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짜리 아이가 6개월 만에 불어를 독파했다'
이것은 어느 신동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유아교육 교재를 홍보하기 위한 광고문구도 아닙니다. 평범한 아이가 단지 도서관 이용을 생활화함으로써 이루어 낸 실화입니다. 실로 믿기지 않는 이 일은 아이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어서도, 비싼 과외를 시켜서도 아닙니다. 그저 도서관을 놀이터 삼아 열심히 다닌 결과입니다.
'도서관만 다닌다고 어떻게 그렇게 될 수가 있단 말인가?'라고 의문을 가질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기적의 도서관학습법>이라는 책을 읽어본다면 그러한 의문을 시원스럽게 풀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도서관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의 지은이 이현씨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대학에서 미술사를 가르치는 선생님입니다. 문헌정보학이나 유아교육 전공자가 아닌 비전문가가 '도서관'과 '학습법'이라는 전문분야에 대해 책을 썼다는 것입니다.
도서관 사서인 제가 이 책의 출간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혹시나 비전문가가 도서관에 대해 섣불리 말하는 것은 아닌지', '사람들에게 왜곡된 도서관상을 심어는 것은 아닌지'라는 우려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저의 우려는 책을 조금씩 읽어나가면서 서서히 불식되기 시작했으면 마지막 책장을 넘기고는 완전한 기우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기적의 도서관학습법>은 지은이가 두 아이와 함께 도서관을 이용하면서 아이가 어떻게 지식을 쌓고, 사고력과 인지력 같은 학습능력을 키워나가는지를 생생하고 섬세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 '도서관학습법'이란 도서관에서 시간과 책의 분량을 정해두고 아이에게 의무적으로 책을 읽히는 것이 아니라, 엄마나 북시터(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사람)가 아이가 무엇이 궁금한지를 잘 파악하고, 그 궁금증을 아이 스스로 풀어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책과 친해질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주는 것이라고 지은이는 말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입니다. 아이가 공룡에 대해 호기심을 품는다면 도서관에 있는 어린이용 백과사전에서 공룡을 찾아보게끔 해주는 것입니다. 백과사전을 통해 공룡에 대한 정보를 얻은 아이는 '앎의 욕구'라는 기본적인 본능에 의해 좀 더 다양한 공룡사진을 보고 싶어 한다거나, '티라노사우루스'라는 특정 공룡에 호기심을 갖게 되기도 합니다.
아이는 새로운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다시 다른 책을 찾게 됩니다. 다시 찾은 책 속에서 아이는 또 다른 궁금증이 생기게 됩니다. 이처럼 궁금증을 가지고, 풀어나가는 과정 속에서 아이는 지식을 쌓게 되고, 어떻게 공부해야 되는지를 스스로 체득하게 되는 것입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러한 학습이 가능한 것은 도서관이 아이의 무궁무진한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하고 많은 책을 소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정에서 책을 구입하여 아이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가 언어를 배우게 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우리말을 할 수 있게 된 데에는 특별한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 아닙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주변에서 많이 듣고 접해봄으로써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원리로 도서관의 책들을 아이에게 자주 읽어주고 접하게 해주면 아이는 보다 빠르고 쉽게 언어를 익히게 되는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도서관학습법'은 아이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교육방법입니다. 책을 좋아하게 된 아이들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책을 찾게 되고, 꾸준히 보게 된다는 것이지요.
이현씨는 이러한 '도서관학습법'이 고비용의 사교육보다 훨씬 효율적이며, 사교육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 근거로 도서관을 꾸준히 이용한 자신의 두 아이가 어떻게 성장해 왔는지 자세하게 제시할 뿐만 아니라 외국의 도서관학습법 관련 연구결과, 사례, 통계를 적절히 인용하고 있습니다.
<기적의 도서관학습법>의 내용이 단지 '왜 도서관이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만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본격적인 내용은 효율적인 도서관 활용법, 아이의 성장단계별 독서지도법, 도서관 부가서비스에 대한 설명까지 도서관의 머리에서 발끝까지를 폭넓고 다채롭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또한 마지막 부록에는 북시터 선생님들의 상담 내용과 전국 공공도서관에 대한 정보도 알려주는 세심함을 보여줍니다.
직업이 도서관 사서이다 보니 저는 이 책이 무척이나 고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도서관 실무자의 시선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도서관의 다양한 면을 순수한 이용자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고마운 것은 도서관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준 것에 그치지 않고,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려는 노력을 열정적으로 해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사서가 도서관의 가치에 대해 핏대 올리며 열변을 토하는 것보다 실제 이용해 본 사람이 '도서관 정말 좋다'라고 한 마디 해주는 것이 더 큰 효과가 있습니다. 이는 음식점 주인이 자신의 음식이 맛있다고 말하는 것보다 실제 먹어본 손님이 맛있다고 한 마디 해주는 것이 더 큰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편식하는 아이보다 음식을 골고루 먹는 아이가 튼튼하고, 건강하게 성장한다는 사실을 상식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가 사다주는 책만 읽는 아이보다 도서관의 무궁무진한 지적, 정서적 영양분을 자유롭게, 흠뻑 섭취한 아이가 훨씬 더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것입니다. 아무리 비싼 유아교육 교재라도 도서관 책의 풍부함과 다양함과 견줄 수는 없는 것입니다.
도서관에는 이처럼 우리 아이를 건강하고 똑똑하게 성장시킬 수 있는 뭔가 특별한 '힘'이 있습니다.
여러분! 오늘부터 그 '힘' 한 번 느껴보시지 않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