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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침대에서 오줌 누러 내려오다 떨어진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하다. 꿈이었나? 통증은 있었는데…. 하여간 아침에 눈을 뜨니 안경다리가 부러져 있다. 내 항공모함같은 배 무게를 못견뎠나? 이런, 이런…. 여행예산도 빠듯한데 돈들어 가는 일만 생기는군. 돌아가서 손해배상청구할까?

▲ 결국 부러진 내 다리(?)
ⓒ 최광식
인도총각과 한국처녀는 이강투어한다고 부산스럽다. 한국처녀에게 내가 묵을 사해빈관 찾아오면 밥사준다고 했는데, 바빠서인지 대답이 건성이다. 뭐! 인연있으면 또 만나겠지.

하늘을 보니 역시 흐리다. 인터넷을 하면서 사진을 동호회에 올렸다. 엄청 느리군. 은행을 찾아가 현찰 확인. 안경집을 찾기 위해 한참 돌아다녔다. '역시 개똥도 찾으면 없다'는 우리 속담의 정확성을 인정하려는 순간, 비를 비해 한 발 안으로 들어간 곳이 안경점이다.

안경다리 수리 되냐니까 당연 안 된단다. 좀 쓸만해 보이는 안경테를 보니 '190위안'이다. '기억합금' 어쩌고 써있는 걸 보니 형상기억합금인가 보다. '을매?' '190위안'

한 번 웃고 '싸게 을매?' 하니 '150위안' 부른다. 훗! '120위안'을 불렀다. 주인아줌마 얼굴색이 변한다. 흠. 적당한 가격이군! 뭐! 사실 전에 산동유방에서 내가 가르치던 학생 데리고 알아본 가격이다. 나가려고 하니 잡는다. 훗! 그럼 그렇지.

(필자주: 깎는 건 필수입니다.)


'종신무료수리' 어쩌고 적혀 있다. 중국도 점점 아니 정말 빠르게 '소비자 위주'로 변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아직 변하지 않은 데도 많다'와 같은 뜻이지만, 중국개체호(필자주: 자영업)들도 빠르게 적용하고 있다.

▲ '190위안'짜리를 '120위안'에..
ⓒ 최광식

▲ 중국도 점차 소비자위주 시각으로..
ⓒ 최광식
빗발이 제법 굵어진다. 유스호스텔로 돌아가는 길에 계림쌀국수 3량(兩) 2.5위안 주고 먹었다. 제법 맛있다. 흠…. 내 입에 딱이다. 정말 맛있다. 속이 허해서 0.5위안 짜리 찹쌀떡 하나 더 먹었다. 어쩜 그리 한국 거랑 맛이 그리 똑같은지.

다시 인터넷! 오홋 중국여행고수이신 모여고 선생님이 '장가계' 정보를 올려놓으셨다. 출력 6장, 인터넷 비까지 8위안 지급.(필자주: 과거에는 중국 한 달 여행하려면 거의 6개월 정도 자료 수집이 필요했습니다. 지금은 인터넷의 발달로 다양한 중국여행정보를 실시간으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저도 이번 여행은 거의 정보수집없이 떠났습니다. 인터넷만 믿고)

방금 본 정보에 의하면 기차역에서 양삭 가는 버스(10위안) 말고 버스터미널에 가서 큰 버스(13위안)를 타는 것이 편하고 좋다고 한다. 기차역 앞에서 중빠(22인승 전후) 10위안에 가는 걸 알지만 나야 '효율적인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 아닌가? '쓰지 말자!'가 아니라 '아낄 건 아끼자' 아니던가?

1시간쯤 걸려 '양삭(陽朔)' 도착. 가는 길에 보이는 풍경도 정말 장난 아니다. 온갖 종류의 산들이 각각 다른 모양과 크기를 뽐내고 있다. 어쩜 능선도 연결하나 안 된 채. 조물주께서 금강산 1만2천봉 만들기 전에 작은 산들로 계림에다 연습하셨나 보다. 차창에 흐르는 풍경을 놓치지 않으려 힘을 하도 줘서 눈이 다 아프다.

