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소득 탈루의혹으로 인해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퇴임 압력을 받아왔던 이상경 헌법재판관이 2일 오후 A4용지 1장짜리 '사퇴의 변'을 통해 사의를 밝혔다. 이상경 재판관의 사의 표명 소식을 들은 기자들이 2일 오후 5시 30분경 헌법재판소 317호 이상경 재판관실을 찾았으나, 이 재판관은 이미 퇴근한 상황이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기사대체 : 2일 오후 5시45분]
▲사의를 표한 이상경 헌법재판관 (자료사진) ⓒ 연합뉴스 전수영
"有不虞之譽(유불우지예) 有求全之毁(유구전지훼)라 하였듯이 저 또한 뜻하지 않은 명예를 얻어 헌법재판관으로서 대통령 탄핵심판, 신행정수도특별법 위헌심판 등 중대한 헌법재판에 있어 헌법과 양심에 따라 헌법 판단의 온전함을 추구하였으나 끝내 힘이 미치지 못하였고, 이제 저의 부덕함을 자책하면서 저에 대한 비난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반구저기(反求諸己)의 심정으로 헌법재판관의 직에서 물러나고자 합니다."
끝내 이상경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2일 이와 같은 사퇴의 변을 밝히고 재판관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동안 임대소득 탈루의혹으로 인해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퇴임 압력을 받아왔던 이 재판관은 이날 오후 5시경 A4용지 1장짜리 '사퇴의 변'이란 짧은 글을 전하면서 사의를 밝혔다.
이 재판관의 사퇴의 변에서 "생각지도 않는데 명예를 받을 수도 있고 온전하기를 바라다가 비방을 받는 수도 있다(有不虞之譽(유불우지예) 有求全之毁(유구전지훼))"라고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 또 이 재판관은 '반구저기(허물을 자기에게서 찾다)'의 심정이라면서 헌법재판관 자리에서 물러남을 알렸다.
헌재는 이 재판관의 인용한 맹자의 글에 대해 "뜻하지 않은 명예를 얻게 되어 온전함을 추구하였으나 오히려 이를 잃게 되었다"며 "모든 허물을 나 자신에게 돌린다"고 설명했다.
이 재판관은 지난 2004년 2월 헌법재판관에 오른지 1년4개월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처럼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도덕성 논란으로 중도하차한 경우는 지난 88년 헌법재판소가 생긴 이래 처음이다.
이와 관련해 김민영 참여연대 시민감시국장은 "최근 우리 사회의 고위공직자에 대한 윤리적 기준이 높아진 가운데 이 재판관이 탈세 문제로 사퇴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며 "다만 1년전 (이 재판관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런 점이) 걸러지지 못한 점을 봤을 때,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절차 검증의 방법이 전면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점이 또다시 지적된 같다"고 말했다.
▲이상경 재판관은 2일 오후 5시경 A4용지 1장짜리 '사퇴의 변'이란 짧은 글을 전하면서 사의를 표했다. 사진은 이 재판관이 발표한 사퇴의 변. ⓒ 오마이뉴스 강이종행
이 재판관 고발장, 부패방지위에 접수
한편 이 재판관의 임대료 탈세 문제를 제기한 최아무개씨는 전날(1일) 이 재판관에 대한 고발장을 부패방지위원회(이하 부방위)에 접수했다.
최씨가 부방위에 제출한 고발장에는 이 재판관 본인의 서명이 들어있는 주택 임대차 계약서를 비롯해 이 재판관 측과 건물 명도를 둘러싸고 벌였던 소송관련 기록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부방위는 고발내용에 대한 심사를 벌인 후 탈세 혐의가 확인되면 국세청 등에 자료를 이송할 방침이다.
또 국세청도 부방위로부터 이 재판관의 탈세 고발장이 전달될 경우 탈루 혐의에 대한 검토를 벌여 추징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 | 임기 채우진 못한 첫 헌법재판관 오명 | | | |
이상경 재판관이 2일 윤영철 헌법재판소장에게 제출한 사표를 노무현 대통령이 수리할 경우 이 재판관은 개인적으로 불미스런 사정에 의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퇴임하는 첫 헌법재판관으로 오명을 남기게 된다.
이 재판관의 사표가 수리될 경우 지난 2004년 2월 취임한 이후 불과 1년4개월만의 물러나는 것. 원래 이 재판관의 임기는 오는 2010년까지였다.
헌법재판소법 6조에 따르면, 이후 절차는 재판관이 임기 중 결원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후임자를 임명하도록 돼 있다. 이 재판관은 국회 선출로 헌법재판관에 올랐기 때문에 이 재판관의 후임자도 마찬가지로 국회에서 선출하게 된다.
따라서 이번달 30일 국회 회기를 마치는 정기국회에서 선출해 대통령이 임명할 예정이다.
한편 헌법재판소(소장 윤영철 재판장)는 이 재판관의 후임자가 임명되기 전까지 불가피하게 1명이 결원된 8명으로 각종 평의를 진행하게 될 전망이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