이곳은 친환경 농법으로, 제초제를 주는 대신 호밀을 키워 풀들을 제압하고 있었습니다. 여름엔 바닷물을 뿌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왜 그러냐니까 사람들이 이온 음료 먹는 것처럼 여름 더위에 지친 나무에게 미네랄이 풍부한 바닷물을 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염분이 과일로 들어가면 당도도 높아진다고 합니다. 음식을 만들 때도 적당한 염분이 있으면 당도가 상승하는 원리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 어미 원숭이가 새끼 원숭이의 이를 잡아 주는 것 같습니다.
ⓒ 전향화

▲ 미나리가 과수원 한켠에 수북합니다
ⓒ 전향화

이 곳 저 곳 과수원을 옮겨 다니며 두 형제는 수정을 하고 아내들은 과수원 한켠에 미나리를 뜯으며 남편들 일이 끝나기를 기다립니다. 늘 함께 하며 농사를 지어서인지 서로를 아끼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 과수원 바닥에 민들레 꽃 밭
ⓒ 전향화

파란 하늘과 화사한 복사꽃만 봐도 여유로워지는 곳에서 의좋은 형제와 금슬 좋은 부부의 모습이 어울려 참 넉넉해 보였습니다.

▲ 논농사도 못자리 준비가 한창이었습니다
ⓒ 전향화

덧붙이는 글 | 충북 음성군 감곡면의 복숭아는 7월부터 출하되기 시작합니다. 신선한 맛을 과수원에서 직접 맛보고 싶으신 분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감곡면은 경기도 여주, 이천과 접하고 있는 곳으로 직접 방문하시면 시골 인심도 느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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