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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형산강에도 재첩이 있었군요?"
"예전엔 여기에도 재첩이 많았어. 물이 참 깨끗했거든. 지금 재첩을 한창 잡을 때지. 종철(포스코)이 생긴 후 재첩이 사라져 속을 많이 태우기도 했지."
"요즘, 형산강 재첩이 잡힌 것은 물이 맑아 그런가요?"
"몇 년 사이에 많이 좋아진 건 사실이야. 그러나 한창 재첩을 잡을 철에 겨우 요만큼 잡았으니(웃음), 형산강은 더 맑아져야 해."
환경의 날인 6월 5일 오전 11시. 형산강 하구에는 빠른 손놀림으로 재첩을 채취하는 네 분의 할아버지가 계셨다. 난생 처음 재첩을 채취하는 모습을 본 행운을 얻었다. 할아버지들은 허리춤까지 오는 물 장화를 신고 강에 들어가 '재첩용 갈퀴'를 강바닥에 밀착시키고 한 걸음씩 발길을 옮기며 채취에 열중하고 계셨다.
재첩을 넣는 고무대야를 끼운 탱탱한 타이어 튜브를 한 손에 거머쥔 채, 갈퀴를 움켜쥔 다른 손은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곧 갈퀴를 타이어 튜브에 올려놓고 잡힌 재첩은 대야에 모으고 다른 것들은 강에 돌려보내는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강가로 나온 한 할아버지가 "많이 잡으셨나?"는 질문에 고개를 돌려 도리질을 반복하신다. "네 시간 작업해 겨우 요만큼 잡으니 재미가 별로 없네. 그래도 손자 놈에게 용돈도 주고 담배 값은 되겠지." 담배에 불을 붙여 한 모금 길게 내뱉으신다.
할아버지가 잡은 재첩은 시장이나 식당에서 흔히 봐온 재첩보다 훨씬 굵고 반들반들한 색깔이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사진기 셔터를 눌러대는 속에 할아버지는 대야에 모아둔 재첩을 재빨리 마대자루에 옮기신다. 채취를 마무리할 작정이신가 보다.
또 다른 할아버지가 강가에 나오시자 "행님요, 고마하시더. 힘이 부쳐 더는 못하겠니더"하신다. "니는 일찍 와 고마해도 된데이. 내는 쪼매만 더 하다 갈란다." 재첩 할아버지들 사이에 오간 사투리가 정겹게 들리는 건 내년에도 형산강에 재첩잡는 모습을 또 볼 것을 기대한 탓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