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지난 2003년 2월15일 서울에서 열린 창립 7주년 모임에 참석한 '머슴골' 회원들. 오른쪽에서 2, 3번째가 이재용 신임 환경부장관과 김두관 전 행자부장관이고 맨왼쪽이 입각 예비후보인 원혜영 의원이다.
ⓒ 머슴골

이재용(51) 전 대구 남구청장의 환경부장관 기용으로 '머슴골'이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회원 20여명 가운데 2명의 장관을 배출했으며 원혜영 의원 등 또 다른 입각 예비후보들도 줄을 서 있어 참여정부 '인재풀'로 떠오르고 있다.

머슴골의 좌장격인 김태홍 의원(열린우리당)은 이 전 구청장의 장관 기용에 대해 "머슴골로서는 영광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김 의원과 이재용 전 구청장과의 인연은 각별하다.

머슴골은 지난 2월로 창립 9년째를 맞은 시민사회운동 출신 전·현직 기초단체장들의 모임이다. 여야를 떠나 개성이 강한 기초단체장들의 친목모임이지만 창립 자체도 '극적'이다.

'극적'인 창립의 주역 당시 김태홍 광주 북구청장과 이재용 대구 남구청장

지난 95년 7월30일 이재용 대구 남구청장은 승용차를 몰고 88고속도로를 타고 '무작정' 광주로 향했다. 180㎝가 넘는 큰키에 깡마른 체구인 이재용 구청장이 광주 북구청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통통하고 거무튀튀한 얼굴의 김태홍 구청장은 "어떻게 왔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재용 구청장은 "대구 남구청장입니다. 존함을 듣고서 한 번 찾아 뵙고 싶었는데 오늘 광주까지 달려왔습니다"고 말했다. 이날은 토요일이었는데 이 구청장은 "오늘 다시 대구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영·호남의 구청장은 이렇게 해서 처음으로 '면대면'을 했다. 대구 구청장의 광주 방문이라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을 겪은 김 구청장은 제일성(一聲)으로 "영호남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이 구청장에게서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본다"는 답변이 나왔다.

김태홍 의원은 기자에게 "그 순간,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로 많은 느낌을 공유했다"고 첫 대면 장면을 회고했다.

두 사람은 우리라도 힘을 보태 '동서 갈등'을 풀어보자고 다짐했다. 그리고 이 만남을 계기로 이듬해인 96년 2월 전국 기초자치단체장 19명이 참여한 '머슴골' 모임이 탄생했다.

최연장자인 김태홍 구청장이 회장을 맡고, 이재용 구청장이 총무를 맡았다. 머슴골은 10년째 두 달에 한번씩 부부 동반으로 1박2일 모임을 갖고 있다.

머슴골은 이름에서 연상되듯 '스스로를 낮추고 주민을 주인처럼 섬기겠다'는 마음을 밑자락에 깐 모임이다. 회원들은 농민운동, 노동운동, 학생운동, 언론운동, 광주민주항쟁 등을 해온 다양한 인사들이 포함돼 있다.

지방자치가 민선 단체장 3기째에 이르면서 현재는 회원 수도 늘어나고 정치성향도 다원화되었다. 열린우리당 당적이 대다수이지만 민주노동당 당적도 적지 않고 송진섭 안산시장과 임대윤 전 대구 동구청장은 한나라당 출신이다.

3선 구청장과 중진 의원에 이어 장관도 2명 배출

▲ 지난 4월 광주 북구를 찾아 5.18 묘역 등을 방문한 머슴골 회원들의 현장 견학 장면.
ⓒ 머슴골

지난 연말에는 회장단이 개편되어 김태홍 회장(63·열린우리당 의원)은 고문으로 추대되고 임수진 진안군수가 회장을 맡고 권역별로 수도권 고재득(서울 성동구청장), 호남권 신정훈(전남 나주시장), 영남권 이상범(울산 북구청장) 등 3명의 부회장을 두었다.

