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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인사 홍보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첫 '포문'은 지난 21일 권혁인 청와대 인사관리비서관이 열었다. 권 비서관은 이날 청와대 홈페이지에 기고한 '시스템인사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것 : 국정원장 인선 둘러싼 동아·문화일보 사설을 반박한다' 제하의 글에서 <문화일보>와 <동아일보> 사설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문화일보>(6월 17일)와 <동아일보>(6월 18일)는 이에 앞서 각각 '청와대 인사추천회의 이럴 바엔 왜 필요하나', '청와대 인사추천회의, 그때그때 달라요' 제목의 사설에서 국정원장 인선이 밀실에서 정치적인 고려에 따라 이루어져 인사추천회의가 들러리로 전락하고 시스템에 의한 인사가 무너졌다고 비판했다.

김완기 수석 "지금 우리 정부에는 낙하산 인사란 없다"

그러나 권 비서관은 "이러한 비판은 시스템에 의한 인사를 원천적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으며, 사실의 근거 없이 악의적으로 정부인사를 왜곡·폄하하고 있다"면서 "시스템에 의한 인사는 대통령을 대신하여 시스템이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인사를 시스템이 보좌하는 것이며, 최종 결정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한다"고 반박했다.

권 비서관은 또 노무현 대통령이 건강상의 이유로 고사한 김승규 법무부장관을 국정원장에 내정한 것은 인재풀을 스스로 좁힌 '벽돌 바꿔 끼우기식 인사'라는 언론의 비판에 대해서도 "국정원장은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자리로서 다른 자리에서 이미 역량을 검증받은 인물을 임명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권 비서관은 심지어 "언론사가 자사 편집국장을 사내 중견간부 중에서 기용하는 것도 '벽돌 바꿔 끼우기'식 인사라고 보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언론사 중견간부를 편집국장으로 기용하는 것은 승진 발탁 인사라는 점에서 이를 '벽돌 바꿔 끼우기'식 인사의 사례로 반문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비유에 근거한 궤변에 가깝다.

두 번째 포문은 23일 김완기 인사수석이 직접 열었다. 이날 조간신문에 보도된 이른바 '낙하산 인사' 논란이 포문의 불씨를 당겼다.

이날 <국민일보>·<동아일보>·<경향신문>은 각각 ▲철도공-이철, 조폐공-이해성 사장 내정 전문성 무시 '낙하산' 논란(1면 톱) ▲'노사람 노곁에'(2면) ▲비전문가 '보상인사' 논란일 듯(6면) 기사에서 "두 사람이 지난해 총선 때 열린우리당 후보로 부산 북-강서갑과 부산중-동에 각각 출마했다가 고배를 든 인사라는 점에서 청와대가 '낙선자 배려' 차원의 인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김완기 수석은 이날 오전에 청와대 기자실이 있는 춘추관에서 기자 간담회를 자청해 "지금 우리 정부에는 낙하산 인사란 없다"고 잘라 말하고 이들 신문에 대해 "정식으로 오보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김 수석은 "과거 정부에서는 낙하산 인사를 전제하고 전 정부와 수치를 비교해서 그보다 적다는 자료를 내왔는데 우리 정부는 다르다"며 "도대체 무엇을 두고 낙하산 인사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공기업 '낙하산 인사' 논란에 이은 보훈처 차장 '연줄인사' 논란

참여정부의 공기업 인사가 낙하산 인사가 아님을 입증하기 위해 김 수석이 내세운 논리는 공기업 인사는 민간기업 인사가 아닌 '정부 인사'라는 것이다. 즉, 정부가 51% 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정부 산하단체와 공기업 임원에 대해 대통령이나 부처 장관이 임명권을 행사하는 것은 민간기업 인사가 아닌 '정부 인사'이므로 이에 대해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이런 논리가 정당하다면 앞서의 "과거 정부에서는 낙하산 인사를 전제하고 전 정부와 수치를 비교해서 그보다 적다는 자료를 내왔는데 우리 정부는 다르다"는 논리는 설득력을 잃게 된다. 과거 정부에서건 지금 정부에서건 정부가 51% 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정부 산하단체와 공기업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즉 과거 정부에서나 지금이나 공기업 인사가 '정부 인사'이기는 마찬가지이기에 '과거 정부와 우리 정부가 다르다'는 논리는 성립할 수가 없는 것이다.

결국 김 수석의 어설픈 반박 회견은 혹 떼려다가 혹 붙인 꼴이 되고 말았다. 그 다음날 한 두 신문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언론은 마치 서로 짜기라도 한 듯이 '낙하산은 없다'는 김 수석의 논리를 사설로 정면 반박했다. 결국 청와대는 한두 신문을 상대로 조용히 오보대응을 하면 될 것을 괜한 반박으로 모든 신문을 상대로 '오보대응'을 해야 하는 지경에 이른 셈이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아직 일반 국민의 정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이번에는 정영애 균형인사비서관이 나서서 세 번째 포문을 열었다.

