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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전경. 110만명이 다녀갔다는 한국국제전시장
전시장 전경. 110만명이 다녀갔다는 한국국제전시장 ⓒ 심경일
경기고양국제전시장(KINTEX)에서 열렸던 2005 교육인적자원 혁신 박람회가 지난 6월 14일 '한국 교육 60년 성취와 도전, 국제세미나'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주 동안 11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다녀갔으며 국민들이 교육정책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와 함께 교육의 질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히고 있다. 그 행사에 여러 차례 참여했던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 몇 가지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

얘들아, 이곳에서 무얼 보았니?
얘들아, 이곳에서 무얼 보았니? ⓒ 심경일
첫째, 관람객 110만 명 중 상당수는 초중고 학생들의 단체 관람으로 보였다. 단체관람이 몰린 날에는 전시장으로 들어가기조차 어려워 주변을 배회하는 학생들을 볼 수 있었는데, 과연 110만 명이라는 숫자가 무엇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는가?

박람회 홈페이지(www.eduexpo2005.com) 자유게시판의 '전근대적이고 비민주적인 전시행정의 학생동원 실태'에 관한 글에는 일주일째 답글도 없다. 학생들의 체험학습이었음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단체관람을 통한 무리한 학생동원이 있었는지 잘 살펴 볼 일이다.

둘째, 행사관계자에 의하면 이번 박람회에 소요된 예산과 사회간접비용은 정부와 16개 시도교육청 예산을 포함해 수백억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다양한 전시와 체험 행사들도 있었지만, 첨단매체 전시장, IT(정보통신) 경연장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고, 교육혁신이라는 주제를 체감하기도 어려웠다. 국민의 세금인 관련 예산이 얼마나 효율적이고 적정하게 쓰였는지 따져 볼 일이다.

셋째, 행사가 끝난 14일 마지막 날까지 아이들 손을 잡고 찾아준 '국민'이라는 손님들이 폐막선언조차 없이 뿔뿔이 전국 각지로 빗줄기 속에 돌아가던 그 시간, 행사를 주최한 교육부 담당자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가?

60년대 교실. 왜 사람들은 이곳으로 몰려들었을까?
60년대 교실. 왜 사람들은 이곳으로 몰려들었을까? ⓒ 심경일
60년대 교실 안에 있던 도시락
60년대 교실 안에 있던 도시락 ⓒ 심경일
그들은 바로 그 시간 박람회장 2층 회의실에서 그들만의 국제만찬을 즐기고 있었다. 국제세미나에 참여한 OECD 교육담당 국장의 '한국교육의 성과는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하다'는 찬사에 취해 공연단의 여흥까지 곁들이며, 빗길에 집으로 돌아가야 할 국민들은 새카맣게 잊어버린 채….

세미나에 참여한 외국 손님들을 정중하게 대접하는 것은 마땅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그 만찬은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던 한국교육개발원장이 주관하도록 하고, 차관이나 실무위원장인 담당국장은 아래에 있는 행사장으로 내려가 교사, 학생, 학부모의 손을 잡고 감사의 인사를 나누며 행사를 마무리 했어야 한다. 그것이 그들이 밥 먹듯 말하는 교육주체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

공식적인 폐막행사는 계획에 없었다고 하니, 논외로 하더라도 관람객 대부분 학생, 학부모, 교사였고 교육부 주최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이 주관했다면 교육주체들과 교육당국 상호간 교류와 대화를 통한 이해와 소통의 장이 '만찬'은 아니라 하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마련되었어야 했음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적하는 것이다.

박람회 공동위원장인 교육부 차관은 "국제 세미나가 열리는 현재 이 시간은 한국의 교육시스템이 밝은 내일을 가져올 수 있는 원동력이 될지 아니면 끝없는 추락으로 가져가는 병폐의 원천이 될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기로에 서있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미래교실관. 그곳에서 아이들은 행복할까?
미래교실관. 그곳에서 아이들은 행복할까? ⓒ 심경일
차관의 표현대로 중요한 기로에 서있던 그 시간, 그들은 어떤 선택을 했는지 묻고 싶다. 또 6월 1일 개회식에서 교육부총리는 박람회는 "광복 후 우리 교육의 성과를 보여주고, 혁신의 비전을 국민과 함께 나누기 위해 마련한 자리"라고 하였다. 광복 60주년을 기념한 국가 행사를 그렇게 허술하게 마무리 하는 것이 교육혁신인지 묻고 싶다.

끝으로 만찬장 아래 전시관 곳곳에서 최선을 다해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체험활동을 도왔던 많은 분들께 감사를 드리며 이번 박람회에 대한 철저한 평가와 반성을 토대로 거품과 껍데기를 걷어낸 작은 '교육박람회'가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열리길 소망한다.

덧붙이는 글 | 6.22(수) <한겨레신문> 독자기자석에 요약 내용이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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