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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은 1년에 1잔 이상씩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사동에 위치한 스타벅스 전문 매장. 유일하게 한글간판을 달고 있다.
한국인들은 1년에 1잔 이상씩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사동에 위치한 스타벅스 전문 매장. 유일하게 한글간판을 달고 있다. ⓒ 김동실
지난 19일 미국 워싱턴포스트에는 밖에서 사 마시는 커피 1잔의 위력에 대한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이른바 '라떼 세대'라고 불리는 미국 대학생들이 한 잔에 3달러 짜리 스타벅스 커피를 사먹는 덕분에 갚아야 할 빚(학자금 융자)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

이 기사는 "대학생들이 학자금 융자를 받은 돈으로 과거엔 담배나 피자, 요즘엔 스타벅스류의 커피에 수천 달러를 씀으로써 졸업 후 갚아야 할 빚이 늘어난다"는 미 학자금 융자 관련 사회단체들의 걱정을 전하며 '크리스텐 대니얼스'라는 대학생의 사례를 들었다.

시애틀대 법대 3학년 과정을 이수한 이 학생이 3년간 빌린 학자금 융자는 모두 11만 5000달러(1억 1500만원). 워싱턴포스트는 "앞으로 10년간 갚아나가야 할 이 빚 속엔 하루 한잔씩 마신 3달러 짜리 스타벅스 커피값도 들어있다"고 전했다.

이 기사는 또 "한잔에 3달러 짜리 스타벅스 커피를 사 마시는 대신 회사나 집에서 스스로 커피를 끓여 마시면 30년간 이자를 포함해 5만 5341달러(5500만원)를 절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 포스트 기사가 전하는 의미는 두 가지다. 우선 1971년 미국 시애틀의 작은 '테이크 아웃' 점포로 시작한 스타벅스 커피가 불과 34년만에 미국 국민들,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 깊숙이 파고 들었다는 점. 그리고 푼돈처럼 여겨지는 '커피 1잔' 값이 내일의 빚 규모를 좌우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한국인들에게 '스타벅스 커피'는 어느 정도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까.

'스타벅스 커피' 한해 2920만 잔 팔린다

한국의 스타벅스 커피는 1999년 이화여대앞(1호점)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스타벅스가 굳이 이화여대앞을 택한 이유는 대학생들의 입맛이 '먹고 마시는 사업'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되기 때문.

이후 2000년 1월 대학로점(2호점)을 오픈한 스타벅스는 강남(3호점), 명동(4호점) 등 서울뿐만 아니라 부산 롯데서면점(17호점), 광주 신세계점(25호점) 등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2005년 6월 현재 전국의 스타벅스 매장은 모두 124개. 가장 최근엔 서울 아시아선수촌점(124호점)이 문을 열었다.

국내에서 거둔 스타벅스의 성과는 놀라울만 하다. 전세계적으로 100개 이상의 스타벅스 매장을 가진 나라는 불과 7개국. 북미(미국, 캐나다)와 유럽(영국)을 제외하고는 모두 동아시아권(한국, 중국, 일본, 대만)에 집중돼 있다.

한국의 경우, 전국 124개 매장을 찾는 하루 평균 인원은 8만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연간으로 따지면 2920만명. 우리나라 국민의 절반 이상이 1년에 스타벅스 커피 1잔을 마시는 셈이다.

전체 매출을 따져봐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스타벅스 커피가 국내에서 올린 매출 규모는 721억원. 이는 스타벅스 커피가 내놓는 일반 상품인 '오늘의 커피'(Coffee of the day, 작은 크기 2500원) 2884만 잔에 이른다.

한국에서 스타벅스 커피가 가장 잘 팔리는 곳은 광화문점(36호점)으로 하루 매출이 800만원에 달한다. 강남점과 코엑스점(9호점)이 1일 700만원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웬만한 규모의 음식점이 부럽지 않은 상황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스타벅스 매장이 대부분 서울에 집중 배치돼 있다는 점이다. 전체 124개 매장 중 71개의 매장이 서울시내에 있다. 수원, 일산, 분당, 인천 등 수도권을 합치면 90개에 육박한다.

혼자서 즐기는 커피 문화

국내에서 스타벅스가 이처럼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스타벅스는 그 중에서도 한국 문화와의 성공적인 접목을 큰 이유로 꼽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 인사동에 자리잡은 매장이다.

스타벅스 인사동점(22호점)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한글 간판'을 달고 있다. 인사동을 제외한 다른 123곳은 'STARBUCKS COFFEE'라는 영문 간판이 달려 있지만, 인사동에서만은 한글을 쓰고 있다. 한국의 전통 문화를 존중한다는 의미이자 영업 전략인 셈이다.

하지만 스타벅스 커피는 점차 한국의 문화를 바꿔가고 있는 중이다. 애초 스타벅스는 가지고 나가는 것(테이크 아웃)보다 앉아서 차를 마시는 것을 선호하는 한국인의 정서를 감안해 대규모 매장을 마련, 국내 시장을 공략했다.

현재도 광화문점의 경우 전체 150평 매장에 250석, 무교동점은 전체 140평 매장에 190석의 자리를 갖고 있다. 다른 매장 역시 사정이 비슷하다. 5~10평에 불과한 다른 나라 매장에 비하면 엄청난 크기다.

그러나 지난 6년 사이 한국 젊은이들의 문화도 많이 달라졌다. 1호점인 이대점의 경우 99년 처음 문을 열었을 때 발행한 영수증 1장당 음료수는 2.5잔이었지만, 2005년에는 영수증 1장당 음료수가 1.4잔으로 기록되고 있다. 99년에는 보통 2∼3명씩 와서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가지만 현재는 1명이 와서 커피를 사들고 나간다는 뜻이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 관계자는 "과거에는 커피 전문점이 좌식 중심의 만남의 문화였지만, 이제는 혼자서 커피를 즐기는 개인 문화로 차 문화도 변하고 있다"며 "지금은 4명중 1명이 커피를 가지고 나간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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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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