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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단오잔치의 마지막 행사, 강강술래
우리동네 단오잔치의 마지막 행사, 강강술래 ⓒ 김세진
단오축제 준비가 한창인 신방학초등학교(서울 도봉구 방학3동) 운동장. 토요일(11일) 오후라 아이들이 빠져나간 운동장은 동네 여기저기서 모여든 사람들이 대신하기 시작했다. '이웃을 사랑하는 아버지모임, 도우기' 회원인 이용석님은 뭐가 그리 신나는지 햇볕에 얼굴이 검게 타는 것도 잊은 채 서너 개의 천막을 치느라 땀에 흠뻑 젖었고 같은 모임의 이봉조님도 직장에서 막 달려와 함께 거들고 있다.

지난 한달간 방학동 일대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분주했다. 이 동네 여기저기에 만들어져 있는 순수한 주민모임들의 대표들이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 논의하고 다시 각자의 모임으로 돌아가 논의한 내용을 준비했는데 이는 모두 이날 열린 '우리마을단오잔치' 준비 때문이었다.

체급 없는 단오 팔씨름 대회
체급 없는 단오 팔씨름 대회 ⓒ 김세진
으랏차차! 할머니 마음은 청춘인데..
으랏차차! 할머니 마음은 청춘인데.. ⓒ 김세진
이날 단오잔치는 느티나무방과후교실, 방아골어린이집학부모회, 도봉아이사랑모임, 이웃을섬기는사람들 '섬들모임', 환경을생각하는가족모임 '생명지기', 이웃을사랑하는아버지모임 '도우기' 등 방학동에서 생활하는 동네주민들의 모임이 함께 준비했고 행정적인 지원 등 전체행사기획은 방아골 복지관이 맡았다.

행사를 기획한 방아골 복지관은 옛부터 우리의 삶 속에 자리 잡고 있었던 공동체성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일터와 삶터가 분리되고 집값이나 진학 등의 이유로 생활 공간이 쉽게 이동하게 됐다. 방아골 복지관은 이웃과의 생활의 공유가 불필요하게 느껴지는 현재의 모습에서 벗어나 축제라는 '마당'을 통해 서로 인사하고 소통하고자 한다. 또 더불어 준비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점차 희미해져 가는 지역 공동체성을 다시금 회복 시키고 또 주민들이 그 지역에 뿌리 내리고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적 삶터를 꿈꾼다.

팔씨름 우승자에게 주어진 쌀 한가마
팔씨름 우승자에게 주어진 쌀 한가마 ⓒ 김세진
단오축제에는 팔씨름대회, 굴렁쇠 굴리기, 긴줄넘기, 8자놀이, 비석치기 등 전통놀이마당과 익모초즙, 쑥떡, 오미자차 등을 맛볼 수 있는 먹거리 마당, 장명루 만들기, 창포머리 감기, 천연염색, 단오부채 만들기 등의 참여마당이 열렸다. 각 마당은 모임별 대표가 한자리에 모여 논의하고 능력껏 나누어 맡았다. 각 모임별로 한달 넘게 준비해왔던 터라 행사의 진행은 순조로웠다.

모두들 퇴근 후 늦은 저녁에 모여 준비했지만 피곤한 기색은 없었다. 오히려 아이들처럼 상기된 표정에 자신들의 마당에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이기를 바라며 마당별 안내판의 위치도 '조작'하는 열의까지 보여 주었다.

이날 유난히 많은 사람의 관심과 참여가 이루어졌던 행사는 바로 팔씨름대회. 상품으로 쌀 20kg 한포대가 준비되었기에 신청자는 줄을 섰고 조기 접수 마감을 해야 할 정도였다. 할머니와 젊은 새댁의 팔씨름도 볼 만했다.

단오부채만들기
단오부채만들기 ⓒ 김세진
축제는 이미 모임의 대표들이 함께 만나는 순간 시작됐다. 어떤 어머니는 아이들과 신랑 눈치 보면서 늦은 밤까지 포스터를 붙였고 또 어떤 분은 먹거리 장터의 알찬 준비를 위해 알뜰한 시장조사와 견적서까지 준비했다. 온 집안 식구들을 동원하여 장명루의 실을 색깔별로 정리한 어머니도 계셨고 늦은 밤 지친 몸으로 만나 행사의 마지막을 장식할 강강술래를 연습하고 또 연습하며 즐거워했고 가까워졌다.

누구 누구씨로 불리던 호칭이 이내 언니 동생, 형님 아우로 바뀌어 불리기 시작했다. 누가 시킨 일이 아니였다. 우리 동네의 재미있는 잔치를 준비하기 위한 주인으로의 자연스러운 준비였고 그 과정 속에서 이미 한 이웃임을 맛보고 있었다.

문지기 문지기 문열어라~ 열쇠없어 못열겠네~
문지기 문지기 문열어라~ 열쇠없어 못열겠네~ ⓒ 김세진
최근 실직 후 힘들어 하던 '도우기' 모임의 이용석님은 이날 새로운 취업 준비를 위해 대형 면허를 취득하는 시험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시험 시간을 앞당겨 치른 뒤 달려왔다. 바로 자신의 축제이기 때문이란다. 용접일을 하시는 신철수님도 자신의 이웃 두 분을 함께 모셔왔다. 좋은 일은 나눠야 한다며 즉석에서 도우기 회원으로 가입시킨 뒤 함께 천막을 치고 팔씨름 진행을 맡았다.

비가 온다던 일기예보에 지레 겁 먹었던 단오잔치. 하지만 맑고 푸르렀던 방학동의 마을축제는 평소 잘 알지 못했던 동네 이웃들과의 자연스러운 인사와 한잔에 오백 원짜리 막걸리, 다양한 놀이로 신나게 뛰어 놀며 일으키는 아이들의 흙먼지가 범벅된 함께 만들고 함께 즐긴 한바탕 잔치였다.

단오 널뛰기
단오 널뛰기 ⓒ 김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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