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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실을 방문했던 사람이라면 한번쯤 의미있는 구절을 적어놓은 액자들을 마주친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보이지 않게 의원들의 초심을 일깨워주는 풍경소리 같은 것이다. <오마이뉴스>는 각 의원실의 문자향을 하나씩 건져 올려 그것을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먼저 각당 대표의 의원실부터 찾았다. 이 연재가 '낭만이 없어진 정치판'에서 목을 축일 수 있는 한모금의 물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편집자 주

▲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의원회관 방에 있는 항아리. 박정희 전대통령이 78년 `자주총화 국리민복(自主總和 國利民福)`이라고 쓴 글씨를 항아리에 새겼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문자향'을 찾기란 쉽지 않다. 국회, 당사 대표실에는 편액은 커녕 이렇다 할 장식·소모품이 없어 썰렁할 정도다.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국회 의원회관 500호에 위치한 박 대표의 사무실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가 청와대 시절 나란히 찍은 대형 사진액자가 방을 채웠다. 가로세로 1미터 크기의 이 사진액자가 방을 차지하고 있어 다른 소모품은 눈에 띄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 액자는 작년 가을 박 대표 삼성동 자택 지하실로 자취를 감췄다. 박 대표의 이 같은 시도는 '아버지 후광'을 벗어나려는 의지 아니냐는 점에서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대형 사진액자가 철거된 뒤 박 대표의 사무실에는 그의 축소판인냥 박정희·육영수 사진액자가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 방 한편에는 '모든 일이 뜻하는 바와 같이 이뤄진다'는 뜻의 '만사여의(萬事如意)'라는 족자가 걸려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다른 한켠에는 '만사여의(萬事如意)'라는 족자가 걸려 있다. '모든 일이 뜻하는 바와 같이 이뤄진다'는 뜻으로 정초 덕담으로 많이 회자되는 말이다. 하지만 박 대표측은 이 족자에 대해 "정치입문 시절 대만의 한 인사로부터 받은 선물"이라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대신 박 대표실의 정호성 보좌관은 도자기 하나를 소개했다. 이 도자기는 1998년 국회의원 당선 직후 한 지지자가 직접 구워 보내온 것으로 '자주총화국리민복(自主總和國利民福)'이라는 박 전 대통령의 친필 휘호가 새겨져 있었다.

1978년 작성된 이 휘호는 유신말기, 박 전 대통령이 자주국방과 국민총화를 유난히 강조하던 시절에 작성되었다. 박근혜 대표는 당시 새마음봉사단 총재로 있으면서 아버지의 이 같은 구호를 알리는데 앞장서기도 했다.

내친 김에 박 대표의 '마음 속' 문자향도 물었다. 며칠 뒤 대표 비서실의 관계자가 박 대표에게 직접 물어 알려준 글귀는 이랬다. '바르고 현명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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