사해빈관을 찾기 위해 1시간 정도 해멨다. 그냥 아무 데서나 잘 걸. 전에 누군가 여행기에서 좋다고 써놓아서 일부러 찾아갔다. 그런데, 어디 있는 거야. 여행기에서는 무지 찾기 쉬울 것처럼 써놓았던데…. 유스호스텔만 2군데 발견. 그냥 유스호스텔에서 잘까? 고민 중에 발견! 'SIHAI'라는 영문을 보고 찾았다. '사해반점'이란 한자 간판은 하도 흘려써서 '西'를 '女'짜처럼 흘려썼으니 가뜩이나 한자 어두운 사람이 찾을 수가 있나! 중국상인들이여, 여관 간판을 만들 때 정자를 사용할지어다.

▲ 중국인들여! 한자는 흘려쓰지 말지어다!
ⓒ 최광식
다인실 침대 하나 15위안짜리 방 이틀 30위안, 야찐 50위안

짭! 당연 공타오(냉난방장치)가 나오겠지 하고 했는데 난방장치에 뭘 붙여놨다. '이걸 가동시에는 하루에 각자 30위안씩 받겠습니다' 등.

▲ 흠!
ⓒ 최광식
에고! 오늘도 춥게 자겠군. 제길 이틀치나 지불했는데…. 이불도 한 채 던데. 그냥 유스호스텔 가서 25위안 주고 잘 걸. 10위안 아낀다고 몸 축나겠군. 공인된 곳이 아니면 어디든 '한국인의 상식'은, '여관은 따뜻하겠지'인데, 어지없이 깨진다. 사해반점 앞 벤치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한국아가씨 아직도 안 오네. 중년과 있는 것이 부담되나? 뭐! 인연이 없으면 못 볼 수도 있지. 이 길은 거의 외길이라 어차피 지나야 하는데…. 리강투어 물어볼 것도 있어서. 나중에 유스호스텔 가서 리강투어나 알아봐야겠다. 흠. '50위안'이란다. 한국아가씨는 계림출발 190위안, CITS는 225위안. 이 가격은 물론 계림→싱핑 차비와 점심이 들어간 조건이다. 그냥 내일 싱핑 가서 알아볼까? 흠….

쌀국수집. 지금 먹은 것이 오늘 전부니 저녁을 잘 먹어야 되는데 메뉴판을 보니 역시 비싸다. 겨우 견딜 만한 가격이다. 뭐! 이 호텔에 묵는 사람은 2할(8折) 할인해준다고 하니(필자주: 중국에서 할인은 예를 들어 10% 할인이면 9절(折), 20%할인이면 8절(折) 이런 식입니다. 물건 사실 때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관광객들이 먹고 노는 장소인 서가(西街) 정반대로 갔다. 중국인들이 먹고 사는, 노는 장소가 아닌, 이런 데서 먹어야 진짜 여행이지. 말린 쥐고기를 판다. 허억. 한 마리 20위안. 가격때문에 놀란 것이 아니라 재료때문에 놀란건데, 지레 짐작으로 10위안이라고 깎아준다. 안 먹어요! 혼자 먹으려니 흥이 안 난다. 혼자 여행은 늘 이렇다니까. 종류 미상의 과일 한 개에 3위안, 배 3위안 어치(4개), 리춘맥주 3병(9위안, 병당 3위안)을 사고 다시 여관으로. 정말 이 사해빈관에서는 더 쓰기 싫은데, 한국식 의리랄까? 한끼 정도는 그냥 먹어주기로 했다. '류즈'라고 직원들이 알려준 과일을 먹었다. 시원하지만 맛이 점 맹맹하다. '맛이 어때?'라고 묻길래 '맛 없어'라고는 할 수 없어서 '괜찮다'라고 했다.

▲ 현지인들이 '류즈'라고 부르는 그 과일. '유자'라고 제 귀에 들리더군요.
ⓒ 최광식

▲ 숙달된 조교의 시범. 절반은 저 아가씨에게 줬읍니다. ^^
ⓒ 최광식

▲ 가정식 두부요리 10위안
ⓒ 최광식
가정식 두부 10위안, 궁보육정 20위안, 밥 1위안. 사온 맥주를 곁들여 천천히 먹고 마셨다. 밥 다먹고 남은 요리를 안주삼어 맥주를 축내고 있는 사이 인도인 '와히드' 등장 밥 안먹었다고 해서 밥 한 그릇 추가(1위안), 후식으로 바나나 주스 한 잔과 생수 큰 것 하나를 시킨다.