그러나 이상범 부회장(울산 북구청장)은 "정당(정치성향)은 달라도 추구하는 이상은 같다"면서 "머슴골 모임에서는 지역이나 정당이 다르다는 것은 소통에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고 오로지 올바른 민주화와 지방자치, 정치개혁, 국가발전에 대한 담론만이 존재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 가운데는 고재득 서울 성동구청장처럼 민선 3선 기초단체장도 있고, 기초단체장 회원으로 출발했다가 이제는 국회로 진출하거나 이미 중진 반열에 드는 회원들도 적지 않다.

모임의 좌장격인 열린우리당의 김태홍 의원과 원혜영(전 부천시장)·주승용(전 여수시장)·최용규(전 인천 부평구청장) 의원 그리고 민주노동당의 조승수(전 울산 북구청장)·이영순(전 울산 동구청장) 의원 등이 그런 경우다.

특히 울산에선 이상범 북구청장, 이갑용 동구청장, 조승수 의원, 이영순 의원, 김창현 전 동구청장이 모두 머슴골 회원이다. 김창현·이영순 회원은 부부 회원이다. 현재 회원은 24명이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머슴골이 정치적으로 주목을 받은 것은 2003년 2월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김두관 전 남해군수가 행정자치부장관으로 발탁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참여정부 조각 때는 원혜영 부천시장(현 열린우리당 정책위원장)도 입각이 거론되었다.

'리틀 노무현'이라고 부를 만큼 노 대통령과 비슷한 정치역정을 걷고 있는 김두관 전 장관은 지난 총선에서 고배를 마시고 대통령 정무특보로 기용되어 당청간의 가교역할을 맡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이재용 전 대구 남구청장이 환경부장관에 내정됨에 따라 머슴골은 두 명의 장관을 배출하게 되었다.

이재용, 2002년 12월12일 대선 직전에 노무현 민주당 후보지지 선언

한나라당 강세가 뚜렷한 대구에서 무소속으로 구청장 선거에 출마해 두 번이나 당선되고 지난 2002년 6·13지방선거에서도 대구시장 후보로 출마해 38%대의 지지율을 확보한 이재용씨는 지난 대선 직전인 2002년 12월 12일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해 주목을 끌었다.

▲ 이재용 전 대구시 남구청장이 2002년 12월 12일 민주당 대구시지부 회의실에서 정동영, 추미애, 김태홍 의원과 권기홍 민주당 대구시선대본부장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노무현 후보 지지 선언식을 갖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대선을 앞두고 머슴골 좌장인 김태홍 의원으로부터 민주당 입당 교섭을 꾸준히 받았던 이 전 구청장은 당시 민주당 대구시지부 회의실에서 정동영, 추미애, 김태홍 의원과 권기홍 민주당 대구시선대본부장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노무현 후보 지지 선언식을 가졌다.

김완기 청와대 인사수석은 28일 이재용 구청장의 환경부장관 내정 사실을 발표하면서 "이재용 내정자는 2002년 대구시장 선거에서 40% 가까운 득표력을 확보하는 등 일정 수준의 지역대표성을 갖추고 있다"면서 "또 전국정당화를 추진하는 열린우리당의 처지에서 보면 대구·경북은 취약지역이어서 특별히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해명했다.

노 대통령은 지방자치단체장 출신은 아니지만 국회의원 및 원외위원장 시절에 지방자치실무연구소를 만들어 지방자치에 깊은 관심을 보여왔고 부산시장에 직접 출마하기도 했다. 따라서 노 대통령의 머슴골 회원 중용은 어느 정도 예상돼 왔다.

문제는 김두관 전 군수의 행자부장관 기용과 이재용 전 구청장의 환경부장관 기용에서 보듯, 마음의 '빚'을 지고 있는 노 대통령의 '보은 인사'가 영남권 낙선 인사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데 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