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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을 쌓는 사람이 있다. 집과 논, 밭 주변에 차곡차곡 축대를 쌓아 올린다. 규격이 정해진 돌이 아니라 남들이 필요 없다고 방치하는 모든 돌을 애지중지 주워다 쌓고 있다.

집 앞에 수천 수만개의 돌을 쌓아 올려 높이 5m, 길이 50m의 축대를 일일이 손으로 만들었다. 그 앞 밭둑도 같은 크기로 50m나 쌓고 논둑도 준비하고 있다.

▲ 자신이 일일이 손으로 쌓은 축대 앞에 선 이규상씨.
ⓒ 김명숙
돌을 쌓는 사람은 충남 청양군 목면 지곡리에 사는 이규상(67)씨. 무슨 이유에서일까?

"이 집터 400평하고 집 앞 논 2000평과 산 2정은 할아버지 대부터 내려오는 땅입니다. 이것은 내 재산이 아니라 대대로 물려 줘야 하는 땅입니다. 자식들에게 그냥 지키라고 말하는 것보다 내 손으로 일일이 그 주변에 돌로 축대를 쌓아 놓으면 돌 하나 하나에 내 지성이 들어갔으니 어떻게 남의 손에 넘기겠습니까?"

이규상씨가 맨손으로 몇 년째 돌을 쌓는 이유는 '공든 탑이 무너지랴'는 말처럼 물려 받은 땅을 다시 후손에게 대대로 물려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공을 들였으니 그 공을 생각해서라도 땅을 쉽게 팔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다.

지곡리서 나고 자라 결혼하고 농사지으며 평생을 살아온 이씨는 젊어서는 주막에서 술깨나 먹었는데 나이 들어 할 일을 찾다가 돌을 쌓기 시작했다.

5년 전부터 주변에 버려진 돌이나 집을 뜯으면 나오면 구들장, 시멘트 덩어리 등등 모양과 크기를 가리지 않고 모두 주워다 집 마당 축대를 쌓았다. 지나다가 다른 동네에도 버려진 돌이 있으면 경운기를 끌고 가서 가져온다.

"돌은 한꺼번에 모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티끌 모아 태산이죠. 다른 사람들에게는 흔한 돌이지만 나는 지나다가 돌을 보면 저 돌 아깝다하는 생각이 절로 납니다."

▲ 밭둑도 돌로 쌓았다. 밭둑 아래 보이는 논둑도 쌓을 예정이다.
ⓒ 김명숙
큰돌 하나 움직일 때는 한나절도 걸린다. 누가 도와 주면 쉽지만 혼자 하기 때문이다. 한 시간이고 스무 시간이고 '세월이 좀먹나'하는 생각으로 쌓는다. 큰 돌은 옛날 지렛대 원리를 이용하기도 하는데 별 궁리를 다한다. 삼국지도 읽고 대하 드라마도 허투루 안본다. 그렇게 하면 지혜가 는다는 게 이규상씨의 생각이다.

다치기도 많이 했다. 5년 전부터 시작했지만 지난해는 봄부터 겨울까지 돌 쌓기를 계속했다. 올해도 모내기가 끝나면 2천여평이 되는 논둑을 쌓을 계획이다. 보기도 깔끔하고 땅도 넓어진다. 논둑을 깎지 않아도 되니 일손도 덜 수 있다.

부인 박태림(67)씨는 "경운기로 돌 주워다가 쌓느라고 밤나무밭에 밤이 쏟아져도 주울 새가 없었다"며 "매일 돌을 쌓으니 삭신이 아프고 아들이 사다준 안마기를 하루 저녁에 열 번도 더 사용할 정도인데 자고 일어나면 또 돌을 쌓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허튼 돌을 하나 하나 모아 정성들여 반듯한 축대로 쌓아 올리듯이 가계를 튼튼하게 이어가고 싶은 이규상씨의 바람도 돌 하나 하나에 쌓이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지역신문인 뉴스청양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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