호남성 정강산(井岡山)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단다. 월급은 5000위안. 산동에 있는 자기 친구는 3000위안 받는다고 '산동 못 산다!' 연속 투덜된다. 잉? 한국어 가르치는 나는 1600위안인데. 대학에서 해양생물학(?)을 전공했다고 한다. 흠!

내 영어 수준과 비슷한 중국어를 구사한다. 쉽게 말하면 무지 못한다는 뜻이다. 계산서를 보니 37위안, 20% 할인된 비용이 나왔다. '와히드'가 미안한지 '하프하프' 이런다. '괜찮아 이 아저씨가 내마!' 와히드랑 같이 인터넷 한 시간 3위안이다. 이것도 내가 냈다. 뭐! 미안한지 내일 같이 놀자고 한다. '그래 맘먹어라!'가 아니라 '같이 놀자!'고 했다.

방에 들어와서 막 씼으려니 서양인 부부가 서너 살된 딸과 함께 등장! 흠! 양삭 서가에서 제일 싼 숙소에 나 빼고 전부 서양인이다. 흠! '난방 안돼!' 서양인 남편이 투덜된다. 이해된다. 흠! 짠돌이 서양인인가? 아님 나처럼 잘 모르고 들어온건가? 짧은 중국어와 짧은 영어로 잠깐 대화. 오늘은 무척 춥게 잘것 같다. 젠장! 이 방에는 커텐도 없다(필자주: 그래서 숙소는 가급적 공인된 장소가 여러가지로 편합니다).

▲ 6인용 다인실, 침대 하나 15위안
ⓒ 최광식
사해빈관 다인실. 난방없음. TV없음, 6인실, 열수 샤워 가능- 단 5분 정도 기다려야 함, 슬리퍼 기억 안 남.

서양인 부부 외에 또 한 명의 서양 총각이 있다. 이 총각도 중국어를 조금 할 줄 안다. 중국, 중국어의 위상이 얼마나 오르고 있는가 하는 간접 증거라고 보면 조금 과장일까? 서양 총각이 3개월 배웠다는 중국어가 제법이다. 1년 넘은 내 정도 수준이다. 흠! 어순이 같다는 건 외국어 배울 때 정말 편하다. 나가서 담배 한 대 피우고 자야겠다. 흠! 독한 술 한 잔 마시고 자면 덜 추울텐데, 술 한 잔 값이 방값보다 비싸다.

<2월 6일 사용경비 내역>

ㅇ 이동비 : 없음
ㅇ 교통비 : 계림 > 양삭 13위안(버스)
ㅇ 숙박비 : 양삭 사해빈관 30위안(다인실, 이틀치)
ㅇ 식 비 : 40위안
. 아침 : 생략
. 점심 : 계림쌀국수 큰그릇 2.5위안 + 찹쌀떡 0.5위안 = 3위안
. 저녁 : 이것저것 37위안
ㅇ 관람비 : 없음
ㅇ 잡 비 : 류즈 한개 3위안, 배 4개 3위안, 맥주 3병 9위안, 인터넷 8위안 + 8위안 + 6위안 = 24위안 계 37위안
ㅇ 총 계 : 0 + 13 + 30 + 40 + 0 + 37 = 120위안

*사족: 안경테값은 사건(?)비용이라 실비에서 제외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ㅇ 이 글은 '인터넷한겨레-차이나21-자티의 중국여행(http://ichina21.hani.co.kr/)', 
중국배낭여행동호회인 '뚜벅이 배낭여행(http://www.jalingobi.co.kr)'에도 올리고 있습니다. 

ㅇ 중국여행에 필요한 자료는 
'인터넷한겨레-차이나21-여행자료실(http://bbs.hani.co.kr/Board/tong_tourdata/list.asp?Stable=tong_tourdata)'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ㅇ '여행일기'라 평어체를 사용했습니다. 독자분들의 이해를 바랍니다. 제가 올리고 있는 '중국배낭길라잡이'의 내용을 실전에서 어떻게 사용하는지 잘 봐주시길.. 

ㅇ 중국어는 경어가 거의 없기에, 사실에 가깝게 번역했읍니다. 현장감있는 번역이라고 주장하고 싶군요. 

ㅇ '여행지정보'보다는 '여행정보'에 치중했습니다. 괜한 그리고 많은 '여행지'사진은 스포일러(영화결말을 말하는..)같아서. ^^; 

ㅇ 중국돈 1위안은 현재 한국돈 130원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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