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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꽁이 알. 사진을 찍을 당시에는 이미 알 속에서 부화한 모습이 되었다. 맹꽁이는 알에서 올챙이를 거쳐서 맹꽁이 모습이 되는데 걸리는 기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
맹꽁이 알. 사진을 찍을 당시에는 이미 알 속에서 부화한 모습이 되었다. 맹꽁이는 알에서 올챙이를 거쳐서 맹꽁이 모습이 되는데 걸리는 기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 ⓒ 손 정훈
밭 주변에 있는 농수로를 따라서 맹꽁이들이 울고 있었다. 마리 수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여기 저기 맹꽁이 알들이 보였다. 맹꽁이 알들은 여느 개구리의 알들과 달리 모두 제각각 물에 떠서 흩어져 있다. 그리고 난지 며칠 지난 맹꽁이 올챙이들도 보였다.

맹꽁이 올챙이.
맹꽁이 올챙이. ⓒ 손 상호
금개구리와 함께 멸종위기 종 2급으로 지정된 맹꽁이는 이름만큼이나 특이한 개구리다. 장마를 앞둔 이맘 때만 모습을 나타낸다. 일시적으로 비가 와서 생긴 웅덩이에 주로 알을 낳는다는 점도 특이하다. 물이 말라서 맹꽁이 올챙이들이 떼죽음하는 일도 종종 볼 수 있다. 일시적으로 생긴 웅덩이기에 빨리 물이 마른다.

그리고 미처 앞다리가 나지 않은 맹꽁이 올챙이들은 죽음을 맞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모여서 죽음을 맞은 맹꽁이 올챙이 주검들 위로 파리떼만 붕붕 나는 모습을 본 것이 몇 해 전의 일이다. 그때만 해도 이런 일이 왜 생겼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 그냥 멍청한 맹꽁이로구나 하는 생각뿐이었다.

멸종위기종 맹꽁이.
멸종위기종 맹꽁이. ⓒ 손 상호
맹꽁이들은 놀라면 곧바로 흙 속으로 파고들어간다. 대개 개구리들이 그렇듯 맹꽁이는 뒷다리로 흙을 파헤치고 들어간다. 잘 뛰지도 못하지만 뒷다리로 흙을 파는 능력만큼은 여느 개구리들에 뒤지지 않는다.

동생이 맹꽁이 터를 발견한 지 며칠이 지났다. 맹꽁이들은 더 이상 울지 않는다. 다시 장맛비가 시작되면 울음을 계속할까? 동생이 발견한 맹꽁이 터에서는 개똥벌레도 드문드문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오늘 동생은 내 옆에 없다. 개구리와 관련한 사업을 같이 하겠다고 나선 지 1년이 채 안되었는데 동생은 이 일을 계속할 만큼 여유롭지 못한 처지다. 제수씨와 아들, 딸을 둔 가장으로서 당장의 벌이가 더 급했다. 동생은 엊그제까지만 해도 어린이들에게 개구리를 가르치겠다고 준비했다. 원래 미술학원 강사를 하던 동생을 끌어들인 것은 바로 나였다. 그런 만큼 이런 결과는 나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

동생이 떠난 빈 자리는 크다. 하지만 나는 이 일을 계속 할 것이다. 동생이 이번에 맹꽁이 소리를 알아들은 것처럼 우리가 개구리들을 더 잘 알아가는 만큼 지금까지 개구리들에게 끼친 나쁜 영향 못지않게 좋은 일도 더 잘 할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자연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일할 곳이 더 많았으면 합니다. 그래야 자연을 보호하는 일도 더 잘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 글은 물살이(mulsari.com)에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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