정 비서관은 24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기고한 '국가유공자 후손·탁월한 업무능력 고려한 발탁인사다' 제목의 글에서 전날 노 대통령이 국가보훈처 차장(차관급)에 김정복 전 중부지방국세청장을 내정한 것에 대해 이날 언론이 '연줄인사'라는 비판을 제기한 것에 대해 반박했다.

이날 언론은 대체로 김정복 차장 내정자가 2002년 대선 때 노 대통령 측에 대선자금을 제공했던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사돈 관계여서 '연줄인사' 논란이 예상된다고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박 회장은 2002년 4월 노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로부터 경남 거제시 일운면 구조라리의 주택 두 채와 주변 땅 1천800여 평을 사들인 적이 있고, 2002년 12월과 2003년 3월 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안희정씨에게 총 7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준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노 대통령 후원자와의 사돈관계라는 이유로 '역차별 대상' 돼서는 안된다?

그러나 정 비서관은 "언론에서 문제시하고 있는 김정복 차장 내정자와 특정 인사와의 관계는 보훈처 차장으로서 요구되는 김 차장의 업무역량이나 보훈가족에 대한 참여정부의 관심과 의지와는 다른 별개의 문제로서 이로 인해 김 차장이 역차별의 대상이 되고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을 이유는 없다고 여겨진다"고 반박했다.

노 대통령의 후원자인 특정 인사와의 사돈관계라는 이유로 '역차별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논리다.

더 가관인 것은 24일 김정복 차장 관련 '연줄인사' 보도에 대해 이날 오전 청와대 현안점검회의에서 아무 말이 없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익명을 요청한 청와대의 한 '부산파' 참모가 "일부 수석들은 김 차장이 박연차씨와 사돈관계라는 사실을 아침에 신문보고 알았다고도 하더라"고 전한 데서 확인되는 일부 수석들의 '순진한 문제의식'이다.

하기는 김완기 인사수석조차도 23일 김정복 차장 내정 사실을 발표한 직후에 '김 차장 내정자와 박연차 회장과의 사돈관계 및 박 회장의 노 대통령에 대한 불법 대선자금 지원이 인선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고 묻자 "인선 과정에서 그런 사실은 알지도 못했고 고려사항도 아니었다"고 해명할 정도였으니 알 만하다.

그러나 '정무(政務)'적인 사안에 별반 관심이 없는 김완기 수석이 몰랐다면 혹시 믿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다른 일부 수석들조차 '김정복 차장이 박연차씨와 사돈관계라는 사실을 아침에 신문보고 알았다'는 얘기는 거짓말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문재인 민정수석 등 청와대의 이른바 '부산파' 핵심 참모들은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5월 당시 박연차 회장과 김정복 차장이 사돈관계를 맺은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당시 시점은 노건평씨의 거제도 땅 문제가 불거진 뒤였고 그 때문에 문재인 민정수석은 노건평씨 집으로 직접 찾아가 땅 문제를 '조사'하기도 했다.

사돈관계는 청와대 '부산파'와 '이광재계' 참모들도 다 아는 사실

더구나 당시 청와대에 근무한 박연차 회장 딸의 결혼식에는 1000명 이상의 하객이 몰릴 정도도 성황을 이뤘다. 김정복 차장의 며느리가 된 박 회장의 딸은 청와대에서 근무하다가 나중에 이광재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국회의원에 당선되자 이 의원 사무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니 두 사람이 사돈관계라는 것은 청와대의 '부산파' 참모들뿐만 아니라 이른바 '이광재계' 참모들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일부 수석들이 '사돈관계라는 사실을 아침신문 보고 알았다'는 얘기는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정무직 추천 인사에 대한 검증 업무를 관장하는 민정수석은 청와대 인사추천회의의 핵심 멤버이다. 그런데도 사돈관계임을 몰랐다거나 문제제기를 안했다면 그것은 '직무유기'다. 이론상으로는 인사가 만사(萬事)라면서도 실전에서는 인사가 망사(亡事)가 되어버린 김영삼 정부 말기를 떠올리게 한다.

마지막으로 '신문 보고 알았다'는 일부 수석들에게 2003년 5월 당시 '북새통 결혼식'을 보도한 신문 기사를 다시 한번 읽어볼 것을 권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의 땅을 매입한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58·김해상공회의소 회장)의 차녀와 김정복 부산지방국세청장(58) 장남의 결혼식에 1,000명이 넘는 하객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결혼식이 열린 24일 오후 1시 부산 롯데호텔 3층 크리스탈볼룸에는 하객이 몰려 이 호텔 42층 일부를 빌려 하객을 수용하기도 했다.

박회장이 자문역으로 있는 한나라당에서는 도종이·김영일 의원 등이 행사장을 찾았고 신상우 전 국회부의장, 김혁규 경남도지사 등도 참석했다. 또 김진재 한나라당 의원 등이 보낸 화환 100여개가 예식장 앞을 가득 메웠다.

전 통일부장관 박재규 경남대 총장이 주례를 맡았으며 가수 조영남씨가 축가를 불렀고 청와대에 근무하는 박회장의 딸은 예식장 입구에서 박회장과 함께 하객들과 인사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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