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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6월 6•15 공동선언 4주년 기념 국제토론회장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주선으로 북측 고위 인사를 처음 만난 노무현 대통령과 리종혁 북한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맨 왼쪽).
ⓒ 오마이뉴스 김당

제15차 남북 장관급회담에 참석 중인 권호웅 단장 등 북측 대표단 일행이 23일 노무현 대통령을 예방할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지난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시작된 남북 장관급회담이 올해로 15차를 맞이했으나 북측 대표단이 청와대를 예방한 것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만큼 남북 장관급회담의 ‘성과’가 전제되어야 청와대 예방이 이뤄졌다는 얘기다.

그 점은 남측 장관급회담 대표단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예방도 마찬가지다. 남측도 남북관계가 꼬였을 때 박재규 수석대표와 임동원 특사의 김 위원장 면담을 성사시켜 문제를 풀어 나갔다. 따라서 북측 대표단의 청와대 예방은 ‘길조’로 받아들여진다.

그동안 북측 대표단이 청와대를 공식 방문한 것은 1972년 남북조절위 1차회의 때 박성철 제2부수상이 박정희 대통령을 예방한 이후 일곱번째이며, 비공식 방문을 포함하면 열번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1차 전금진•제5차 김령성 대표단장 등 청와대 예방

우선 북측 대표단은 남북 정상회담 직후인 2000년 7월 31일 당시 제1차 남북 장관급회담 마지막 날에 전금진(전금철) 단장 등 대표단 5명이 박재규 수석대표 등 남측 대표단과 함께 청와대를 찾아가 김대중 대통령을 예방한 바 있다.

당시 내각 책임참사(장관급)의 자격으로 장관급회담에 나선 전금진 단장은 김정일 위원장의 안부 인사를 전하며 “대통령께서 장군께 선물한 진돗개는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고 전했다. 전 단장은 예방을 마치고 청와대 본관을 나설 때 김 위원장이 선물한 풍산개를 보여주자 “많이 컸다”며 머리를 쓰다듬기도 했다.

또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에서 유일하게 김 위원장의 왼편에 배석했던 김용순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는 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2000년 9월 남한을 방문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김 위원장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어 2001년 9월에 열린 제5차 장관급회담 때는 당시 처음으로 대표단장을 맡은 김령성 북측 단장이 청와대로 김대중 대통령을 전격적으로 예방했다. 당시 내각 책임참사와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제1부국장을 맡고 있던 김 단장은 6•15 남북정상회담 준비접촉 단장으로도 활약했었다.

이에 대해 당시 회담이 뜻밖의 난관에 봉착해 김 대통령이 직접 북측 단장을 만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으나 김 단장을 비롯한 북측 대표가 일부 교체된 데 따른 의례적인 만남일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그 이후로는 이번 15차 회담을 포함해 서울에서 5차례의 남북장관급회담이 더 열렸지만 북측 대표단의 청와대 예방은 이뤄지지 않았다. 2002년부터 불거진 제2차 북핵 문제가 남북관계를 경직시켰기 때문이다.

김정일 위원장의 대남특사 자격 청와대 예방 여부가 관건

따라서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북측 대표단이 노 대통령과 첫 ‘상견례’를 갖는 이번 청와대 예방에서 어떤 말들이 오갈지 주목된다. 특히 북측대표단 단장인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가 김정일 위원장의 대남특사 자격으로 예방하는 지가 관심사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특사 자격 여부에 대해 모른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하지만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6•15 공동선언 5주년 기념 평양 행사에 정부 대표단장의 자격으로 방문해 전격적으로 김정일 위원장을 면담하면서 ‘대북특사’ 자격이 공개되었듯이 이번 청와대 예방도 그런 절차를 따를 가능성이 크다.

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북측 인사를 접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지난해 6월15일 서울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 4주년 기념 국제토론회'에 참석한 리종혁 북한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주선으로 호텔 행사장에서 10여분간 접견한 적이 있다.

당시 북한측 고위 인사를 처음 만난 노 대통령은 "북쪽 사람 오늘 처음 만난다"면서 "개인적으로 인연이 통 없었으나 만나보니 자주 보던 분 같은 느낌이다"고 인사했다. 이에 대해 리종혁 부위원장은 대통령 탄핵 사건을 지칭한 듯 "그 사이 아주 고생하셨다"면서 "건강한 모습을 뵈니 기쁘다"고 짧게 인사를 했다.

따라서 이번에 노 대통령은 정동영 특사에 이어 권호웅 대표단장을 통해 두번째로 김정일 위원장과 ‘간접 대화’를 나눌 것으로 보인다.

권호웅 북측 단장은 남북장관급회담 북측 대표단장 가운데 첫 40대 단장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는 ‘권민’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90년대말 금강산 관광 등 현대의 대북사업협상을 전담하면서 대남사업에 얼굴을 드러낸 신진 대화 일꾼으로 2000년 정상회담 이후 고위직급의 회담에는 빠짐없이 참여해 우리에게 익숙한 얼굴이다. 그는 남북장관급회담 북측 대표단장 가운데 첫 40대 단장이다.

권 단장은 2000년 정상회담을 위한 특사접촉에 나온 뒤 최성익 장관급회담 대표와 함께 다섯 차례 열린 정상회담 준비접촉에 나섰고, 이후 6차례의 장관급회담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2002년 8월 7차 장관급회담 때는 대표단에서 제외되어 눈길을 끌었다.

2000년 가을과 2002년 봄 두 차례 특사접촉 때도 실무협상에 나선 바 있는 권 단장은 특히 그동안 회담 때마다 ‘청와대 국장’이라는 위장직함으로 참여한 남측 대표단의 서훈 국가정보원 5국장(대북전략국장)과 공동보도문안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아 남측과의 최종 줄다리기 ‘악역’을 도맡아 왔다.

이번 북측 대표단 가운데 청와대를 예방한 적이 있는 유일한 대표는 김만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부국장이다. 김만길 대표는 5차 회담 때부터 대표로 나서 김령성 대표단장과 함께 청와대를 예방해 김대중 대통령을 만난 적이 있다.

남측학자들과의 학술교류에 참가했었고 과거 남북대화에도 나선 적이 있는 실무형 대표인 김만길 조평통 부국장은 ‘문화성 국장’이라는 직함으로 5차 회담 때부터 대표로 나선 문화일꾼이다.

이번 15차 회담의 북측 대표단은 권호웅 책임참사를 단장으로 최영건 건설건재공업성 부상, 김만길 조평통 서기국 부국장, 신병철 내각 참사 등 대표단과 기자단, 경비요원 등 33명으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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